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만난 미얀마 친구들과 그들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며

난미야씨, 네이 묘 아웅씨에게

등록 2021.03.02 11:20수정 2021.03.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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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앞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난미야씨. 피켓에는 구금된 지도자들을 석방하라, 민간정부에 정권이양하라는 요구가 담겨있다. ⓒ 안승민

 
지난 주말(2월 28일) 시청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경복궁역을 향해가고 있었다. 광화문광장 앞에서 마주친 한 사람. '구금된 지도자들을 석방하라', '민간정부에 정권 이양하라'라는 문구 아래에 붙여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과, 'Shame on you, dictator we never forgive you (부끄러운 독재자를 우리는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광화문광장 앞 사거리에서 만난 난미야씨의 이야기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We want justice'라고 쓰여진 피켓을 든 네이 묘 아웅씨. ⓒ 안승민

 
난미야씨를 뒤로하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난 사람은 네이 묘 아웅씨. 그 역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라는 문구와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We want justice',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난미야씨가 들고 있던 피켓과 같이 가위표 쳐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의 사진과 부끄러운 독재자를 우리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피켓에 담고 있었다.

미얀마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미얀마 군부는 장갑차를 이동하는 등 병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포함한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고, 경찰과 군부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얼마 전 미얀마 현지의 영상을 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군부와 경찰이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있는가? 그야말로 비참한 현실이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쿠데타 이전에도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려웠다. 헌법상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서 지명하게 되어 있었다. 군부가 일정 의석을 할당받는 의회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지난 선거 때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는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해 투표소가 운영되지 않아 소수민족의 참정권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 미얀마는 쿠데타 이전에도 위태위태하게 민주주의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군부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끝내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를 보며 홍콩이 떠오른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집회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까지 많은 이들이 홍콩과 함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홍콩과 연대했다. 물론 홍콩에서도 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에 맞섰지만,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막지 못했다. 결국, 홍콩 시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빼앗겼다.

홍콩에서 많은 시민이 저항할 때 본 사진 한 장을 잊을 수 없다. 홍콩의 한 벽에 쓰인 'Be aware or Be next(깨어있거나 혹은 다음이 되어라)는 문구는 우리의 가슴을 달구기에 충분했다. 'Be aware or Be next'는 홍콩에만 한정된 문구가 아니다. 미얀마에서도 적용된다. 전 세계, 대한민국과 미얀마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깨어있을 것인가, 다음이 될 것인가.

나는 미얀마에도 민주주의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민주주의는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군부의 총칼도, 인터넷 차단도 민주주의를 위한 미얀마 시민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이 제일 어둡다고 한다. 미얀마에도 어두운 새벽이 찾아왔다. 다시 민주주의라는 해가 뜰 그 날을 기다린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네이 묘 아웅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며 "화이팅!"을 외쳤다. 네이 묘 아웅씨도 웃으며 내게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네이 묘 아웅씨를 보며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올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미얀마에서,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는 것은 미얀마에 곧 민주주의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오는 그날까지 함께하겠다. 우리와 미얀마, 미얀마와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나는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오는 그날까지 연대하겠다. 여러분의 연대를 부탁드린다.

난미야씨, 네이 묘 아웅씨! 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그날까지, 화이팅!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미얀마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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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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