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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기원했다고 다 중국 것?

'조선구마사' 사태 중국 누리꾼 반응에서 본 그들의 독특한 생각

등록 2021.03.29 11:58수정 2021.03.3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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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한 장면. ⓒ SBS

 
중국식 소풍과 의상 등장 및 사실 왜곡 논란으로 드라마가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중국 누리꾼들은 문제의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한국이 스스로 한국의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선구마사' 사태를 두고 중국의 한 누리꾼은 '진정한 역사를 목격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의 역사 그 자체가 중국의 역사다'라고 했다.

지난 1월에는 이례적으로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정법위원회가 한·중 간 '김치 논쟁'을 평가한 일이 있었다. 정법위원회는 '(중국은) 먼저 발명한 것을 보호해야 한다'며 중국이 김치의 종주국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처럼 중국인은 무언가를 따질 때 그 기원을 중요시 여긴다. 더 나아가 중국인은 그것이 자신들에게서 기원했으면 그것은 자신들의 소유라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자신들의 고유한 사상인 중국사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미화

이런 사고방식의 뿌리는 중국의 주류사상인 유가사상뿐만 아니라 비주류사상인 도가사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가사상은 과거에 요(堯)와 순(舜)이 군주의 자리를 세습이 아닌 선양(禪讓, 자식이 아닌 현명하고 능력이 있는 자에게 물려줌)했기에 사람들이 예(禮)를 갖췄던 대동(大同, 사람 사이의 큰 평등) 사회를 이상사회라고 주장한다. 이와 유사하게 도가사상은 더욱 과거로 돌아가 복희(伏羲)와 신농(神農) 등이 앎을 추구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스스로 그러하게 살았던 지덕지세(至德之世, 지극한 덕성이 있는 세계)를 이상세계라고 주장한다.


전국시대의 저서인 <장자(莊子)>의 <외편(外篇)> 중 한 편인 <거협(胠匧)>에는 지덕지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백성들은 문자 대신 밧줄을 매듭지어 기호로 사용했고 식사를 맛있게 여겼고 입는 옷을 아름답게 여겼고 풍속을 즐겼고 사는 집을 편안하게 여겼다. 이웃나라 백성들은 서로 볼 수 있고 닭이나 개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였지만 늙어 죽을 때까지 왕래는 없었다. 이와 같은 세상야말로 가장 잘 다스려진 세상이다.
 
유가사상이 군주의 자리가 세습되기에 사람들이 예를 갖추지 않는 소강(小康, 작은 평안) 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하듯, 도가사상은 군주가 앎을 추구하기에 세상이 크게 어지러워졌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거협(胠匧)>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지금은 뜻밖에도 백성들을 목을 늘리고 발뒤꿈치를 들어 '어디어디에 현명한 자가 있다'고 말하게 하고 양식을 둘러메고 현명한 자를 향해 가게 하고 안으로는 부모를 버리고 밖으로는 주인의 일을 멀리하게 하고 발자취는 제후국의 변경까지 닿게 하고 수레 자국은 천리 밖까지 이어지게 하니 이것은 윗사람이 앎을 좋아해서 생긴 잘못이다. 윗사람이 참으로 앎을 좋아하고 제대로 된 길을 가지 않으니 천하가 크게 어지럽혀지는 것이다.
 
중국사상은 이렇듯 그 내용이 무엇이든 살아 본 적 없는 과거를 미화하고 살고 있는 현재를 퇴보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중국사상은 이상적인 과거를 통해 낙후된 현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과거를 미화하기 때문에 중국인은 기원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적인 과거를 통해 낙후된 현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은 자신들에게서 기원한 것은 자신들의 소유로 여기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오류가 있다. 과거가 항상 옳을 수 없으며, 과거는 틀린데 현재가 옳거나 과거와 현재가 모두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발전하고 이웃국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면 하루빨리 이러한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중국 #사회 #중국사회 #정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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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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