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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 소인론(小人論)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 / 44회] 군자는 공변되고 소인은 사심을 품는다

등록 2021.04.14 17:55수정 2021.04.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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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교에는 허균의 누이 허초희의 호를 따 이름 지었고 거북이 등에 올라탄 홍길동이 조각이 먼저 반긴다. ⓒ 김종신

 
군자와 소인은 음(陰)ㆍ양(陽). 낮과 밤 같다. 음이 있으면 반드시 양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고, 군자가 있으면 반드시 소인이 있다. 당우시대(唐虞時代)에도 그랬는데 하물며 후세이겠는가. 대개 군자는 정당하고 소인은 간사하며, 군자는 옳고 소인은 그르며, 군자는 공변되고 소인은 사심을 품는다.

위에 있는 사람이 그 간사하고 정당함, 옳음과 그름, 공변되고 사심을 품은 것을 분별해서 살핀다면 저 소인된 자가 어찌 감히 그 실정을 숨기겠는가.

진실로 대인군자로서 학행과 재식이 한 시대의 대표로 될 만한 자가 나와서 높은 벼슬에 있도록 하여 온 관료를 장려하되, 진신대부(搢紳大夫)로 하여금 모두 정대함을 지켜서 봉공하며, 옳고 그름의 분변을 밝히도록 하면, 한 시대 심한 붕당도 장차 면(面)을 고치기에 겨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감히 네 갈래로 갈라지고 다섯 곳으로 찢어져서, 함부로 날뛰는 것이 근일 같겠는가. 그런즉 붕당의 심한 해로움은 소인이 조정을 함부로 하는 것보다 심함이 있음이 분명하다. 

나라에서 소인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나라를 해롭게 하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을 미워하는 것이다. 지금에 나라를 해롭게 하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은 권간(權奸)이 국정을 잡지 않아도 이와 같이 지극함은 모두 사사 뜻이 크게 행해져서, 권한이 이미 한 곳에서 나오지 않고 기강이 무너져서 다시 진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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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공원 안 전통 가옥 사랑채에 봉안된 허균 영정 ⓒ 나무위키

 
아아, 어찌하면 소인에게 국정을 전천하게 했다가, 그 세력을 펼치기 전에 공격해서 제거할 수 있을까. 또한 어찌하면 대인군자가 나와, 풍동(風動)시켜서 붕당을 흩어지게 할 수가 있을까. 까닭에 지금 나라에는 소인도 없고 군자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할 말이 있다. 옛적에 소인이라 하던 자는 그 학문이 그 말을 돕기에 족했고, 그 행동이 풍속을 속이기에 족했으며, 그 재주는 변고에 대응하기에 족하였다. 까닭에 그런 자가 벼슬에 있으면 사람들이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므로 제 하고 싶은 대로 행하기에 족했다.

그들이 군자와 다른 것은 특히 공과 사, 한 터럭만큼의 차(差) 뿐인데도 그 화가 오히려 참혹하였다. 하물며 재행과 학식이 없으면서 오직 좋은 관직만 탐내며 요직에만 기를 써서, 구차한 태도를 하는 자가 조정에 가득하다면, 그 화는 마침내 어떠하겠는가.


까닭에,

"붕당의 해는 소인이 조정정사를 전천하는 것보다 심함이 분명하다."

는 것이다. (주석 1)


주석
1> 이 부문, 『성수부부고』에 실린 것을 이익성 편역, 앞의 책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허균 #허균평전 #자유인_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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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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