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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뒤에도 양당 입장 같을까? 이해충돌법 당장 처리"

[인터뷰] 배진교 정의당 의원 “민주당 결단해야… LH사태 소급적용 필요”

등록 2021.03.30 12:17수정 2021.03.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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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불거진 LH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여론이 거세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3월 안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처리할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9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 법을 심사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 회의록을 보자.
 
김병욱 민주당 의원 : "지금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을 계기로 해서, 워낙 국민들의 공분이 많기 때문에 저희는 큰 틀에서 빨리 논의하고 우리가 법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결론을 보여 주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될 마땅한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 "이것 굉장히 중요한 법이에요. 서둘러야 돼요. 그러나 서두르기 위해서 이 법을 졸속으로 만들 필요는 없어요. 그렇지요?"

우여곡절 끝에 18일 처음 출발한 법안심사 소위는 23, 24일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심사가 중단됐다. "3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던 여당의 약속은 어느새 물 건너가기 직전 상황이다.

소수 정당 중 유일하게 법안소위에 속해있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을 29일 국회에서 만났다. 현재 국회에 올라 있는 이해충돌방지 법안 6개 중 하나를 대표발의한 배 의원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입장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라며 "국민 여론이 차오른 지금 당장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여론 높은 이해충돌방지법, 민주당 단독처리 못할 이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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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 환수와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지난 18, 23, 24일 세 차례 회의를 끝으로 국회의 이해충돌방지법 법안심사가 더 이상은 없었다. 추후 논의 일정은?

"아직 협의 중이다. 24일 오후에 본희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오후에 법안 심사를 이어가려고 했었지만, 결국 본회의가 잡히는 바람에 더 진척되지 못했다. 양당 간사(김병욱 민주당 의원-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가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민주당·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법안소위에 들어가 있다. 양당은 정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 건가.


"국민의힘은 이 법이 거의 200만 명에 근접하는 숫자의 공직자들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건 아니다. 민주당은 3월 내 처리를 목표로 제시해왔기에 상대적으로 법안심사에 속도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표면상으로는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당 모두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이다. 다만 4.7 보궐선거 이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 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는데 선거 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 무슨 말인가.

"선거를 앞둔 지금이야 국민의힘이 이 법안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건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각종 이해충돌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만 하지 않나.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대하다가 자칫 후보들의 약점만 더 부각되고 선거에서 손해를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또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누가 알겠나. 게다가 LH 사태에 대한 여론이 식으면 지난해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될 때처럼 법안 내용이 대폭 후퇴할 수도 있다. 실질적인 제정 취지는 퇴색된 채 법안만 통과된다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물 들어올 때 배를 띄우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거라면, 결심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 민주당의 결심?

"한번은 법안소위 심사장 밖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농담 반으로 '그렇게 급하면 단독처리 하시라'고 한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민주당 의원들이 '아니 국민의힘이 공식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왜 단독으로 하라고 하냐'고 하더라. 여당 입장에선 단독 처리가 부담스러운 거다.

하지만 174석 민주당이 지금까지 당론으로 결정해 단독으로 처리했던 법안들을 보라.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법안들도 지금껏 여야 합의 없이 강행처리를 했다. 그런데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미 국민적으로 동의를 충분히 받은 법안이다. 오히려 압박을 받고 있다. 단독 처리를 강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미온적으로 나온다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4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의 힘으로 3월 내 통과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미 비교섭단체 4당은 그 뜻을 모았다."

-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28일 "3월 중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이해충돌방지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

"꼭 불가능한 건 아니다. 법안소위에서 조문별 논의도 충분히 했고 정부 측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정안 내용도 상당 부분 정리했다. 몇 가지 쟁점이 남아있긴 하지만 소위 논의만 재개된다면 충분히 3월 내 통과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LH 사태로 인해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열패감, 분노가 얼마나 큰가. 법을 만드는 국회 입장에선 말이 아닌 입법 성과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 제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법안이 2013년에 처음 발의된 뒤 무려 8년간 국회에서 별다른 진척 없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박덕흠 의원(무소속)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시절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정작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는 제대로 안 됐지 않나.

"그렇다. 분명 지금까지 이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건 국회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몇몇 의원들은 정부안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논의에 제약이 있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 정도는 법안을 심사하면서 구체화시켰으면 될 일 아닌가? 그래서 실제로 정무위 소위에 함께 속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앞서 자기 반성의 발언부터 하시더라. 이번에도 또 선거 끝나고 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거 아니냐는 국민들 우려에 대해 잘 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보궐선거가 끝나기 전에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으로 LH 부당이익 소급 환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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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부당이득 환수와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 지난 16일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취지가 뭔가.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현재의 이해충돌방지법의 모태가 된 건 2013년 발의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었지만, 이중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진 채 부정청탁금지 부분만 소위 김영란법으로 2015년 통과됐다.

