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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표 '유치원 무상급식', 이거 안 건드리면 큰일

[주장] 무상교육에 반하는 유치원 자율권·결정권... 이 대표가 살펴야 할 것들

등록 2021.03.04 07:33수정 2021.03.0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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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은 지난 2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유치원 무상급식'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22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서울시가 2011년 시작한 무상급식이 10년 만인 올해 모든 초·중·고교에서 시행됐다. 그러나 유치원 학부모의 부담은 크다"라며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위해 누리과정 지원을 현실화해야 하는 등 몇 가지 과제가 놓여 있지만 유치원 무상급식은 새로운 민주당 시장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수당 만 18세까지 확대, 만 5세 무상교육 제안과 함께 유치원 무상급식은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의 복지 공약의 근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아 자녀를 둔 부모로서 유치원 무상급식이 가정 내 보육부담을 해소하고 공적 자원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생애 출발선부터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보편복지 정책으로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유치원 무상급식이 공공성을 갖추고 정상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의 연장이라는 '단선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치원3법 시행 이후 사립유치원의 비리와 부실운영이 근절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전면 시행과 정부 지원금 부정사용에 대한 징계조항이 마련됐으나 이제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일부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자들의 영리 추구는 어김없이 무상복지 지원금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이낙연 대표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위해 누리과정 지원을 현실화해야 하는 등 몇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라고 밝혔듯이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대한 재정 지원의 형평성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개인 설립이 허용된다. 전체 사립유치원 중 87%가 개인설립 형태다. 유치원은 공공기관이자 학교로서 그 자체로 비영리 및 공공성을 본질로 함에도, 일부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자들의 공공성보다는 개인사업자로서의 인식과 영리 추구가 유아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회계부정을 통한 사적재산권 불리기로 악용한 역사가 길다. 전국민이 분노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아니었던가.

그 때문에 사립유치원에 정부지원금이 투입될 때에는 예산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부 지원금만큼 원비, 즉 학부모 부담금의 실질적인 경감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매달 수십만 원의 원비를 내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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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치원 모습. ⓒ 연합뉴스

 
불행하게도 현행법상 학부모 부담금은 유치원 실정에 따라 상한선 없이 원장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이 점을 근거로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자들의 '원비 꼼수인상'은 계속됐다.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을 초과할 수 없게 하는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2015년부터 시행)가 있지만 상한선을 넘겨도 시정명령에 그친다. 무엇보다 사립유치원 유치원비의 자율권과 결정권을 부여한 상위법이 버젓이 존재한다.


유치원 누리과정 무상교육 제도는 고액의 학부모 부담금으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을 전혀 체감하기 어렵다. 말은 무상교육이라지만,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면서 매달 수십만 원의 원비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이라 함은 표준유아교육비를 기준으로 한 국·공립유치원 재원 아동에 국한되는 제한적 무상교육이다. 2018년 기준 사립(전체 대비 75%)에 다니는 50.4만 명은 유상교육을 받고 있으며, 교육비·급식비·방과후과정비·재료비 등을 학부모가 부담한다. 그 규모 또한 전국이 제각각, 사립유치원 관리자 마음대로다.

유아교육법 제25조 제1항 제1조는 국·공립과 사립을 구분해 유치원의 설립·경영자로 하여금 학부모부담금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명시했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별로 별도의 학부모부담금을 적게는 20여만 원에서 많게는 80여만 원까지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치원알리미에 공시된 2020년 하반기 사립유치원 만5세반 평균원비는 15만2780원이고 서울 평균 약 23만원이다. 그러나 평균은커녕 서울에서 23만 원을 받는 사립유치원은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엉터리 통계라는 비판을 받아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2018년 사립유치원 비리사태를 통해 고액의 학부모 부담금이 거래 업체의 리베이트, 페이백을 통해 부당 이득으로 이어지는 업계 관행이 폭로됐다. 이후에도 교육부는 학부모를 통해 실납부액을 파악하지 않고, 사립유치원이 스스로 공시한 자료를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다. 어린이집 필요경비도 20만 원대를 훌쩍 넘는데 사립유치원이 학부모 부담금이 어린이집보다 작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유아교육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유아교육법 제25조 제1항 제1호

이낙연 대표가 유치원 무상급식에 정녕 의지가 있다면 유아교육법 제25조 제1항 제1호, "유치원의 설립·경영자는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업료 등의 교육비용과 그 밖의 납부금(이하 '유치원 원비'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부터 폐지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의 유치원비 자율권·결정권 부여는 무상 유아교육에 본질적으로 반한다.

표준유아교육비를 기준으로 사립유치원의 유치원비를 결정하도록 하지 않고, 사립유치원으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유치원비를 결정하도록 한 이 법조항은 무상교육을 명시한 동법 제24조 제1, 2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제24조(무상교육) ① 초등학교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無償)으로 실시하되, 무상의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무상으로 실시하는 유아교육에 드는 비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되, 유아의 보호자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린이집의 경우 필요경비 수납액은 영유아보육법 제38조에 따라 어린이집 소재지 관할 시·도지사가 정한 한도 안에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나 보호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보육료 상한제를 통해 기관이 학부모에게 과도하게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역시 현행 유치원비 결정권을 폐지하고,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 위반에 강경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배제한 채 유치원 무상급식이 실행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막대한 국가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수혜는 유치원 설립·운영자의 호주머니로, 피해는 학부모·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유치원 무상급식을 위해서 민주당이 살펴야 할 게 있다. 유아교육 예산이 투입되는 유치원과 보육예산이 투입되는 어린이집간 재정지원의 형평성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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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0일, 정치하는 엄마들은 '어린이집 급간식비 1745원 → 1900원 찔끔인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치하는엄마들

 
유치원 교육비와 어린이집 보육비 산정에서 급간식비 포함 여부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교육비와 보육료가 동일한 수준에서 지원되고 있음에도 교육비는 급·간식비를 제외한 비용이고 보육료는 급·간식비를 포함한다. 그러나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최저기준의 경우, 11년만에 겨우 만0~2세 1745원에서 1900원, 만3~5세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됐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지원금이 천차만별이고, 공공기관 어린이집의 급식단가 최고치인 서울시청 어린이집 6391원과 비교해 3.7배 차이가 난다. 부모가 공무원인지 아닌지, 사는 지역이 어디인지에 따라 금식판과 흙식판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1900원으로 하루 한 끼와 두 번의 간식을 해결해야 하는 어린이집 아이들은 배고플 수밖에 없다. 유치원이라고 다를까. 수십만 원의 원비를 받는 유치원이 양질의 급식 제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원할 때 늘 먹을 것을 찾는 아이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 모두 같다. 유치원 무상급식은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금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신복지제도로서의 '유치원 무상급식'을 환영한다. 정상적인 정책으로 안착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의 연장이라는 일차원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할뿐더러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해법은 명료하다. 유아교육법 제25조 제1항 제1호 폐지로 사립유치원의 원비 자율권·결정권을 없애고, 지원금만큼 학부모 부담금을 실질적으로 낮춰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집 급간식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강미정씨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입니다.
#유치원무상급식 #이낙연 #신복지제도 #사립유치원비리 #유치원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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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은 회원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모든 엄마가 차별 받지 않는 성평등 사회 ▲모든 아동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복지 사회 ▲모든 생명이 폭력 없이 공존하는 평화 사회 ▲현재와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옹호하는 생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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