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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배척 한국, 'GDP 인종주의'와 공포 때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인터뷰 ②] 한국 난민법의 문제

등록 2021.04.03 11:43수정 2021.04.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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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저자 홍세화. 그는 시민 모임 '마중' 일원으로 외국인 보호소의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홍세화는 2018년 칼럼을 통해, 난민들에게 전한 메시지가 있다. "나의 과거 모습을 오늘 보여주고 있는 당신들, 부디 꿋꿋하게 살아내시길..." ⓒ 김창섭

 
☞ 이전 기사 : [인터뷰 ①] 홍세화, '세계의 홍세화'들을 만나다

난민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를 이해하려면 국제법을 알아야 한다. 난민 자격을 인정 받으려면 신청한 나라에서 국제법상 난민 인정을 받는 절차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 홍세화는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서 외무부에서 난민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근거되는 국제법은 '제네바 난민협약'과 '유엔 고문 방지협약'입니다. 제네바 협정에서 난민은 '국적,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당할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정의에서 보듯 난민 심사의 조건은 다섯 가지입니다. 추가로 '유엔 고문 방지협약'에서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고문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난민 심사를 제대로 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외무부에서 난민 자격 심사를 합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법무부에서 심사를 맡습니다. 난민 자격을 심사하려면 일차적으로 출신국가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잘 알아야 하잖아요? 외국인 신청자와 소통도 잘 이뤄져야 하죠. 이 점에서 외무부가 맡고 있는 프랑스가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홍세화도 프랑스 외무부 산하 'OFPRA(난민과 무국적자를 위한 프랑스 보호국)'에서 난민 자격을 얻었다. 홍세화는 난민 심사의 주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난민 심사를 법무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난민 처지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심사하고 인정해주는 것보다 '출입국 관리'를 더 철저히 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되도록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업무 중에 검찰이나 인권옹호 법조인 양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 국적의 이탈과 회복, 교도 행정 업무가 있다. 난민 심사를 담당하고 그 난민을 가둬두는 곳이 법무부다. 이 법무부는 난민 관련해서 무슨 일을 해왔을까?

통계를 보자. 한국도 제네바 협정과 유엔 고문 방지 협약에 가입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의 법무부에는 난민이 없다. 이는 난민인정률이 말해준다. 2020년, 한 해 동안 총 6684건의 난민 신청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52명뿐이었다. 'EU 평균 난민 인정률'은 32%, 한국은 0.4%였다. (난민인권센터, 2020.12.31.기준, 국내 난민 현황)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인정률은 3.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최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난민법 개선해도 부족한데 개악"
 

난민인권네트워크 '2020년 세계 난민의 날 맞이' 국회 의정관 기자회견. ⓒ 공익법센터 어필


이 모든 책임을 법무부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의식과 국가의 제도 때문이다. 이는 2020년 12월 '난민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서 알 수 있다. 홍세화는 말한다.

"난민법을 개선해도 부족한데 개악을 하는 거죠. 재심 기간도 매우 짧습니다. 왜냐하면 난민을 빨리 송환시키려고 심사기간을 짧게 잡았기 때문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난민을 안 받으려고 하죠. 심지어 도와준 사람도 범법행위라고 하려는 상황입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인신을 구속하려면 합당한 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출입국관리법으로 난민을 보호소에 가두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법무부는 난민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개정안의 취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난민 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와 '난민 재신청자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신속한 심사를 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것에 따르면, 난민 자격을 받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추방은 더 쉬워진다. '사람'보다 심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더 우선시했다.

법무부의 난민 개정안의 내용 일부를 가져 왔다. ▲ '부적격 판정 제도'를 마련하여 신청 장벽이 높아졌다. ▲ '난민 재신청'을 강화해서 이의 신청과 소송 제기 기간을 단축했다. ▲ 난민 신청서 접수 장소도 축소했다. ▲ 부정한 방법으로 난민 신청을 알선하고 권유하는 사람은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019년 4월 21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에 참여한 홍세화. 난민법 개정 입법 예고를 앞두고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편지쓰기에 참여했다. ⓒ 난민인권센터


법은 국민의 의식과 법 감정을 담는다. 한국인이 난민에 대한 생각을 알려면 2018년 6월로 가면 된다. 당시 예멘인 500여 명이 본국의 내전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인터넷 게시판과 일부 언론에서는 '가짜 난민, 테러하는 사람들, 잠재적 범죄자, 성폭행범'이라는 논란으로 뒤덮였다. '예멘 난민 허가 폐지' 건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이어졌다. 71만 4875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슬프게도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보다 높은 숫자이다.

그의 말이다. 

"2018년,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왔었습니다. '예멘 난민 허가 폐지' 청와대 청원이 있었죠. 무사증입국(무비자 입국제도로 외국인이 제주도에 들어와 한 달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과 난민신청 허가 폐지·개정 청와대 청원에 70만 명 넘게 참여했습니다. 마치 테러리스트, 성폭행 무리가 집단으로 쳐들어온 듯 난리법석이었죠."

"대부분의 예멘 사람은 난민 인정을 못 받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살고 있는데 그들이 지금까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뉴스 들은 사람 있나요? 없다면 그때 청원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겸연쩍어 할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 청원을 빌미로 난민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부정적이에요."

       
난민과 'GDP 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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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 등 난민지원단체의 주최로 난민 신청 체류자 등이 참석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국가와 국민의 의식이 난민을 배척하는 이유를 물었다. 홍세화는 두 가지를 답했다.

"인종주의입니다. 저는 'GDP 인종주의'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GDP보다 높은 외국 사람들과 백인들은 동경하죠. 반대로 GDP가 낮은 아프리카, 동남아 사람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월적 시각을 가지고 멸시합니다. 예시로 일상에서 내국인들이 이주 노동자에게 반말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죠. 비슷하게 백인과 결합하면 '글로벌 패밀리'이고, 동남아시아 사람과 결합하면 '다문화가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 자체도 난민에 대한 GDP 인종주의와 관련돼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가 작용합니다. 그 공포를 정치사회적으로 이용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사람들이 있고요."       

홍세화의 말을 듣고 난 후, 혼란스러웠다. '보호된 외국인'이 맞을까? '구금된 외국인'이 맞을까? 후자를 선택하면 우리나라는 외국인 전용 구치소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그리고 우리도 한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난민 신청이 통과되면 나라가 뒤집힐까? 난민 자격을 받으면 어떤 큰일이 일어나는지 물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일 중 현실적으로 일어날 만한 게 있을까. 홍세화는 말했다.

"무슨 큰 일요? 피난처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뿐인데요. 제가 프랑스에서 아내와 함께 일하고 두 아이가 학교 다니며 살았던 것처럼요."

지금까지 그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래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홍세화는 "작은 것이라도 같이 하자고요..."라며, 특유의 미소를 건넸다.  
   
※ 외국인 보호소 방문하는 시민 모임 '마중'
전화 : 070-4458-3200
팩스 : 0303-3448-3200
이메일 : majungpeople@naver.com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는 시민모임 마중.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서 그곳에 갇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한국 사회에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김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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