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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산란기인데... 4대강 공주보 공사 논란

[현장] 환경단체 "수생태계에 큰 충격" vs. 국토부 "일정 미뤄져, 5월말까지 진행"

등록 2021.04.01 18:25수정 2021.04.0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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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보강 공사를 위해 사전 오탁방지막 설치를 위한 장비가 들어온 상태다. ⓒ 김종술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공도교는 유지하고) 공주보 수문은 해체하기로 보 처리방안이 발표되었는데, 큰 문제도 없는 공주보 보강공사를 다시 한다고 한다. 산란기에 수문을 닫는 행위는 수위를 상승시켜 강변에 서식하는 물떼새를 몰아내고 물속 수생태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물고기 집단 폐사 같은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

4월 1일은 금강의 희비가 엇갈리는 날이다. 지난해(2020년) 보 주변 자왕펄 수막재배를 위해 수문을 닫았던 백제보는 수위를 조금씩 낮춰 개방하고 있다. 반면 수문이 열려 있던 공주보는 보강공사를 하겠다는 이유로 3개의 가동보 중 2개씩 닫겠다고 한다. 공주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수문을 작동한다며 강변에서의 활동을 자제하라는 방송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

산란기 강 생명들은 어쩌라고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공주보는 SK건설사가 시공했다. 준공 후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나 물속 시설물은 여전히 깨지고 부서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지난 2018년 공주보 수문개방 후 상류에는 널따란 모래톱이 만들어졌다. 강 중앙에도 강 수위에 따라 크고 작은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많은 생명이 찾아들고 있다. 특히 공주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백제큰다리 아래쪽 강 중앙 모래톱에는 황오리 200여 마리와 황새, 왜가리, 물떼새 등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새들과 야생동물이 늘어나면서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의 출입도 많아진 상태다.

때맞춰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과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국장, 임도훈 활동가도 공주보에 도착했다. 보강 공사를 앞둔 공주보가 어수선하다.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흙탕물을 차단하기 위해 오탁방지막과 장비들이 강변에 차곡히 쌓였다. 대형 중장비도 작업을 위해 들어온 상태다. 인부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산란기 알 낳을 자리를 만들고 있던 물떼새가 황급히 날아오른다.
 

최근 공주보 상류에 찾아든 황오리는 200여 마리 정도로 이곳에 황오리가 관찰된 것은 처음이다. 공주보 공사를 위해 수문이 닫히게 되면 이곳 모래톱도 물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 김종술

 
임도훈 활동가는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고 상류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많은 생명이 찾아들었다. 이를 보기 위해 찾아든 사람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공사를 위해 수문을 닫겠다고 한다. 흙탕물이 발생할 것이고 시멘트 독극물이 흘러들 것이다. 이는 산란기 뭇 생명을 다시 척박한 환경으로 내몰아 가는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4대강 보 관리를 맡은 국토부 담당자는 "이번 주는 오탁방지막을 설치하고 다음 주부터는 수문을 조작한다. 3개의 고정보 중 2개를 닫고 한 개를 개방할 것이다. 보 하류 물받이 보호공과 시트 파일 등 공사를 5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민관협의체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 발표 이후로 미뤄져 1월 18일 보 처리방안 발표 이후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중 국장은 "보 처리방안에서 공주보는 (공도교는 유지하고) 수문을 다 철거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됐다. 4대강 준공 이후에 여러 번 반복해서 보강 공사를 해왔으며 지금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 처리방안 발표가 끝난 마당에 보강공사를 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다. 일부 수문을 닫고 한 개를 개방하면 강의 수위도 빨라지고 상류 모래톱도 일부 잠길 것이다. 생태계에 충격을 줘서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죽은 물고기 나뒹구는 백제보
 

백제보의 수위가 조금 낮춰진 가운데, 하류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김성중 국장과 강변을 잠시 돌아보는 사이에도 죽은 물고기는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 ⓒ 김종술

 
일행은 공주보를 돌아보고 하류 백제보로 이동했다. 비닐하우스로 뒤덮은 백제보 좌안 자왕펄에서는 추가로 지하수 관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동보 수위가 조금 낮아진 백제보는 물빛이 탁한 간장 빛이다. 보에서 흘러내린 강물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악취가 풍겼다.


강변으로 내려가 보았다. 보 하류 강변에는 죽은 물고기가 보였다. 4급수 오염원에서도 살아 갈 수 있다고 알려진 붕어였다. 보 상류에서도 상당수 죽은 물고기가 보였다. 다수의 죽은 물고기는 오염에 강하다고 알려진 붕어 종류다. 머리와 배꼬리 쪽이 하얀 솜털로 덮인 손바닥 크기의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인기척을 느끼고도 도망가지 못하고 자리를 맴돈다.
 

백제보 상·하류에서는 죽은 물고기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일부 죽은 물고기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구더기가 발생하고 강한 악취를 풍긴다. ⓒ 김종술

 
환경부 보 개방팀 담당자는 "오늘부터 수문을 개방한다.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각종 부작용 때문에 단번에 내리지 못하고 천천히 단계적으로 내린다. 5월 중순경까지 완전히 개방할 예정이다. 공주보 보수 공사와는 별개로 단계적으로 내리는 것인데, 같은 시기에 맞춰지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수문이 열린 공주보 상류에는 죽은 물고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반면 지난해부터 수문이 닫혀 있던 백제보 상류에는 죽은 물고기가 간간이 보인다. 닫히면 강물이 썩고 물고기가 죽는다는 것은 다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국토부·환경부는 자신들의 편의대로 수문을 여닫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행인 것은 백제보의 수문이 열리면 강물의 유속도 빨라지고 오염원이 씻겨 내리면서 수질도 좋아져 물고기 폐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공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문이 다시 닫히는 공주보가 또 문제다. 모처럼 찾아든 황오리도 문제지만, 4월부터 시작되는 물떼새들의 알도 물속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주보 상류 자갈밭은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의 산란장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 #공주보 보강공사 #백제보 수문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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