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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적인 느낌' 따라 주식 사지 마세요, 제 꼴 납니다

[투자의 민낯] 몇천 원짜리 물건도 비교하면서... 왜 주식은 그게 안 될까

등록 2021.03.12 14:48수정 2021.03.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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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주워들은 조악한 정보와 느낌에 기대어, 몇백만 원어치 주식을 고민도 없이 샀음을 고백한다. '아이고~ 아이고~'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떨어질 때마다 물을 탔던 것도 이실직고 한다. '끅~끅~' 통곡하는 어머니 옆에서 오열하는 아내가 보인다. 게다가 그 물은 빌린 물. '엉~엉~' 네 명의 아이들이 멋모르고 따라 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를 것 같다는 강렬한 느낌이 근거인, 이른바 '감성 투자'. 못난 내 과거의 모습이다. 3만 원이 조금 넘는 키보드를 사면서도 장장 12시간에 걸쳐 모르는 용어를 공부하고 기능과 가격도 비교하면서, 몇백만 원의 주식을 살 때는 12분도 고민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나란 인간.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 남희한

  
주식 리딩에 코가 꿰다


지인이 주식 매매를 리딩하는 단톡방에 가입했다. 그리고 온갖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회원 중 누군가가 하루 만에 큰 수익을 거뒀다는 무용담부터,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정보까지.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 정보가 새어 나오다 못해 터져 나왔다. 이 정도면 비밀이 아닌 것 같은데도 비밀이라며 목소리를 낮추고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들리던 OO중공업에 대한 얘기에 내 귀가 팔랑대기 시작했다. 합병을 하니, 인수가 되니 마니. 본디 귀가 얇은 사람인지라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니 관심주에 넣게 되었고 어느 순간 보초병(추세를 보기 위한 소량 매수)을 세우고 있었다.

급등락 하는 주식을 보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아. 저거 샀으면 먹었는데...', '저 급락 때 그냥 질렀으면 수익이 얼마야?' 이런 마음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주식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기준은 없었다. 소식을 듣고 샀으니 소식이 들어올 때마다 주식은 늘어났다. 좋은 소식에 더 사고 나쁜 소식에 물 타고. 어느샌가 여기서 수익을 보기로 굳건히 결심한 상태가 돼 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합병 기대가 사라진 듯합니다. 손절하세요." 응?
"이미 추세가 깨졌습니다." 응??
"안타깝지만, 이번엔 실패입니다." 응???


실패를 재각인 시키는 리딩 업자의 문자가 전달됐고 손절을 당부했다. 하지만 나는 그 당부를 따를 수 없었다. 이미 수익을 보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결국 나는 '손절하라는 소식'에도 물을 탔다.


이미 많이 떨어졌음에도 혼자서 행복 회로를 돌리며 고집을 부렸다. 모두가 비관적일 때 희망이 싹튼다는 말도 안 되는 격언을 갖다 붙이며, 보란 듯이 익절하고 나오겠노라며 다짐까지 했다. 콧방귀를 뀌어가며 물을 타던 이때의 나에게, 뒤통수를 후려쳐 기절을 선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물을 타고 보니 이미 천만 원이 넘는 돈이 그곳에 쟁여 있었다. '100만 원만 넣어 볼까'라고 시작했던 것이 나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불어 있었고 손실은 300만 원에 달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사게 됐다던, 이해할 수 없었던 홈쇼핑 중독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들을 이해할 때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에겐 물건이라도 남아 있지 않은가.

해결 방법은 간단한데... 난 대체 왜 그랬을까 
  

같은 돈 다른 마음 같은 돈도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쓰는 태도가 달라진다. ⓒ Pixabay

 
기본을 지키지 않고 기분을 따른 결과는 참담했다. 왜 그랬던 걸까. 왜 남의 말에 귀가 팔랑거려 생각에도 없던 종목을 사고 거기다 맹신까지 해버리게 된 걸까. 귀찮아서? 아니면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구매 상세 페이지에서 처음 접하는 전문 용어를 검색까지 해가면서 공부하는데 그런 핑계는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가 찾은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공부한다고 달라질 것 없다"는 경험 때문이다. 가치가 확정적이지 않은 주식은 키보드처럼 객관적인 비교가 쉽지 않다. 기준을 갖고 공을 들이면 마음은 편하지만 모든 노력이 수익을 보장하진 않는다. 착실히 리포트도 읽고 재무제표를 확인해가며 투자해본 사람이 허무함의 과정을 여지없이 거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믿고 기다렸던 종목보다 소위 '잡주'라던 종목이 연일 상한가를 치는 것을 목도하다 보면 노력에 대한 의심과 회의감은 더욱 커진다. 그러다 차라리 노력이라도 하지 말자는 자기 방어적인 태도가 생겨난다. 주식 투자에 있어 편안한 마음이 가장 큰 무기임에도, 큰 수익에 눈이 멀어 큰 손실의 위험은 간과하고 만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애착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바란다. 그러다 보니 급등 종목을 추종하게 되고, 잠시 보유했다 얼른 정리하려 마음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종목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는 쉽지 않다. 급히 사야 하는 마당에 공부할 시간이 있을 리도 없다.

혹시 잘못 사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써야 할 '나의' 키보드를 살 때와는 전적으로 다른 마음가짐이다. 여차하면 던지겠다는 각오가 깔려 있는데 애착이 생길 리 만무하다. 게다가 애착은 없는데 미련은 있어 잘 던지지도 못한다는데 문제는 커진다.

여기까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자가 진단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 파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이제 해결 방안은 간단히 도출된다. "길게 보고 내 것을 산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풉. 아... 내가 말하고도 허탈하다. 말만 쉬운, 세상 어려운 일을 해결 방안으로 찾고 말다니. "동업자가 돼라", "기업의 주인이라 생각해라". 그게 안돼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답이 저렇게 도출되니 조금 당황스럽다. 방법으로 얘기가 옮겨가면 이게 또 묘연해지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나에게 맞는 길에서 나만의 속도로

마음을 다잡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묘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분명히 되새겨지는 것은 있다.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자"는 반복된 후회와 다짐이 그것이다. 겪다 보면 자연스레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것들이 생긴다. 시행착오라고 부르는 이것은 자신의 결에 맞는 길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람은 경험해 보지 않고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경험해보기 전엔 뭐가 뭔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뭐든 해봐야 한다. 조심할 것은 그 경험으로 인한 영향력의 크기다. 스릴을 경험하는 것이 처음부터 스카이 다이빙일 필요는 없다. 낙하산도 펼 줄 모르면서 용기를 내 뛰어내리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소소하게 회전목마로 시작해 바이킹을 경험하고 번지점프를 거쳐 비행기에 올라도 늦지 않는다. 정말이다. 뛰어내리고 나서 '아차. 낙하산을 깜빡했네' 했던 경험은 정말이지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경험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게 쌓아가길 소망한다. 욕심을 누르며 경험을 쌓아가는 길을 찾고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좀 더뎌도 괜찮다. 내 앞으로 달려 나가는 수많은 사람을 앞질러야만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그림에세이 #투자의민낯 #주식투자 #성공기원 #무리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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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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