저는 이 김영란법이 공직을 충실히 수행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도 사람이니 각종 개인적 인연이나 인간 관계 등으로 인해 청탁이 들어올 위험과 유혹에 노출돼 있을 수 있는데, 이때 김영란법이 그 인간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청탁을 회피·기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돼주지 않나.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한 이유 역시 같다고 본다. 구청장 재직 시절(2010~2014년 인천 남동구청장) 경험을 돌이켜보면 특히 각종 수의계약 등 이권 문제가 생길 때 지방의원이나 구청 공무원 등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현실이다. 각종 지역 인맥을 동원해 여기저기서 수의계약을 맺어달라는 요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거다. 이때 이해충돌방지법이 있다면 그런 상황을 회피하고 기피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주지 않겠나. 김영란법처럼 말이다."

- 현재 국회엔 총 6개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올라와 있다. 배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나머지 5개 법안의 차이점은 뭔가.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이번 LH 사태에 대한 소급적용 조항을 담았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에 부정하게 투기를 한 공직자들의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머지 법안들은 LH 사태(3월 2일)가 터지기 전에 발의된 법안들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었다."

- 소급적용에 대해선 위헌 논란도 있다.

"그렇다. 실제 위헌 판결이 나온 법안들도 있었는데, 이미 완료된 사업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한 법안일 때 그랬다. 하지만 부진정 소급(과거에 시작됐지만 현재 완결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과정 중인 사실 관계나 법률관계에 효력을 미칠 목적으로 하는 입법)에 대해선 합헌 판정도 있었다. 문제가 된 3기 신도시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충분히 소급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소급적용 조항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어떤가.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진 않았지만 공청회(17일) 때 여당 의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 3기 신도시 문제가 터진 뒤 국민들이 원한 게 뭔가. 앞으로 있을 비슷한 문제에 대해 예방 조치를 취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건 당연하고, 이번 사건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본 자들이 있다면 그걸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나. 국민들의 그러한 공분이 법안에 담겨야 한다고 본다."

- 민주당 역시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이익에 대한 소급환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29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 의원 법안과 차이점은 뭔가. (관련 기사 : LH 불 안 꺼지자... 당·정 "부당이익환수 소급 적용 추진"http://omn.kr/1smbq )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은 공직자 이외에 민간인까지 모두 포함해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제가 발의한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 또는 공직자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부정하게 활용한 제3자 등이 대상이 된다. 앞으로 법안 논의가 어떻게 논의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LH 직원들의 땅 투기 문제에 대해 소급적용을 가장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은 이해충돌방지법에 명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체계 혼란? 지금까지 논의 안하고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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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 환수와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박덕흠 의원 사례나 과거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도시재생 사업지구 부동산 차명 매입 의혹(2019년 1월) 등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그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언급된 사례들은 모두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문제가 됐다. 국회법 개정안은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상임위 배정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를 배제하자는 것이다. 분명 필요한 법안이다. 이와 달리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의 상임위 이해충돌뿐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모든 이해충돌에 대해 처벌하자는 법안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 중 한 사람인 국회의원은 물론 선출직 단체장, 비교적 국민들의 관심에서 빗겨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지방의원, 정무직 부시장 등에게도 모두 적용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제 이해충돌방지법안에는 부동산 신고제가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공직자의 주식에 대해선 모두 공개하고 신탁을 하게 돼 있는데 부동산에 대해선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공직자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의 보유·매수 등에 대해 기관의 장에게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LH 사태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 국민의힘 등 일각에선 공직자윤리법이나 부정청탁금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새로 제정하면 법 체계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그래서 실제 우리 당 심상정 의원의 경우 부패방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합한 법안을 이미 지난해 9월에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정말 그 말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심 의원 법안을 논의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저도 장기적으로는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 그리고 이해충돌방지법이 하나로 통합된 법안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1보라도 더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8년 동안이나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이해충돌방지법부터 제정하고 난 뒤에 일원화된 법안을 발전시켜도 늦지 않다."

- 같은 법안소위 소속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 대상을 김영란법처럼 공직자가 아닌 교사·언론인까지 넓히자고 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관련 기사 : 박용진 "이해충돌법, 교사·언론도 적용해야... 원천방지 필요" http://omn.kr/1sgu3 )

"이 법의 전체 이름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교사는 거의 공직자에 준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지금의 이해충돌방지법 논의가 공직자 윤리에 대한 통합 법안으로 추진되는 단계였다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도 법 적용 대상에 함께 포함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첫발을 떼는 단계다. 이 문제가 현재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늦추는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언론인의 경우엔 현재의 이해충돌방지법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 공직자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얻은 제3자 역시 이해충돌방지법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학 교원의 경우엔 현행 사립학교법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삽입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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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 환수와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이해충돌방지법 #LH사태 #배진교 #정의당 #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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