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GDP가 뭐예요?"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아빠의 경제교육

등록 2021.04.08 11:50수정 2021.04.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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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나온 자료 각종 수치를 비교하며 정리학고 있다. ⓒ Pixabay

 
경제 뉴스를 보다가 초등학생인 딸이 내게 묻는다.


"아빠! GDP가 뭐예요? BTS가 방탄 소년(Bangtan Boys)의 준말인 것처럼 GDP도 영어 단어를 줄인 거잖아요."

음... 나는 머리를 긁적긁적거린다.

"GDP라. 아빠가 학교 다닐 때 배우긴 했는데 가물가물하네. 가영아~ 경제가 뭔지는 알지? 경제 용어라고 생각하면 돼. 학교에서 배우게 될 거야. 교과서 한번 볼까? 여기 사회 2단원에 있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딸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공부 양도 많아지고 어려운 단어들이 학습 내용에 나온다. 묻는 말에 속시원히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배운 지 너무 오래돼서 잘 모르겠어. 아빠가 공부해보고 알려줄게. 가영이도 사회 교과서 한번 읽어보자."


GDP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다.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의 약자다.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여 합산한 것'이란다. 여기에는 '비거주자가 제공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에 의하여 창출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더 자세히 보면 '명목과 실질 GDP로 나누는데 그건 쓰이는 곳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전체를 분석하려면 명목을 쓰고 실질적인 생산활동 즉 경제 성장률의 지표로 활용할 때는 실질 GDP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국제기준에 맞춰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어렵다. 뭔지는 알겠는데 딸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이해하기 쉬울까. 고민해본다. 저녁을 먹고 가영이와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영어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참 잘도 말해준다. 

"참, 지난번에 GDP에 대해서 물었지.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가 얼마만큼 돈을 벌었는가를 따져보고 계산한 거야. 세계 여러 나라가 서로 비교를 해보기 위해 일정한 국제 기준에 맞춰서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분기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고 있어."
 

그래프 사진 통계 수치를 분석하고 있는중이다. ⓒ Pixabay

 
"네이버에 국가별 GDP 통계를 검색해보자. 2019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내용이구나. 미국이 21조 4277억 달러로 1위고 우리나라는 1조 6463억 달러로 12위네. 우와~  우리나라도 잘 사는 국가야."

"그런데요, 아빠 궁금한 게 있어요. 왜 금액을 달러로 표시 하는 거예요?"
"오호~ 그건 말이야. 각 나라가 사용하는 통화 단위가 틀리기 때문이야. 우리는 원을 쓰고 일본은 엔, 중국은 위완화를 쓰지. 통화 단위를 통일해야 하는데 미국이 경제규모 등 여러모로 봐서 힘이 센 나라거든. 국제 통화 거래에서 달러가 많이 쓰이는 게 현실이기도 해. 그래서 미국 원화인 달러로 통일하고 있어. 가영아, 사회과목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미리 볼 수 있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아빠도 하고 찾아보면서 같이 공부하는 거지 뭐. Kosis 국가 통계 포털을 보면 우리나라의 주요 통계지표, 총인구수, 출생아수, 기대수명 등 여러 자료를 볼 수 있어."


나는 아이가 묻는 말에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서 답을 해주려 노력한다. 때로는 바로 답을 해주지 않는다. 딸아이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나 역시 깊이 생각을 해보는 경우도 있다. 서로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보고 대화를 하면 소통이 잘 된다.

꼭 공부뿐만이 아니다. 몹시 추운 한겨울 이른 아침에 애완견과 함께 항상 산책을 가는 아파트 주민이 있는데 이 행동은 과연 옳은 걸까. 강아지도 춥지 않을까. 둘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을 종종 본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는 소통의 부재.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과 아빠와의 관계가 잘못되면 서로 어긋난 불을 평생 마음에 두고 살기도 한다. 게임만 한다며 아들의 핸드폰을 집어던져 상처를 주는 이웃집 아빠의 이야기도 흔하다.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아들이 하는 게임을 아빠도 함께 해보며 눈높이를 맞춘 뒤 자연스러운 대화를 해보는 게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딸, 배운 용어가 신문 기사에 났네."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
국가부채 1985조 3000억 원 지난해 GDP 1924조 5000억 원 추월.


"총 벌은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군. 코로나 때문에 국가 재정이 어려워졌나 봐."

먹고 사는 게 바쁘다. 까짓 GDP를 몰라도 된다. 하지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다. 한문으로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즉, "알아야 참으로 보게 된다"라는 뜻이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해 유명해진 말이라 한다. 관심을 갖고 알고자 함이 있어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눈높이 대화 또한 중요하다. 공감과 소통은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경제 #경제교육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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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속에서 행복을 찿아가는 가영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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