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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부당이익 환수, 걸림돌 만만찮다

[점검] 엄격한 감정평가·농지 강제 매각 모두 한계 뚜렷... 수사 결과가 관건

등록 2021.03.20 13:03수정 2021.03.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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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공동행동 대표자들은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LH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말잔치가 아닌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 권우성


정말 철저한 투기 이익 환수가 가능할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에 연루된 직원들의 부당이익 환수를 공언한 정부가 내건 방안은 토지 강제 매각과 엄격한 감정평가, 현금 청산 등이다. 모두 법적으로 가능한 조치지만, 정해진 한계도 뚜렷하다.

엄격한 감정평가? 땅값은 이미 올랐다

정부는 먼저 투기로 인한 부당 이득이 없도록 감정평가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통상 정부가 신도시 조성을 위해 수용하는 땅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가격을 매긴다. 인근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 감정평가사가 대상 토지의 개별 특성을 비교·평가한다. 단, 신도시 등 공공사업 발표로 인한 땅값 상승분은 반영하지 않는다. LH 투기가 대거 드러난 광명신도시 계획은 지난 2월 24일 공식 발표됐는데, 24일 이후 땅값 상승분은 감정 평가에서 배제된다.

문제는 신도시 계획 발표 이전부터 땅값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신도시가 예정된 광명시 일대 공시지가(개별)는 지난 2020년 8.33% 상승했는데, 경기도 전체 공시지가 상승률(5.48%)을 훨씬 웃돈다. 올해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도 8~10% 수준이다. 신도시 발표 이전부터 각종 개발 사업에 따른 기대감으로 땅값이 상승한 탓이다.

그렇다고 징벌적 차원에서 토지 가격을 낮게 매기기도 어렵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토지 가격을 감정할 때는 주변 토지와의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낮춘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직원들이 토지를 매각하더라도, 해당 기간 땅값 상승분은 반영될 수밖에 없다.

농지 강제처분, 실제 농사 지었으면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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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여 광명찾자' LH 본사 앞 기자회견 한 사회단체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에서 'LH 내부고발·자진신고 센터'를 설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LH 직원 소유 토지에 대한 강제처분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밝힌 토지 강제 처분은 농지법에 근거한다. 이 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소유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판단되면, 관할 지자체장이 토지 소유자에게 강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제처분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매년 매매가격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LH 직원이 농사를 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땅 처분을 강제할 근거는 없다. 실제로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 일대 LH 직원들이 소유한 토지를 보면, 용버들 등 나무들이 빼곡하게 식재돼 있는 곳이 많았다. "최근까지도 LH 직원이 와서 농사를 지었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런 경우 강제 처분을 할 근거는 없어진다.

정부 조치가 LH 직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도 한계다. LH 직원 가족이나 친척 등이 가진 땅은 현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투기의심자들에 대해 농지 강제처분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외의 지역과 다른 농지소유자들의 경우에도 농지를 활용한 투기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창원 국무1차장은 지난 17일 LH 투기의심자 후속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택지 개발 관련 미공개 정보를 부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투기이익의 3~5배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법안이 공포되더라도 이미 물의를 빚은 LH 직원들에 대한 처분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투기 이익의 전면적인 환수는 수사를 통한 법적 처벌에 기댈 수밖에 없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만약 LH 투기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통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수사를 통해 입증된다면, 투기이익의 몰수와 추징이 가능하다.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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