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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번 버스를 탄 박영선 후보가 해야 했던 말

[보궐선거 관전기- 서울] 반성 대신 지지 호소만... '낮은 곳의 정치' 말한 노회찬 정신과 괴리

등록 2021.04.08 15:55수정 2021.04.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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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큰 패배였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결과 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오세훈 후보가 57.5%를 얻어 39.2% 지지를 얻은 박영선 후보를 압도했다. 지난해 2020년 총선에서 국회 전체 의석의 2/3 가까이 획득하며 기세등등하던 민주당은 1년 만에 몰락을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사실 이미 충분히 예고된 일이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비롯해 흔들리는 정권의 도덕성과 지지부진한 개혁, 그리고 소모적인 정치싸움으로 바뀐 검찰개혁은 지지층을 떠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건이 민주당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은 스스로 반성하지 않았다. 

진보진영 지지를 호소한 박영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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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64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기회는 있었다.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할 사건들이 여러 개 있었지만, 어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권의 과오를 인정하고 빠르게 대안을 제시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설사 졌다고 하더라도 격차는 지금과 같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번 선거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를 설명할 많은 장면이 있지만, 가장 눈여겨볼 장면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 새벽에 일어난 사건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그날 6411번 버스에 탑승했다.

왜 하필 6411번 버스인가? 6411번 버스는 고(故) 노회찬 의원이 진보정의당 대표 취임 연설에서 나와 화제가 되었던 버스다. 해당 연설에서 노회찬 의원은 한국 사회에 투명 인간처럼 존재하는 노동자를 조명하고 이들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박영선 후보가 6411버스를 선택한 이유는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민주당이 아닌 인물의 상징인 6411번 버스까지 이용하면서 스스로가 개혁 성향의 후보임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같다. 

분명 한국 사회에서 6411번 버스를 새벽에 타는 노동자는 소외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손을 잡아 줄 정치 세력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가 6411번 버스에 타서 개혁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과 자신의 정당이 얼마나 개혁에 철저하지 못했는지, 심지어는 퇴보시켰는지 반성하고 설명해야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때,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데 앞장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들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은 박영선이었다. 

만약 박영선 후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노동친화형 서울을 만들려는 구상이 있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넘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6411버스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야권 단일후보인 노회찬 의원이 동작에 출마하셨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드렸다"고 말이다.

도대체 누굴 위한 선거였나? 

이런 장면들은 이번 재보궐 선거 내내 터져 나왔다. 그 결과 유권자들의 생각 속에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가늠해 보기보다 후보들이 쏟아낸 네거티브밖에 남지 않았다. '생태탕', '내곡동', '엘시티'가 선거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현실 문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덕분에 정작 이번 선거에 필요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성평등 관련 논의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6411번 버스의 노동자들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이 선거가 자신들을 위한 선거라고 여기기는 했을까?
 

생전에 6411번 버스에 탄 노회찬 의원. ⓒ 노회찬재단

 
결국 민주당은 이런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다 선거에서 크게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장면 중에 6411번 버스가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사회에서 개혁을 외친다면, 사회적 약자를 이야기하려면 생각해봐야 할 상징 중 하나가 바로 6411번 버스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6411번 버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만 이용될 뿐, 그 버스의 의미에 대한 성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노동 의제를 후퇴시킨 후보가 6411번 버스에서 유세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제라도 6411번 버스의 의미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개혁이라는 구호는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노회찬 의원의 연설을 보자.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 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이 진보정당,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회찬 의원은 단순히 6411번 버스에 투명 인간과 같은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진보정당에 대해, 정치의 무능함에 대해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음을 탓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노동자 곁에 다가가지 못했음을 탓했다. 이게 바로 6411번 버스의 정신이 아닐까?

민주당,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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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 당직자들이 대부분 떠나 텅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이 진 것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서울시는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자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국민들은 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해 그동안 민주당에 표를 줬다. 하지만 정권과 여당은 끊임없이 실패했고, 자신들이 말한 비전을 지키려는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국민은 등을 돌렸다. 

아직 민주당에는 2/3 가까이 되는 국회 의석이 있다. 그들은 전국적인 집권 여당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 만일 민주당이 앞으로 정말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면, 그래서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촛불 혁명의 열망을 실현하고 싶다면, 기회는 지금도 분명히 존재한다.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의 정신처럼 반성하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달려간다면 민심은 다시 올 수 있다. 선택은 민주당에게 달렸다. 

단지 새벽 시간에 6411번 버스에 탄다고 해서 표를 줄 사람들은 없다. 6411번 버스에 탄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할 때 비로소 민심은 움직인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6411번 버스의 정신을 제대로 깨닫고, 그동안 국민들이 촛불을 들며 열망했던 사회가 무엇인지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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