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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에 격노한 상임위원장... 국회개혁의 필요이유

[내가 쓴 '내 인생의 책']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등록 2021.03.04 12:02수정 2021.03.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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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9일 경향신문 29면에 실린 필자의 기고문. ⓒ 경향신문PDF

 
두 번의 파면 위기, 국회개혁을 향한 더욱 굳세진 의지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국정농단 박근혜 정부와 거래해 상고법원을 추진했다. 그리하여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조직법 등 6개 법안 개정안은 2014년 12월, 국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체 국회의원의 과반수인 168명의 서명으로 발의됐다.

필자는 <경향신문>에 이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회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정책능력 부재와 무대책 그리고 '힘센 곳에 본능적으로 따라가는 정신' 혹은 시류에 영합하고 강자에 편승하는 밴드왜건(bandwagon) 현상이 동시에 증명되는 장면이다"라고 국회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틀 뒤 나는 국회 법사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 국회도서관장에게 전화해 '소준섭 직원의 문제'를 호통치려던, 그러나 내게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 속 목소리는 상대방이 도서관장인줄로 잘못 알고 한참을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내가 "제가 소준섭입니다"라고 말하자 바로 끊어졌다. 법사위 전원이 나를 자르기로 합의했다는 '미확인(확인할 수도 없는)' 소문을 훗날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맞서 싸워보려 했으나 주위 사람들의 만류와 권고에 따라 잘 아는 의원에 부탁해 파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 3년 전인 2012년 초, 필자는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제도가 전두환 정권에 의해 법률로 규정됐고, 이는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기된, 가히 경천동지의 주장이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선거의 어수선한 틈을 타서 나에 대한 징계(사실상 파면)를 추진했다. 당시 나는 징계위원회에 "나를 일관되게 민주주의의 길을 걷게 해줘서 감사드린다"는 제목의 최후 진술서를 제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징계는 없었던 일로 처리됐다. 우원식 의원과 원혜영 의원 도움이 컸다.

이렇게 두 번의 파면 위기가 있었지만, 반드시 국회개혁이 필요하다는 내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국회 욕은 엄청 하지만, 국회개혁 책은 전혀 사지 않는다"

필자가 국회 정년 퇴직을 2년여 앞둔 어느 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신동수 선배님이 졸업 논문을 하나 써야 되지 않겠느냐고 '강권'을 하면서 책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은 시작됐다.

집필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계속 출판사에 출판을 타진했다. 그런데 접촉한 모든 출판사들이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국회 욕은 엄청 많이 하지만, 국회개혁을 다룬 책은 전혀 사지 않는다"라며 한결같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결국 신동수 선배가 출판 비용을 모두 부담해 간신히 출판할 수 있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이란 제목도 상의 끝에 선배가 정했다.
 

책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표지 ⓒ 어젠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들이 국회에 근무하던 나를 방문해 '검토보고제도'를 비롯한 국회 문제를 써달라고 요청한 것도 훗날 책에 담길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후 오마이뉴스에 '일하지 않는 국회의 숨겨진 진실'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한 것을 신호탄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국회개혁 관련 글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기고문들은 일종의 내부 고발로서 항상 징계의 위험성이 수반되는 것이었기에 특별히 사실관계에 정확해야 했고 신중하게 써야 했다. 내게 부여된 사명이요 임무로 받아들여 최선을 다했다.

결국 국회개혁이 우리 시대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한 지인은 책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이 향후 '국회 문제'를 연구하는 어떠한 후학들도 피할 수 없는 필독서라는 '과찬'의 평을 했다.

국회는 가장 중요하다. 왜냐면 그것은 언필칭 시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가 제도적으로 잘 선출돼 구성되고 또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우리 사회와 국가 전체의 민주주의와 균형을 위하여 수행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또 그렇게 될 때 시민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선출한 의회를 통하여 그 의사를 표출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국회는 지금 거꾸로 우리 사회에서 모든 영역의 앞길을 가로막고 사사건건 정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커다란 장애물로 변질되어 버린 현실이다.

결국 국회개혁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우리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국회부터 바로 서야 한다. 국회를 바꿔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바꿔낼 수 없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은 시작된다. 그리고 절망과 좌절의 끝에 비로소 희망이 이어진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이 그 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데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회개혁 #소준섭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검토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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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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