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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신인 저자를 발굴한 편집자의 단호한 답변

[책이 나왔습니다] '글만 본다'는 편집자와 함께 만든 '난생처음 내 책'

등록 2021.03.07 16:45수정 2021.03.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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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책 표지 ⓒ 이경화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망했던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단권 작가가 아닌, 세 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거였고, 또 하나는 당분간 매년 책 한 권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자기 삶을 글로 풀면 누구나 책 한 권 나온다는 말이 있으니, 작가라면 단권이 아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고, 출판이라는 꿈을 늦게 갖기 시작한 만큼 한동안은 꾸준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첫 책을 출간한 이후로 나에게는 적지 않은 운이 따랐는지, 소망했던 두 가지를 모두 이루었다. 2019년 소설로 첫 책을 내고서 작년과 올해까지 매년 책 하나를 내게 되었으니까. 얼마 전 세 번째 책이자 두 번째 에세이가 세상에 나왔다.

다른 출간 작가분들을 보면 데뷔작을 낸 이후로는 출판사 청탁을 받아서 책을 내는 분들도 많이 계시던데, 나는 어째서인지 출간한 책 세 권을 모두 출판사 투고로만 진행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내는 몇 가지 방법 중에 유독 투고와 관련하여 할 이야기가 많았나 보다.

요즘은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하는 독립출판도 많은데, 나는 글을 쓰는 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낼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존명사 같은 인간이라고 여기며 살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든 출판사와 함께 협업하고 싶었고, 그렇게 출판사에 글을 보내면, 그때마다 글을 읽어준 편집자가 있었다.

세 번째 책은 그런 편집자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책에는 한 편집자를 만나 데뷔작을 내게 되었던 과정과 글을 쓰며 일어났던 에피소드와 감정,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출간 후의 삶을 실었다.

유명 작가도, 인플루언서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는 출간기획서를 같이 보내고, 거기에는 책의 대상 독자들을 적어내기도 한다. 나는 세 번째 책의 출간기획서 대상 독자란에, 지난 몇 년 전의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낼 작가 지망생, 혹은 출간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적었지만, 어쩌면 이 책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보았을 때 가장 재밌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출판업계도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편집자들을 만난다. 대개는 선한 사람들이었지만, 간혹 나쁘고 이상한 사람도 있었으니까. 책에는 내가 실제로 보고 경험했던 다양한 편집자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하여 새 책의 제목은 <난생처음 내 책>이고, 부제는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이다.

책의 표지는 책과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려온 독일의 작가 크빈트 부흐홀츠(Quint Buchholz)의 그림을 사용했다. 출판사에서 처음 이 그림을 표지로 염두에 둔다고 했을 때, 그림과 글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빼꼼 내민 소년과 책탑, 보름달과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이는 거북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소년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고, 길쭉한 것이 마치 펜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년은 어쩌면 천천히 움직이는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언젠가는 보름달처럼 밝은 빛을 낼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많은 작가 지망생이 그러한 것처럼.

평소 편집자들의 글을 많이 찾아본다. 한 편집자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책을 낼 때는 많은 것을 살펴보고서 출간을 기획한다고 했다. 저자가 트렌드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저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지, 저자가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인지.

안타깝게도 나는 그 무엇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책의 담당 편집자와 첫 미팅 자리에서 나는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말끝을 흐리면서 여쭈었다.

"편집자님 대체 뭘 보시고 제 원고를..."

그때 담당 편집자님은 단호한 표정으로 미소를 띄우며 이렇게 말해주었다.

"저는 글만 봅니다."

그러니 이 책은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아직은 무명의 신인 저자와 오로지 글만 본다는 편집자가 함께 만든 책이다. 글쓰기와 책을 좋아하는 분들, 작가를 꿈꾸는 분들. 그리고 출판업계에서 오늘도 양질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집자 분들. 이런 분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덧) 아, 책에는 오마이뉴스의 <책이 나왔습니다>에 관한 이야기도 풀었다. 어떤 이야기를 실었을지, 궁금함이 생긴다면 이 기사는 소임을 다한 것이겠습니다만.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이경 (지은이),
티라미수 더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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