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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진달래에 불타는 천주산

경남 창원시 천주산서 봄에 흠뻑 취하다

등록 2021.04.04 15:33수정 2021.04.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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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진달래로 곱게 물든 경남 창원시 천주산(638.8m). ⓒ 김연옥

 
봄날이 화사하다. 햇살 머금은 연분홍 봄을 한껏 느끼고 싶어 진달래로 이름난 천주산(638.8m, 경남 창원시) 산행을 떠났다.

지난 1일, 설레는 마음으로 천주암(창원시 의창구) 입구로 가는 버스를 탔다. 40분 정도 가서 산행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남짓. 천주산 산행은 참으로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절집 천주암에 가까워지자 예불 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예불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건하다. 
 

연분홍 물감 풀어 키 큰 나무들 사이사이에 색칠해 놓은 듯한, 그림 같은 풍경에 취하고. ⓒ 김연옥

 
산태샘 약수터를 거쳐 쉬엄쉬엄 올라갔다. 바람이 훅하고 스쳐 지나갔는지 갑자기 벚꽃들이 꽃비 되어 흩날렸다. 벚꽃은 마치 무슨 미련이 있는지 겨울이 가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던 하얀 눈가루가 보송보송 봄꽃으로 피어난 듯하다.


연분홍으로 물든 산자락에 화려한 봄이 내려앉고
 

내 눈도,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 가고. ⓒ 김연옥


오전 11시 10분쯤 만남의 광장에 이르렀다. 여기저기 피어 있는 진달래꽃들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100m 올라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누리길 3구간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예쁘디 예쁜 진달래 꽃길이 계속 이어졌다. 연분홍 물감을 풀어 키 큰 나무들 사이사이에 색칠해 놓은 듯한, 그림 같은 풍경에 내 가슴에도 연분홍 진달래 꽃물이 들었다.

첫 번째 전망대가 나왔다. 진달래꽃들이 산자락을 물들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옆구리를 간질이는 봄바람에 진달래꽃들이 연분홍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자지러지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진달래들은 연분홍 비단을 끝없이 깔아 놓은 느낌이 들어 더욱 예쁘다. 정말이지, 드넓은 꽃밭 속으로 퐁당 뛰어들고 싶었다. 
 

봄바람에 출렁이는 진달래 꽃밭에 파묻혀 달콤한 봄꿈에 빠져들고 싶었다. ⓒ 김연옥

 

천주산 주봉인 용지봉 정상에서. ⓒ 김연옥

 
천주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전망대가 몇 군데에 설치돼 있다. 진달래 군락과 어우러진 전망대 또한 하나의 멋스런 풍경으로 와닿는다. 두 번째 전망대로 이동했다. 온통 연붉은 세상이었다. 바람이 꽤나 불어 댔다. 나른한 봄 햇살을 받으며 졸다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듯 진달래꽃들이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세 번째 전망대로 올라갔다. 넓디넓은 연분홍 진달래 꽃밭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눈도,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저 봄바람에 출렁이는 진달래 꽃밭에 파묻혀 코가 비뚤어지게 달콤한 봄꿈에 빠져들고 싶었다. 눈길이 가는 데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위로도 받았다.

진달래는 꽃잎을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젊은 시절 내 혼례를 치를 때, 이웃 아주머니와 함께 찹쌀가루 반죽에 빛깔이 고운 진달래 꽃잎을 얹어 화전을 부치시던 어머니 생각이 문득 났다. 
 

진달래꽃에 눈을 맞추고 코도 박으며 봄을 들이마셨다. ⓒ 김연옥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란 의미를 지닌 천주산(天柱山). 경남 창원시와 함안군을 품은 산이다. 천주산 주봉인 용지봉에 이른 시간은 오후 12시 10분께. 정상 표지석 사진을 찍고 곧바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달래 꽃길을 다시 내려가면서 코를 벌름벌름하며 향긋한 봄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가까이에 있는 진달래꽃에 눈을 맞추고 코도 박으며 한가한 걸음으로 걸어 내려갔다. 꽃들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고, 손을 내밀어 살짝 꽃을 어루만지면 금세 내 손에도 연분홍색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봄에 흠뻑 취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밭은 천주산 진달래 꽃물이 들어 온통 연분홍 색깔이었다.
#진달래꽃 #창원천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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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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