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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 탓이라고? 집값 급등 원인 따로 있었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 논문... "저금리·임대사업자 정책·세대 수 등 영향 커"

등록 2021.04.08 16:08수정 2021.04.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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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지역 아파트와 빌딩들. ⓒ 권우성


부동산 업계의 통설인 '주택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연구 논문이 나왔다. 주택 공급은 주택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저금리와 임대사업자 지원 정책,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 정부 정책이 집값 상승 원인이라는 게 논문 결론이다. 정부의 주택공급확대 정책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3월 한국지역개발학회지에 '주택가격 급등 원인과 정책 대응에 대한 연구 : 전문가 인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지난 15년간 주택가격, 주택수요, 주택공급에 대한 기초자료와 전문가 인식을 분석했다.

주택 공급, 문재인 정부 시절 가장 많아

통계를 집계해본 결과,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기간 주택가격(주택매매가격지수)은 수도권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랐고, 이명박 정부 기간에는 반대로 서울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 실적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가장 많았다. 서울 주택 연평균 준공 실적은 문재인 정부 기간 7만6000호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5만6000호로 가장 적었다. 서울 아파트로 좁혀 봐도 문재인 정부 공급이 가장 많았다. 서울 아파트 연평균 준공실적은 문재인 정부 시절 4만5000호였고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각각 3만3000호에 그쳤다. 단순히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급등했다는 설명은 통계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멸실주택 통계자료를 보면, 현 정부에서의 재건축·재개발도 이전 정부에 비해 줄었다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에 따른 연평균 멸실주택 수는 3만8000호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1만8000호), 박근혜 정부(2만8000호) 시절보다 많다. 이런 경향은 서울 아파트, 수도권, 전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기준금리·인구·세대수·주택공급량 등 각 요인들이 주택매매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택 공급량은 매매가격 변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주택 공급의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되는 주택 인허가의 경우, 인허가 실적과 매매가격(지수) 사이에는 어떤 상관 관계도 발견되지 않았다.

주택가격, 공급량과 상관 없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로 대상을 좁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주택 공급량과 매매가격 간 상관관계는 없었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단순 수요 공급 이론에 따라 '주택 공급만 늘리면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부동산 업계 통설과는 배치되는 셈이다. 주택가격 급등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저금리, 세대 수 및 소득 변화의 영향, 임대사업자 정책 등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최근과 같은 주택가격 급등 현상은 오히려 급격하게 낮아진 금리 등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현재 상황은 일부 인허가실적 수치 감소가 확대 해석되면서 조성된 불안감과 풍부한 유동성이 만나 발생한 수요급증, 그리고 이에 대한 상대적 의미의 주택공급 부족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며 공급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현재 공급 확대 일변도의 정부 정책은 정확한 원인 진단에 근거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장과 함께 주택임대사업자 지원정책, 수도권 재집중 경향, 공공주택 확보의 정체 등 다양한 정책요인이 있음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택공급 확대 일변도 정책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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