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알권리'를 통해 묻고 말하다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공모전 수상자 기획인터뷰] 에세이/소설 부문 남보경, 배건효, 홍정은

등록 2021.03.08 18:11수정 2021.03.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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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20년에 이어 올해 ‘제 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했다. 한노보연은 오랫동안 직업계고 현장실습 문제와 실습실 환경을 중심으로 청소년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연대활동, 교육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9년부터는, 일하는 청소년들이 안전,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만 제대로 문제가 드러나거나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청소년들에게 노동안전보건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부재하거나 파편화된 방식으로 주어져 있다는 고민 속에서 ‘알권리’ ‘청소년 노동 플랫폼’ 등을 주제로 연구모임, 토론회 등을 개최해왔다.

본 공모전은 ‘청소년 노동자의 안전, 건강 문제와 알권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2021년 1월 한 달 동안 ‘영상/영화’ ‘에세이/소설’ ‘카드뉴스/웹포스터’ 세 가지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받았고, 연속 기사를 통해서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담았다.[기자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번 '제 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의 주제를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알권리"를 통해 묻고 말하다'로 선정했다.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문제 가운데서도 청소년들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각종 정보와 교육들이 부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알권리'의 중요성을 고민한 결과였다.

한편, 사회적으로 또는 학교나 일터라는 공간 안에서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는 문제도 청소년의 '알권리'와 관련된 주요한 주제이다.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청소년들은 인식하고 있는지,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지난 2020년 진행한 1회 공모전과는 다르게 에세이와 소설 부문을 추가로 기획했다. 영상이나 이미지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창작자의 고민이나 언사가 제기되는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노동자의 안전, 건강 문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에세이/소설 부문의 세 명의 수상자들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알권리'의 문제로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해석하고, 관련된 자료를 찾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제에 대해 고민했다.  세 명의 수상자와 함께 이번 공모전의 주제와 참여 계기,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컨텐츠 공모전 '청소년, 노동안전을 권리로 말하다'의 포스터이다. 2021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영상/영화, 에세이/소설, 카드뉴스/웹포스터 부문의 작품들을 공모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안녕하세요. 각자의 자기소개와 더불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도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남보경: 수필 에세이 <우리가 함께 안다는 것>으로 당선된 남보경이라고 합니다. 창원에서 '조례 만드는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경남 지역의 학생인권 조례를 만드는 활동에 참여했고, 청소년 단체인 아수나로에서 청소년 인권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뚜벅이'라는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요. 주로 청소년 인권 분야에서 활동을 해와서 노동이라는 주제는 생소하기도 했는데요. 인권운동을 하면서 알바노동을 하는 친구들을 알게 되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라던지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이슈들을 접하면서 에세이를 통해 공모전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건효: 부산에서 살고 있고, <책임은 이겨내면서 지는 것>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이 소설은 제가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제조업 공장으로 2주간 실습을 나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게 되었어요. 공장에서 주인공이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담았고, 처음에는 무작정 부당한 사건들을 견디다가 노동자로서 자기 권리를 알게 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홍정은: 소설 <유니폼>을 쓰게 된 홍정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 청소년이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노동 착취 문제와 청소년으로서 받는 부당한 대우들을 겪는 과정에 대해 소설로 풀어 썼습니다. 노동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친구 2명이 편의점에서 알바노동을 하는데, 둘 다 최저시급을 못 받고 일을 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의 사장이 하는 말은 '너네는 청소년이라 어디서 써주지도 않으니 최저시급이 안 돼도 일한 것도 감사해야지'였다고 해요. 이 일화를 들은 이후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 세 분 모두 청소년으로서 겪는 주변 친구 또는 본인의 노동 경험을 통해서 작품을 구상하셨네요. 작품을 통해 가장 부각되었으면 했었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보경: 청소년 인권활동을 하면서, 그리고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장기투쟁 사업장들을 알게 되었고, 보다 일상적인 수준에서도 노동환경이 열악하거나 안전하지 못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다치거나 아프게 되는 일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알 기회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문제를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배건효: 작품에서 거의 다루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긴 하지만, 산업재해와 관련된 부분이었어요.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최근에 알게 되었고, 그 문제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가 정확히 산재 과정이나 실제 경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더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산업재해가 설사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방지하지 못한 일터나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산재보험 역시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정은: 저는 직접적인 노동경험이 아직 없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소비자로서 또는 시민으로서 어떤 가게에 방문하거나 했을 때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장면들을 보곤 해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초점을 두고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 공모전의 주제이기도 했던 노동자의 알권리 문제를 각자 어떻게 해석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평소에 노동문제 중에서도 안전, 건강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고민했던 것들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남보경: '알권리'에 대해서 고민이 되었던 건, 자기 권리를 알면서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들이었어요.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노동의 권리를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알더라도 일터 안의 관계 속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제가 에세이에서 다루기도 한 일터 내 관계 속에서 성희롱이 발생한 사례라던지, 혹은 청소년이기에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더 안좋은 대우를 받는다던지 이런 구체적인 사안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아는 것도 알권리의 중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건효: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권리에 대해 어떻게 알게끔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알권리'라는 말이 모호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공모전의 설명 영상을 보며 공부해보니, 제가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권리들을 보장해나갈 것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더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정은: 저도 비슷한 의견인데요. 제 소설의 경우에는, 자기 권리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어요. 알고 있지만, 그 지식이 안다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행동을 통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에 참여한 소감도 나누어주시면 좋겠어요. 
배건효: 저의 작품을 통해서 공모전의 취지와 주제가 더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고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활동이 있다면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남보경: 작년에 처음 알바를 했을 때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어요. 직접 겪으니 참 억울했는데, 에세이라는 것을 통해서 고민했던 점들을 글로 풀어내고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홍정은: 공모전을 알게 되면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냈던 자료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정말 뜻깊은 자료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인터뷰는 '제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 김지안님이 작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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