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값 벌기 위해 신문배달까지..." 생존권 위협받는 경기방송 직원들

[사상 초유의 자진 폐업, 경기방송 해직 근로자들의 투쟁기⑧]

등록 2021.03.08 10:29수정 2021.03.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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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공모집회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방통위 집회 ⓒ 서승택

 
수도권 유일의 지상파 라디오 방송이었던 경기방송이 정파된 지 1년이 지났다. 2020년 3월 30일 0시를 기준으로 정파된 FM 99.9MHz 주파수에서는 1년째 기계음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경기방송에서 일하던 기자와 PD, 기술 직군의 노동자들은 방송 정상화만을 위해 무급으로 온라인 방송을 이어가며 여전히 투쟁 중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1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미루고 있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사업자 공모가 계속 미뤄지면서 방송 정상화만을 위해 투쟁하던 경기방송 노동자들의 생계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경기방송 보도국 기자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5월 갑작스러운 해직으로 공허함이 찾아왔고, 해직 이후에도 방송기자로 활동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기자라는 오랜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중"이라고 밝힌 A씨는 "1년째 방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모조차 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처음에는 무기력한 감정을 느꼈지만 이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도국 기자 B씨는 지난해 3월 30일 경기방송이 정파되기 직전에 딸을 출산했다. 모두의 축복을 받기도 전에 B씨는 회사의 폐업소식과 정리해고 소식을 전달받았다.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에도 B씨는 이제 곧 돌을 맞는 딸을 위해 다시 한 번 방송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B씨는 "그동안 다른 언론사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지만 99.9MHz의 정상화를 위해 모두 거절했다. 실업급여 지급이 만료되면서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도 알아보고 있다. 방송이 정상화되고,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언론사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꿈꾸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국에서 20여 년 간 PD로 일한 C씨는 실업급여 만료를 앞두고 아이들 학비 마련에 분주하다. 수험생이 된 고등학생 2학년 아들과 예체능을 준비하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딸의 교육비만 해도 한 달에 수 백여만 원이 소요된다. 그동안 아이들의 교육과 육아를 책임지던 아내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돕고 있다.

C씨는 "지난해 5월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뒤 모아둔 돈과 실업급여로 아이들 교육비를 지출했지만 이제 실업급여가 만료되면 이마저도 충당할 수 없다"며 "중학교 2학년 딸은 예체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아빠로서 아이의 꿈을 도와줄 수 없을까봐 두렵고 아이들도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눈치를 보는 것 같아 한없이 초라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술부에서 원활한 방송 진행을 수십 년간 담당했던 D씨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경기방송은 폐업했지만 방송정상화를 위해 노조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가족들의 생계는 아내가 책임지고 있다. 아내는 매달 수백만 원씩 쏟아지는 자녀들의 교육비와 공과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식당일을 최근 시작했다.

D씨는 "생계 전선에 뛰어든 아내를 보면 한없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방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노조원 모두의 가장 큰 고충은 생계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가 사업자 선정 과정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은 좋지만 노조원들은 이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하루빨리 공모를 진행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빠른공모 촉구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방통위 집회 ⓒ 서승택

 
한편, 지난해 5월 7일자로 전원 해고된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은 99.9MHz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하루빨리 진행하라는 집회를 매주 수요일마다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정문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당초 해를 넘길 것 같지 않았던 99.9MHz 새로운 사업자 공모절차는 지난해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방송사의 재허가 문제와 일부 방통위원들의 교체, 내부 인사이동 등의 이유로 미뤄졌다. 2021년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사업자 공모가 시작될 것으로 보였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조합원들의 새해 소망은 남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평범한 '출근'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경기방송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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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MHz 경기방송 사회부 기자입니다. 사상 초유의 방송사 자진 폐업 사태에도 좌절하지 않고 99.9MHz를 도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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