'73년의 한' 4·3, 국가가 폭력을 인정하다

국가 폭력에 의한 야만의 과거사가 정의로운 청산을 시작한다

등록 2021.03.02 10:35수정 2021.03.0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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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항쟁이 발발한 지 73년 만에 4·3의 진실을 밝히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지난 1999년 12월 4.3특별법이 제정된 지 22년 만이다.

제주4·3항쟁 70주년을 앞두고 전국의 27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만든 (사)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이하 4·3범국민위원회)가 4·3특별법개정특위를 만들고,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4.3유족회)와 공동으로 법안을 제안 한지 5년 만에 이루어 진 것이다.

길게는 지난 73년 동안 숨 죽인채로 "빨갱이"와 "폭도"로의 삶을 강요당하며, "가메기 모르는 식게(까마귀도 모르게 지내는 제사)"를 지내면서까지 "속솜허라(말하지 마라)"는 피해자들의 외침을 거부하여 침묵을 깬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통과된 4·3특별법 전부개정은 4·3유가족과 함께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일궈 낸 역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4·3특별법의 완성도가 떨어져 4·3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회복하는 데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향후 풀어나가야 과제들이 존재하기에 4·3특별법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 본다.
  

4.3영령들께 특별법 개정 보고 2021년 3월 1일 74년전 4.3항쟁이 시작된 날에 맞춰 서대문형무소에서 4.3영령들께 4.3특별법 전부개정이 되었음을 알리는 제를 올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동욱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상임부회장, 박진우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 백경진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상임이사, 허상수 재경제주4.3피해자및희생자유족회 공동회장, 박선후 육지지사는제주사름 공동회장 ⓒ 박진우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제주4·3특별법은 지난 2017년 4·3범국민위원회와 4·3유족회가 공동으로 제안한 법안을 중심으로 하여 더불어 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이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통해 추가․보완을 거쳐 대표 발의한 법안과,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대표발의하면서 국회에서의 논의가 활발해졌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안이 마련되어 여야 합의를 통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되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소속 김웅, 김태흠, 박대출, 서병수, 서정숙 의원 5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4·3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4·3유가족들의 상복시위와 삭발 투쟁, 그리고 제주와 광화문, 국회를 오가며 진행된 많은 집회, 그 어느 때보다 추웠던 지난 겨울과 가을을 포함해 4·3특별법이 통과되는 날까지 5개월 동안의 1인 시위, 전국의 시민단체들의 결합(4·3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동행동) 등 한국 사회에서 과거사의 정의로운 청산을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입법부의 높은 벽을 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4.3특별법 개정 1인 시위 2020년11월 23일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배보상 원칙을 반영하라며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4.3희생자 유가족들 ⓒ 박진우

 
국가의 불법성을 밝힌 배상의 일환인 위자료

지난 1999년 제정된 4·3특별법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법률이 아닌데다 4·3피해자에 대해 의료나 생계지원 같은 보조적 측면과, 4·3평화공원 등의 위령 시설과 사업 등의 간접 지원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법률은 "국가는 희생자에 대하여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로 개정함으로써 배상의 성격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배상이란 국가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법률 용어이며, 공권력의 폭력으로 육체적 피해를 입을 경우 재산적 손해로 배상하며, 정신적 손해는 위자료로 배상하는 데 이번 개정에 "위자료"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그간 정치인들만이 인정하던 국가의 불법성을 행정부가 인정하였다는 점이며, 향후 법률에 따라 사법부가 국가의 폭력성에 대해 판결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특별한 지원"의 의미에 대한 해석에 따른 논쟁이 있을 것이고, "필요한 기준"이라고 명시된 세부 사항으로의 위자료 산출 기준과 지급 방법 등에 대한 6개월 동안의 연구 용역과 용역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입장 반영 정도 등에 따른 논쟁도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한 기준이 나오면 6개월 후에 다시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배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 명시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4·3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번이나 약속한, 과거사의 정의로운 청산을 위해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배․보상의 원칙'의 필요성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했다. 기획재정부의 마지막 단계에서 "위자료" 수용은 오영훈 의원이 던진 신의 한수이자,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 해석한다.

"위자료"의 명시로 1999년 제정된 4·3특별법이 '진상 조사를 통한 명예회복' 법률이라면, 이번 전부 개정 법률은 '피해구제를 통한 명예회복' 법률로 전환하였다는 점에서 야만적인 과거사의 정의로운 청산의 큰 이점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법률에 배상과 보상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음은,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많은 국가 폭력성을 인정하지 않고자 함이거나, 예산의 편성을 거부하고자 하는 몰역사성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과거사 관련 법률의 제․개정 과정에서 '배․보상의 원칙'은 반드시 반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법적인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의 재심

2007년에 수형인들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4·3특별법 개정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수형인들의 유죄 판결의 결과는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그래서 4·3범국민위원회는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무효화 하고 수형인들의 범죄 기록 삭제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으나 기성 법조인들과 법무부의 반대가 컸다.

