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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다시 일어난 참사, 상처만 남긴 한일전

축구대표팀,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 완패

21.03.26 09:43최종업데이트21.03.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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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치러진 한일 친선전에서 한국축구는 또 한번의 큰 상처를 입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밤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끝에 0-3 완패를 당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친선경기 개최과정, 선수선발, 일부 선수들의 부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팀은 결과는 물론이며 경기내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를 펼쳐 2차예선을 앞두고 우려만 더 가중시키게 되었다.

피지컬, 압박, 속도, 자신감.... 모든것에서 밀린 벤투호

결과뿐 아니라 한국은 이 경기에서 피지컬, 압박, 속도싸움등 모든면에서 일본에게 완패한 경기였다.

일본은 전반초반부터 강한 전방압박을 통해 후방에서 시작되는 대표팀의 빌드업을 저지함과 동시에 하프라인 부근에선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을 좁혀 공간을 차단시키는 지역압박을 유기적으로 구사하며 한국선수들의 실수를 야기시켰다. 이 결과 전반 6분 카마다 다이치가 한국 수비의 실수를 이용해 슈팅기회를 만들었고 전반 10분에는 엔도 와타루의 헤더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상황도 발생했다.

일본이 경기초반부터 이렇게 나오자 한국 대표팀은 빌드업에서 애를 먹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나갔다. 상대가 전방압박에 일정한 간격유지를 이어가자 패스의 길이 막혔고 결국 전방으로 한번에 넘겨주는 롱패스 위주로 공격을 전개해나가면서 공격의 맥이 끊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강인을 선발기용한 벤투 감독의 선택도 실패로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기용한 가운데 남태희, 나상호, 이동준을 2선에 배치해 스피드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일본의 수비진을 허물고자 했다.

하지만 후방에서부터 원활한 빌드업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중원에서 볼을 받아줄 선수가 없자 공격에 위치한 4명의 선수가 고립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강인은 전반전 45분동안 열심히 뛰었지만 요시다 마야와 토미야스 타케히로가 포진한 일본의 센터백을 상대로 아무런 능력을 펼치지 못했다.

속도 싸움에서도 뒤졌다. 일본은 역습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공격의 숫자를 높게 가져가며 한국수비수들과의 숫자싸움에서 항상 우위를 점해나갔다. 이러다보니 수비가 분산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전반 27분 카마다 다이치가 역습상황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속도 싸움에서 일본이 앞선 대표적인 장면은 전반 33분 나왔다. 일본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뒤쪽에 위치해 있는 남태희에게 볼을 내주자 이를 예측한 카마다가 볼을 탈취한 뒤 빠르게 역습으로 나갔다. 이 상황에서 5명의 일본 선수들이 함께 역습에 나서며 5대2의 싸움이 발생했는데 여기서 한국선수들은 수비로의 전환속도가 늦으면서 일본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피지컬 싸움에서도 일본에 뒤졌다. 일본 선수들은 제공권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은 채 우위를 점해 세컨볼 상황에서 유리한 흐름을 가져갔으며 중원에선 강한 몸싸움을 펼쳐 한국선수들이 볼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었다. 이어 효과적인 파울플레이를 이용해 경기의 맥을 끊으면서 흐름이 한국쪽으로 넘어가지 않게 만드는 등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모든 면에서 뒤처진 한국선수들은 자신감을 상실한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과감한 슈팅이나 드리블 돌파를 이용해 상대에게 균열을 가해야 했지만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중엔 그런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데에는 베테랑인 김영권과 정우영의 활약이 아쉬웠는데 지난 1월 1일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김영권은 경기감각이 저하된 것이 눈에 띄었고 정우영은 일본의 미드필드진과의 대결에서 완패하며 아무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10년만에 재현된 참사... 2차예선 앞둔 대표팀에 큰 타격

시계를 2011년 8월로 돌려보자. 당시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던 한국 대표팀은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3 완패를 기록했다.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 컵 준결승에서 만나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 뒤 7개월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친 것이었는데 그 사이 두 팀의 전력이 현격히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 패배의 충격은 상당히 컸다.

이 여파는 이후 열린 브라질 월드컵 2차예선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때부터 선수단의 파벌논란이 불거거지기 시작했고 대표팀은 레바논과의 1차전에서 6-0 승리를 제외하곤 전혀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또다시 1-2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조광래 감독은 경질되고 만다.

당시 한일전 패배를 살펴보면 경기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다. 같은 해 7월 프리시즌에 참여했던 이청용이 상대선수의 태클에 정강이가 이중골절되는 큰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박주영은 이적문제로 제대로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경기감각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분위기는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초반에는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대표팀은 이후 일본과의 중원싸움에서 밀리며 차츰 경기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왼쪽 풀백으로 나선 김영권과 박원재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연달아 부상으로 아웃되는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 끝에 혼다, 카가와에게 무너져 완패를 기록했다.

이번 한일전 역시 그때와 상황이 똑같았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황희찬, 이재성, 김민재 등 팀 내 핵심선수들이 부상과 코로나19 여파로 합류가 불발된 가운데 특정팀 선수 대거발탁, 축구협회와 K리그 팀 간의 선수선발을 둘러 싼 소통부재, 한일전 개최논란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차이라면 이번 한일전은 그때보다 더 무기력했다는 점이었다. 10년 전엔 0-3으로 패했지만 후반전 여러 차례 기회를 잡는 등 지금보다 그나마 나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내내 일방적으로 밀렸으며 90분 동안 고작 유효슈팅 1개를 기록했다. 그나마 후반전 김승규의 잇단 선방으로 3골만 허용한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이번 패배는 월드컵 2차예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의 여파가 크다. 현재 2승 2무의 성적으로 H조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은 스리랑카,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레바논과의 일전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이 한 수 위라는 점, 4경기 모두 홈에서 치러진다는 점은 한국에 이득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일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경기내용은 기대보단 우려가 가중되게 만들었다. 핵심멤버들이 다수 빠진 상황이었다곤 하지만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전혀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가운데 벤투 감독역시 선수선발, 전술적인 역량에서 이번에도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등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

한일전 패배로 인해 대표팀과 벤투 감독에겐 빠른 시일내에 팀내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만약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2011년의 악몽은 이번에도 답습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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