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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참패, '샤이진보'는 없고 '셰임진보'는 있었다

[4.7 재보선 결과 분석] 1년만에 돌변한 서울 표심? "바뀐 건 민심이 아니다"

등록 2021.04.08 02:50수정 2021.04.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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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자정 본인 페이스북에 패배를 수용하면서 남긴 글이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4.7 재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참패'였다. 

서울시민들의 선택은 1년 만에 크게 변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서울 49개 지역구 중 41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엔 오세훈 후보에게 힘을 확실하게 실어줬다. 4.7 보궐선거가 2022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규정됐던 만큼 그 의미가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속수무책 그리고 샤이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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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박영선, 김영춘 후보(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오세훈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박영선 후보를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당일인 7일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천심인지 절감했다(김태년 대표 직무대행)"면서 사과했다. 투표를 독려하는 기자회견 자리였지만 사실상 '읍소'였다. 지난달 31일,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지난 1일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의 대국민 성명 발표에 이은 세 번째 사과이기도 했다.

그만큼 속수무책이었다. 3월 초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가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날개를 달아줬다. 2월 말까지만 해도 박영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가정해도 앞서는 걸로 나왔다.

하지만 LH사태 뒤엔 야권 단일화 후보에 밀리기 시작했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성사됐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인상한 일이 알려지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으로 이어졌다.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박영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이 라디오인터뷰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지지세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샤이(Shy : 수줍음) 진보'란 단어는 이러한 여권의 상황을 명징하게 드러냈다.

자신의 지지층을 '샤이'로 호명하는 대표적 사례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여론조사서 줄곧 열세였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설명하면서 등장한 '샤이 트럼프' 현상이었다. 선거 유세기간 동안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는 지지층을 호명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로 2017년 대선 등에서 '샤이 박근혜' '샤이 보수'란 단어가 등장한 바 있다. 즉, 의도하진 않았으나 여권은 지지층을 '샤이'로 수식하면서 열세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여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떳떳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자인한 셈이었다.

이에 대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샤이 지지층이 있다', '바닥민심은 (여론조사와) 다르다'는 얘기는 선거에서 자기가 불리하다는 고백이라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라며 "사실 '샤이'가 아니라 '셰임(Shame : 수치스럽다)'라 하는 게 보다 정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지층 결집은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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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후보를 겨냥한 민주당의 내곡동 땅 의혹 공세나 선거 막판 꺼냈던 지지층 결집 전략이 오히려 '필패 카드'가 됐다는 평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MB(이명박)의 BBK와 오세훈의 내곡동을 등치하는 전략이 너무 뻔했다. 너무 과도하게 촛불민심과 적폐청산에 기대서 판세를 불리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라며 "지난해 총선 승리 땐, 여당은 민생·코로나를 앞세워 야당의 심판론·단일화를 이겼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소장은 "민주당이 작년 총선 때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실책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며 "박영선 후보가 선거 막판 진보좌파 유튜버를 모아 간담회를 하는 장면은 지난 총선 당시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보수우파 유튜버를 모아 좌담회 출연하던 모습의 반복이었다. 항상 선거에서 지는 쪽이 '우리 지지층이 결집되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지지층 결집력은 국민의힘 쪽이 더 강했다. 서울 25개구 투표율 1, 2, 3위는 서초구(64.0%)와 강남구(61.1%), 송파구(61.0%)였다. 그중 송파구 투표 참여인원은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 당세가 강한 지역에서 오세훈 후보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전통적으로 민주당 당세가 강한 중랑구·관악구와 금천구는 각각 53.9%, 52.2%로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최근 4년간 열린 주요 선거에서 서울 자치구간 투표율 격차가 이렇게 큰 적도 없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지난 3월 초 터진 LH 사태로 구도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심판론이 인물검증론을 압도적으로 눌렀다"며 "민주당의 적극적 지지층이 35~40% 정도인데 이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향하진 않았고 지난 총선 때 힘을 합했던 중도층이 이탈해 버린 것이 이번 선거"라고 평했다. 

즉, 민주당이 상대 후보의 검증에 집중하면서 적극 지지층의 결집은 이뤄냈는지 몰라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결집이 더 강력하게 나타났다. 중도층·부동층 역시 '정권심판론'에 올라탔다.  

"바뀐 건 민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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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2016년 총선 후 네 번의 전국 선거에서 승리했다. 바로 1년 전인 21대 총선에선 180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민심이 왜 1년 만에 바뀌었을까? 원인은 선거일 한달 여 전에 터진 LH 사태뿐일까?

이에 대해 장성철 소장은 "(지난 총선 후) 민주당의 행태가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켰나"라고 반문하며 "바뀐 것은 민심이 아니라 민주당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사건이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고, 전임 시장이 성비위 사건으로 물러났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하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해 내내 충돌한 것, LH 사태 등이 불을 붙였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는 오세훈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번쯤은 경고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번 선거가 왜 치러졌느냐 생각한다면, 여당이 잘 되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할 때 여당은 겸손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유권자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국민의힘으로 돌아갔다는 해설도 곁들였다. 

윤 실장은 "과거엔 강경 보수 중심의 선거캠페인을 진행하는 국민의힘을 민주당의 대안으로 선택하기엔 꺼림칙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면이 많이 제거됐다"며 "바닥에 구멍 뚫려 물도 못 받는 그릇에서 이제는 물 정도는 받을 그릇이 됐다"고 비유했다.

20·30대의 선택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7일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당선자는 20대에서 박영선 후보를 22%p 차로 앞섰고 30대에선 17.8%p 앞섰다. 20·30대가 전통적으로 친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됐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변화다.

이에 대해 엄경영 소장은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기존의 '진보대오'에서 이탈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40·50대는 20·30대와 60대 이상 세대의 협공을 받았다. 586세대가 포위된 것"이라고 평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했다고 해석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지난 4년 간 누적된 공정 가치 훼손 등에 대해 회초리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LH 사태 때 국회의원 전수조사나, 특검 등 '물타기' 전략으로 간 건 실책이었다. 자신의 살도 발라낼 각오로 대처했어야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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