그래서 법무부와 협의 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이하 4·3위원회)에서 직권으로 법무부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재심'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2019년 1월 대한민국 사법부는 4.3당시 이루어진 군사재판에 대해 공소기각을 함으로써 재판의 불법성을 인정하였기에 4.3위원회에서 '일괄직권재심'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2020년에는 일반 재판도 국가의 불법성을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개별 특별 재심'을 통해 수형인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진 것이다. 이는 1999년 4.3특별법 제정 안을 발의하여 각별한 정성을 쏟았던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장관의 지혜로 얻어낸 '재심'제도로 해석되고 있다.

4.3범국민위원회가 제안한 군사재판의 불법성의 무효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법무부의 '재심'제도로 지난 70여년 동안 범죄자로 살아 온 4천 4백여 명의 수형인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럼에도 희생자들은 재심 과정에서 국가의 불법성과 반인권적 행태들을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남아 있어, 향후 과거사 관련 법률 제․개정시 당시 재판의 불법성을 인정하여 특별법에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통해 수형인들을 일괄 구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수형인들의 증언 2015년 5월 30일(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고령의 제주4.3 수형인들이 증언하고 있다 ⓒ 박진우

 
부모 등 조상을 찾을 수 있는 가족관계 등록부의 정정

4·3당시 생존자들은 호적 정리의 잘못으로 실제 제사와 벌초 등을 통해 조상을 모시며 살아가고 법률상으로는 조상이 아닌 사람을 모시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1999년 제정된 법률 해석 시 법원의 판단을 선결조건으로 하는 행정부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가족관계의 등록이 잘못된 유가족들은 4·3위원회에 사유를 제출하면 법률에 따라 가족관계의 정리를 통해 법률로서 70여년 동안 잃어버린 조상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4·3위원회의 권한 조정을 통한 진실 규명

권위주의 정부 시절 위원회를 어디로 두는 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많은 위원회들이 국무총리실에 두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자 하였으나, 2000년 이후 독립적인 상설 위원회가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고 전문성을 확대해 나가는 위원회 설치는 공무원의 증원과 예산 등이 수반되어 정부가 싫어하는 조직 형태다.

그래서 대안으로 4.3범국민위원회는 진상조사단과 보상지원단을 제안하였으나 반영이 안되고, 국회에서 추천한 위원 4명을 포함한 분과위원회를 두고 추가 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국회에서 추천한 위원들의 역량과 정성이 추가진상조사를 결정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제안하여 반영되어 위원회의 위상을 강화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나, 과거사 관련하여 국회에서 추천한 일부 위원들의 냉전적 사고와 부인주의적 사고로 인해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파행이 일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4·3의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을 위해 국회에서 위원 추천시 많은 고민과 함께 숙의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넘지 못한 강, 4·3의 정의

제주4·3특별법에 의해 확정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제주4·3은 "미국군사정부 시기인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한반도 남쪽만의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1999년 제정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개정하지 못하고 4·3의 정의가 멈춰버린 시계가 되었다.

70여년 전에 있었던 4·3의 성격은 이미 역사학자들에 의해 다 밝혀졌고,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만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인정한 역사적 사실임을 존중하여 4·3특별법 정의를 명확히 하고 당시 폭력의 책임을 정치적으로나마 밝혀 나가야 할 것이다.

4·3 왜곡한 명예훼손 처벌의 어려움

지난 70여년 전 최소 3만 명에서 최대 9만 명까지 희생 되었고, 그 이후로도 살아 남은 섬 제주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빨갱이와 폭도로 몰려 죽음도 부족해 살아남은 후손이라는 이유로 연좌제라는 폭력에 시달려 왔으며, 일부 냉전적 사고와 부인주의자들은 의도적으로 4·3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해 왔다.

지난 2001년부터 4.3특별법과 정부가 채택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부정하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등 계속 되어 왔으며, 희생자 무효 확인 청구 소송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모두 패소했다.

이렇게 재판을 하는 동안 희생자들은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이번 개정안에 4.3의 명예를 훼손한 자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당시 희생자들의 아픔을 나누고 희생자에 대한 존중의 뜻을 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행안위 공청회 과정에서 쟁점이 되어 제외 되었다. 향후 개정시 5.18특별법의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참고하여 4·3특별법을 포함한 과거사 법률에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규정을 통해 더 이상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4·3특별법 개정으로 여러 가지 과제 중 희생자들의 과제는 국가의 배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제주4·3항쟁의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이 야만스런 과거사를 정의롭게 청산되는 좋은 사례로 자리를 잡으려면 배상금을 역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다른 과거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 사용될 때 더욱 빛 날 것이며, 여순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의 과거사도 서둘러 피해구제를 통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동안 야만의 역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헌신 해주신 많은 분들께 두손 모아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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