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 꿈과 희망을 심는 마음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76] 연화산 산행길의 어린 측백나무

등록 2021.03.03 09:13수정 2021.03.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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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 ⓒ 이상옥

   
오래된 미래 어느 초봄
나를 밟고 오시는 이 있어
여기 아름드리 큰 나무
심은 뜻 알으시리이다
- 이상옥 시인의 디카시 <연화산 산행길의 어린 측백나무>
 

최근 노모를 모시기 위해서 귀향한 선배 몇 분이 있다. 도시에서 자녀들을 다 키우고 현직에서 은퇴하고서 생의 후반기를 고향집에 와서 노모도 직접 모시며 텃밭도 가꾸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고향집을 리모델링 하고서는 마을이장을 맡아 봉사하는 선배도 있다.

장산마을 허재도 이장이다. 허재도 이장은 사단법인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병역명문가란 조부 및 부, 백∙숙부, 형제, 사촌형제 3대가 성실히 현역 만기 복무를 마친 가문으로 병무청으로부터 인정된 가문을 일컫는다.

(사)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는 병역명문가로 지정받은 가문 및 회원이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이 사회 저변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장서서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설립된 단체로 2011년에 창립됐다 한다.

허재도 이장은 사단법인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를 창립해서 초대회장을 맡을 만큼 추진력과 역량이 뛰어난 분이다. 이제는 귀향해서 고향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허 이장이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중에, 최근 나의 고향집 서재에도 들렸다. 마침 부산에서 우체국장을 지내다 귀향한 허성도 선배와 같이 티타임을 가지게 됐다. 그 자리에서 우연찮게 2004년부터 고향마을에서 지역문예운동으로 시작된 디카시도 화제가 됐다.

허재도 이장과 허성도 선배는 디카시를 고성군의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카시문학관 건립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왜 추진을 안 하고 있는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몇 년 전부터 한국디카시연구소에서 디카시문학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했더니, 그럼 마을주민들 중심으로 디카시 발원지 안내판도 세우고 디카시문학관을 다시 추진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마을주민들이 뜻을 모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렇다고 당장 디카시문학관이 건립될 수 있겠는가마는, 동네 선배들과 고향마을 발전을 위해서 이런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감격스러웠다.

며칠 전 연화산 산행을 하면서 키 큰 소나무들 옆에 심겨진 어린 측백나무를 보고 그 뜻이 참 고맙게 느껴져서 오늘 소개하는 디카시 한 편을 썼었다. 큰 소나무들이 지금은 그늘을 드리우며 등산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또 먼 후일을 위해 어린 측백나무를 심은 분의 고귀한 뜻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이다.

장산마을 발전을 위해서 허재도 이장과 허성도 선배와 나눈 대화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디카시문학관이 건립되고 안 되고는 어찌 보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것이지도 모른다. 더 소중한 것은 미래를 위한 꿈과 희망을 심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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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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