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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떠오른 요코하마 대참사... 벤투호 어쩌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0-3 참패

21.03.26 09:20최종업데이트21.03.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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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인-요시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이 일본 수비수 요시다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요코하마 대참사가 벌어졌다. 한국 축구가 10년 만에 성사된 한일 친선전에서 일본에게 크게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A매치에서 0-3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전적에서 80전 42승 23무 15패를 기록하게 됐다. 
 
'전반 슈팅 1개' 한국, 일본에 압도당한 최악의 졸전
 
이날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고, 포백은 김태환-박지수-김영권-홍철이 포진했다. 더블 볼란치는 원두재-정우영, 2선은 이동준-남태희-나상호, 최전방은 이강인이 자리잡았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도 4-2-3-1로 응수했다. 원톱 오사코를 중심으로 이토, 카마다, 미나미노가 2선을 형성했다. 엔도-모리타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두 팀 모두 자기 진영에서의 세밀한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격의 날카로움은 일본이 다소 앞섰다. ​전반 5분 후방에서 한국의 빌드업 실수로 공 소유권을 따낸 일본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오사코를 거쳐 카마다의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골문 왼편으로 살짝 벗어났다. 전반 9분에는 엔도의 헤더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왔다. 
 
결국 일본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16분 혼전 상황에서 오사코가 힐킥으로 패스했고, 이 공을 야마네가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 골을 내준 한국은 더욱 흔들렸다.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일본의 조직적인 압박으로 인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조차 버거움이 느껴졌다.
 
선수들의 몸놀림도 무거웠으며, 공수 전환 속도에서도 일본에 열세였다. 전반 27분에는 일본의 빠른 역습 상황에 또 다시 실점했다. 가마다가 박스 안으로 들어오며 오른발로 슈팅한 공이 김영권의 가랑이를 통과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일본은 세밀한 원터치 패스로 한국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37분에서야 나왔다. 나상호가 박스 오른쪽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 일본 대표팀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졸전 끝에 0-3으로 패했다. ⓒ 대한축구협회

 
 
'반전은 없었다'…졸전 끝에 일본에 3골차 패배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조현우, 이강인, 나상호를 빼고 김승규, 이정협, 정우영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후반 3분 오사코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미나미노가 박스 안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후반 7분 에사카의 슈팅은 김승규 골키퍼가 슈퍼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다. 후반 중반에 들어서며 한국의 경기력도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후반 12분 정우영이 아웃프런트 슈팅을 시작으로 14분 이동준, 19분 홍철이 연이어 일본 골문을 두들겼다.
 
이후 한국은 이진현, 이동경 등 젊은피를 허리진에 투입하며 라인을 올리고 공격 비중을 늘려나갔다.
 
수비 라인이 높아진 탓에 위기도 함께 왔다. 후반 35분 한국 수비 배후 공간을 침투한 아사노가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김승규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한국은 수비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후반 38분 1골을 허용했다. 세트피스에서 엔도의 헤더골을 막지 못했다. 한국은 영패를 모면하기 위해 투지를 불살랐지만, 후반 39분 이동준의 발 끝에서 첫 유효슈팅이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끝내 만회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한국은 일본에 0-3으로 패했다. 
 
삿포로 참사 재현, 10년 만에 3골 차 패배

요코하마 참사였다. 10년 전 삿포로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경기가 오버랩이 됐다. 당시 주전급들이 일부 빠지며 1.5군으로 나선 한국은 가가와, 혼다 등이 중심이 된 1군 일본을 상대로 굴욕을 맛봤다.
 
이번 통산 80번째 한일전은 10년 만에 최정예로 맞붙는 친선전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견된 패배였다. 이름값 있는 해외파들이 대거 합류하지 못해 100% 전력을 꾸리지 못한 결과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방문 시 자가격리 5일 이상이 필요한 국가의 팀은 각 클럽팀들이 A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이재성(홀슈타인 킬),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이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벤투희 황태자 황인범(루빈 카잔), 왼쪽 풀백 김진수(알 나스르)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에 벤투 감독은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선수들로 구성했지만 윤빛가람, 엄원상마저 소집 직전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제외됐다.
 
유럽파는 이강인(발렌시아),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겨우 2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정우영은 이번이 첫 A대표팀 발탁이라 즉시 전력감으로 보긴 어려웠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선발 출장시켰다. 그러나 2선 중앙이 아닌 최전방 원톱으로 포진해 의문을 남겼다. 볼키핑과 패싱력이 뛰어난 이강인에게 실질적인 제로톱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전술을 가동한 것은 처음이었다. 생소한 전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강인이 상대 수비수를 등지면서 피지컬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이강인은 전반 45분만 소화한 뒤 이정협과 교체됐다. 비단 이강인의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매끄러운 빌드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강한 압박, 빠르고 세밀한 공격 전개에 고전한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다. 슈팅수에서도 1-9로 크게 열세를 보일만큼 무기력한 전반 45분이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전반에 비해 후반에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일본 골망을 한 차례도 흔들지 못했다. 오합지졸 같았던 수비력은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 들어 많은 선수들을 교체하며 변화를 줬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수차례 일본에게 슈팅 기회를 열어주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39분에서야 일본 골문으로 향하는 첫 번째 유효슈팅이 나왔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그동안 벤투호는 2년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인 빌드업 축구를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실험을 강행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번 상대는 브라질도 멕시코도 아닌 라이벌 일본이었다. 벤투호는 오는 6월 재개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한일 친선 경기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 2021년 3월 25일)
한국 0
일본 3 – 야마네 16' 가마다 27' 엔도 83'

 
한국 4-2-3-1 : 조현우(46'김승규) - 김태환, 박지수, 김영권, 홍철 – 원두재(62'이진현), 정우영(76'이동경) - 이동준, 남태희(82'김인성), 나상호(46'정우영) – 이강인(46'이정협)
 
일본 4-2-3-1 : 곤다 - 야마네, 요시다, 토미야스, 사사키(66'오가와) - 엔도, 모리타(86'가와베) – 이토(74'후루하시), 가마다(46'에사카), 미나미노(86'아키사카) – 오사코(77'아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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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벤투 이강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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