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콕' 하느라 귀한 봄 소식 놓칠 뻔했네

백악산 북측 탐방로에서 낙산구간의 야경까지

등록 2021.03.27 16:46수정 2021.03.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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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쉼터의 목련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목련꽃 ⓒ CHUNG JONGIN


코로나 시대에 두 번째 봄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공기가 괜찮아진 것을 확인한 지난 24일 오후, 백악산을 찾았다. 52년 만에 개방되었다는 백악산 북측 탐방로를 찾아가는 길 한편에서 개나리가 반겨주었다.
 

봄소식을 알리는 개나리 백악산 북측 탐방로를 찾아가는 길 한편에서 피어난 개나리 ⓒ CHUNG JONGIN

 
'세상에, 봄이 이만큼 왔구나!' 코로나 대유행에 미세먼지에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봄을 놓칠 뻔했다. 1번 출입문을 지나 탐방로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진달래가 부끄러운 듯 혹은 나 좀 바라보라는 듯 어떤 것은 살포시 어떤 것은 뽐내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노란 개나리가 좋아 진달래의 참맛을 모르다가 요즘에는 진달래가 왜 이리도 좋은지. 나에게 봄철 등산은 진달래를 보기 위해서인 것 같다.


꽃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봄에 산과 들에 피는 진달래와 개나리를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래서 봄처녀 하면 노랑 저고리에 꽃분홍 치마를 입은 모습이 떠오르는 것 아닐까?
 

백악산 기슭에서 만난 진달래 새 풀이 자라기 전 다소 삭막한 3월의 숲속길에 피어난 진달래는 더욱 돋보인다. ⓒ CHUNG JONGIN

 
초봄이라 할 수 있는 3월의 숲속 길은 새 풀이 자라나기 전이라 다소 삭막하다. 특히나 곳곳에 군사지역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백악산 탐방로는 긴장감까지 돈다. 그래서 분홍빛 진달래가 더욱 돋보인다. 

성곽길을 따라 4번 출입문까지 탐방하려면 청운대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문득 '신분증을 챙겨왔던가?' 하며 가방을 뒤진다. 괜한 염려였다. 전에는 신분증 확인을 거쳐 출입증을 지급받았으나 2019년 4월 5일부터는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출입증을 건네준다.

안내소를 지나자 본격적인 성곽길이 시작되었다. 잘 조성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 청운대 쉼터에 도착하니 목련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목련꽃이 상큼했다.

청운대 쉼터를 중심으로 오른편이 백악산 정상인 청운대, 왼편이 곡장이다. 산에 왔으니 정상에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목련의 기운을 받아 청운대에 가뿐히 올라섰다. 그리고 올라온 길로 내려가 곡장으로 향했다. 

'곡장(曲墻)'이란 주요 지점이나 시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성벽의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 시켜 쌓은 성을 말한다. 따라서 도성을 둘러싼 산세 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설치되어 조망이 만점이다.
 

곡장에서 바라본 한양도성 백악구간 청운대가 눈앞에 보이고 멀리 인왕산도 보인다. ⓒ CHUNG JONGIN

 
곡장에서 바라보니 한양도성 백악구간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었다. 방금 다녀온 청운대가 눈앞에 보이고 멀리 인왕산도 보였다. 


우리의 다음 여정은 4번 출입문이 아니다. 숙정문을 지나 말바위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와룡공원을 지나 혜화동으로 가서 저녁을 먹은 후 야경으로 유명한 한양도성 낙산구간을 갈 예정이다.
 

생강나무꽃 생강나무꽃은 산위에서 자라고 녹색이 감도는 노란색인 것이 산수유와 구별된다. ⓒ CHUNG JONGIN

 
말바위를 지나 성곽길을 걷는데 마른 가지에 녹색이 감도는 노란 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 저 꽃이 생강나무꽃인가 보다.'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혹시 산수유가 아닌가 하여 검색해보니 산에서 자라고 녹색 기운이 도는 것은 생강나무꽃이란다. 이제는 나같이 꽃에 무지한 사람도 인터넷 덕에 봄꽃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살구꽃 노래 "고향의 봄"에 나오는 살구꽃이다. ⓒ CHUNG JONGIN

 
와룡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에 꽃이 만발한 살구나무도 만났다. 매화와 벚꽃, 살구꽃은 구별이 참 힘들다. 다행히 살구나무라는 푯말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불빛으로 장식된 혜화문을 뒤로하고 낙산코스를 찾았다. 한양도성 순성길이란 안내표지판이 보이는 길로 들어섰으나 주택가 골목이 이어져 밤의 성곽길을 걸을 생각에 흥분된 감정이 불안감으로 살짝 바뀌었다. 그 순간 성곽이 보였다. 
 

낙산구간의 야경 낙산구간 성곽길은 최고의 밤 산책 코스다. ⓒ CHUNG JONGIN

 
성곽길은 제법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 데이트하는 연인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걷는 젊은이들, 홀로 산책하는 사람들 등 운동 삼아 빠르게 걷는 사람들보다는 야경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세인 듯했다.

상쾌한 밤공기와 함께 성곽 사이로 보이는 밤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낙산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오고 우리의 여정도 끝나가고 있었다. 여유롭게 오후에 집을 나서 해가 비추는 낮에는 봄꽃놀이를, 해가 진 밤에는 은은한 야경의 순성놀이로 오랜만에 멋진 나들이를 하며 보낸 하루였다.
#백악산 북측탐방로 #청운대 #곡장 #말바위 #낙산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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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다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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