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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불안은 누가 이해하고 배려하나요

등교 수업 시작한 학교... 밀집도 기준 둘러싼 교사들의 고민

등록 2021.03.09 15:58수정 2021.03.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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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2021학년도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한 학생이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학년부실에 갔더니 분위기가 술렁술렁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학교 밀집도 1/3 지침에 따라 오늘 처음 등교한 아이들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첫날인데 벌써부터 복도를 야생마처럼 돌아다니고 욕을 서슴없이 하고 친구들끼리 치고받고 한다는 것이었다.

"큰일이네요.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못 잡는데... 내일까지 나오고 다시 2주 후에 나오잖아요."
"그러게요. 저도 걱정이 많아요. 띄엄띄엄 나오다 보니 아이들 파악도 안 되고..."

"학생부장님, 우린 2/3 등교 안 하나요?"
"교육부에서 내려온 지침이 중학교는 변동이 없어요."
"학교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자율 결정할 수 있지 않나요?"


그러자 구석에 앉아 있던 한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들의 생각도 다르고 또 솔직히 실제 확진자가 나온다면 감당하기 어려워 그렇게 결정 못 할 거예요. 그래서 학교끼리 눈치만 보잖아요."

맞다. 지금 학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교육부는 밀집도 1/3을 준수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을 보니 유치원, 초등학교 1~2학년, 특수학교(급), 고등학교 3학년은 학교 밀집도에서 제외였다. 또 농산어촌 학교, 학생 수가 400명이 넘지 않고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내인 소규모 학교는 밀집도를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능한 등교를 확대하려는 교육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새 지침에 따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2/3 등교가 가능하게 되었고 실제 개학과 함께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2/3 등교를 하고 있다. 문제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같은 일반 중학교다. 일반 중학교는 밀집도 예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2/3 등교를 할 수 없었다.


또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 밀집도를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다고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한 것 같지만 실은 책임을 미룬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학습 상태나 예의범절 등을 걱정해 등교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이 있는 반면에 하루 300~4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등교 확대는 위험하다는 선생님들도 많다.

학교 방역담당자인 나 역시 등교 확대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또 만에 하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다는 말인가? 몇 번의 회의를 했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 학교는 지침대로 1/3 등교하기로 했었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러나 실제 수업을 해보니 지난 1년간의 교육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학교 방역담당자로서 섣부른 등교 확대를 반대했던 나도 생각이 흔들렸다. 큰일이다 싶었다.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는 담임선생님들은 오죽하랴 싶었다. 나는 불과 하루 만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등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하고 있었다. 그때 한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등교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학교가 등교를 확대해도 될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나요? 작년 10월인가 잠깐 2/3 등교했을 때 정말 난리가 아니었거든요. 마스크도 안 쓰고 떠들고, 서로 부둥켜안고... 이런 것에 대한 대책이 없잖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아이들에게 감염될까 봐 걱정이에요. 저는 집에 세 살짜리 아이도 있고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도 있으신데... 교사들의 감염 가능성은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교사의 감염 가능성은 나도 걱정이에요. 작년에 나도 고3 아이가 있어 혹시 내가 걸려서 아이를 감염시킬까 그래서 입시에 영향을 받을까 너무 걱정스럽더라고요. 교사들 백신 우선 접종을 검토한다니 기다려 봐야죠. 아이들 난리 치는 건 어쩌겠어요. 한 번이라도 더 말하는 수밖에..."

"1월 달인가에 확진자를 조사해 봤더니 학교 감염 사례가 적었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논문 이야기가 있었죠? 그리고 학부모의 약 70%가 등교 확대를 원하고 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학부모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있더니 바로 교육부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1~2학년, 특수학교(급), 고3은 학교 내 밀집도 대상에서 제외해서 매일 등교 가능하다고 발표했잖아요. 전 그 일련의 과정에서 현장의 교사들의 의견과 불안함 같은 것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좋아지겠죠."


학년부실을 나오자마자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는 아이와 부딪쳤다. 주의를 주는데 듣는 태도가 불량스럽다. 뭐 이런 것 같고 그러냐는 모습이다. 하루라도 빨리 가르쳐야지 하면서도 선생님의 불안이 마음에 걸렸다.

학교는 등교 확대를 제한하는 지침과 등교 확대가 필요한 현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등교 확대와 현실적 불안 사이에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때론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학교 방역담당자로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매주 수~목요일쯤 되면 극에 달한다. 다음 주 등교 상황을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또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니 국무총리께서 지금 적용하는 지침은 이번 주 일요일까지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 다음 주에는 새로운 지침이 나올 것이다. 그 지침이 나올 때, 다음 주 등교 인원을 1/3로 할 것인지 2/3로 할 때, 물론 그러고 있을 테지만, 학교 방역 준비 상태, 원격수업 플랫폼의 안정적 접근, 방역 지원 인력의 효율적 배치 등을 검토했으면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조치도 있었으면 한다. 그러한 조치가 좀 더 선생님들 마음속에 다가왔으면 한다. 어떠한 조치든 선생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기대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학교 방역 #등교 확대 #방역 준비 #불안 #선생님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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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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