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세계 산림의 날을 생각한다

등록 2021.03.22 14:32수정 2021.03.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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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이다. 산림의 중요성을 기리고자 2012년에 제정하고 2013년에 처음 시행하여 올해로 아홉 번째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선언한 '생태계 복원을 위한 10년(2021~2030)'의 첫 해로서 의미가 각별하다.

세계 산림의 날은 매년 새로운 주제를 정하는데 올해는 산림의 회복과 웰빙이다. 요컨대 산림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깨끗한 물과 공기가 있는 건 산림이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다양한 먹거리와 의약품 재료도 산림에서 얻는다. 목재, 제지 등 산업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도 매우 중요하다.

석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연자원이 그렇듯이 산림도 몇몇 나라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고작 다섯 나라에 세계 모든 산림의 절반 이상이 위치해 있다.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 미국, 중국이 바로 그 산림 부국이다. 이들 국가의 산림 경영이나 정책, 특히 성공담과 실패담을 통해 다른 많은 나라들은 시사점을 얻곤 한다.

캐나다의 경우 명암이 함께 공존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자국의 산림 관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수세기에 걸친 임업 경영의 역사를 통해 캐나다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관리로 인증 받은 산림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가령 유엔의 기후변화 논의 등에서 회원국들은 캐나다의 산림 관리 역량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우 임업은 최대 규모의 산업으로서 2017년 기준 약 9조 원(97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목제품과 4조 원(44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펄프 및 종이 제품을 수출했다.

그러나 자부심 못지 않게 비판과 우려도 심각하다. 이틀 전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최대 도시 밴쿠버에서는 30여 단체가 모여 인위적인 파괴 없이 보존된 소위 노숙림(老熟林)의 보호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Forest March BC'라 불리는 이 시위는 대규모 벌채를 목격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은 주민들이 주도하여 시작되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2018년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의 대규모 홍수였다. 주택이 침수되어 삶의 터전을 잃은 캐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침수 피해가 산림의 면적이 줄어든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나무의 강수량 조절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늘로 뻗은 가지와 잎으로, 땅 밑으로는 뿌리를 통해서 나무가 눈과 비를 머금어준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 후로 이들은 산림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즉 단기적인 경제 이득을 우선시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얻을 수 있는 수익 때문에 벌목을 지속하면 임업 자체가 고사하게 될 뿐만 아니라 도로, 빌딩 등 사회간접자본을 해치고, 공기 오염 등으로 결국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작년 4월 캐나다 산림전문가들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정부에 '노숙림을 위한 새로운 미래(A NEW FUTURE FOR OLD FOREST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요지는 노숙림 벌채를 속히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벌채는 지속되고 있다. Forest March BC 시위가 올해도 계속된 이유이다. 그래도 보고서의 저자들은 캐나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며, 결국은 정부가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토론토 중심부의 도시림 보호 표시 ⓒ 나항렬

   
물론 캐나다 산림 정책이 노숙림에 국한되진 않는다. 도시림 관리의 사례를 봐도 캐나다의 나무 사랑은 주목할만 하다. 캐나다의 최대 도시 토론토는 공원 지역을 위주로 2년씩 나무들을 사람의 접근으로부터 보호한다. 나무 군락 둘레에 보호막을 설치하고 2년간은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보호막은 나무들이 있는 다른 장소에 2년마다 새롭게 설치된다. 사진에서 보듯이 캐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나무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이 산림으로부터 얻는 혜택이 얼마나 다양하고 중요한지 캐나다인들은 익히 알고 있다. 우리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산림의 역할을 비중있게 고려하듯이 캐나다 사람들도 2천만톤(tonne)의 탄소를 캐나다 산림이 저장하고 있음을 소중하게 여긴다. 캐나다의 산림 관리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세계 산림의 날을 맞아 주목하게 된다.
#세계산림의 날 #캐나다 #토론토 #산림 #도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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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All Seeds Academy에서 환경 및 임학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정보통신, 과학기술 정책, 국제개발 분야도 연구 강의한다. 다섯아이의 아빠, 기독교선교사이자 환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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