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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보며 '어게인 2006' 꿈꾸는 사람들 향한 충고

[주장] 그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또 하고 싶어도 안되는 것들

등록 2021.04.09 14:15수정 2021.04.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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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8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외벽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표차로 이긴 오세훈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 로고송은 무려 '사랑의 재개발'(유산슬)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로 불릴 정도로 부동산은 큰 이슈였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시장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관련 핵심공약은 ▲ 민간 중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18만5000호 공급 ▲ 도심 저층 주거지 내 타운하우스 3만 호 공급 ▲ 과거 장기전세주택을 계승한 상생주택 7만 호 공급 등 공급중심정책이다. 오 시장은 이 같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 한강변 35층 규제 폐지 ▲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 일반주거지역(2종) 7층 이하 규제 폐지 등을 약속했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오세훈 시장이 본인이 한 약속을 이행할 권한이 있는가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관련해서 조합의 기대수익률을 감소시키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는 중앙정부와 의회의 권한이다. 오세훈 시장이 손도 댈 수 없는 영역이다.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등의 공약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25명 이상 30명 이하로 구성되는데 시 공무원인 임명직은 4명이다. 서울시의회 의원은 4명 이상 5명 이하며, 나머지 17명 이상 21명 이하는 토지이용·건축·주택·경관·교통· 환경·방재·문화·정보통신 도시설계 조경 등 도시계획관련분야에 관해 식견과 경험이 있는 교수,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다. 이 도시계획위원회가 오 시장의 뜻대로 행동할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관련해서 그나마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은 주민 동의율, 건물 노후도 등을 점수화해 정비사업 여부를 결정짓는 '주거정비지수제' 완화 정도다.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묶는 이른바 '35층룰'의 경우도 '2030서울플랜'으로 불리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다만 서울시가 올 연말까지 '2040서울플랜'을 짜고 있는만큼 오 시장의 35층 층수제한 폐지공약이 관철될 가능성은 있다. 

오세훈 시장이 과거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재추진될 가능성은 크다. 이 프로젝트는 여의도, 압구정, 성수, 합정, 이촌 등 한강변에 최고 50층 높이의 대규모 주거·상업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인데 박원순 시장이 백지화한 바 있다.


부동산에 관해 사용할 수 있는 서울시장의 권한이 제한적인 데 더해 시장 잔여 임기가 1년 3개월가량이라는 점과 협조가 필요한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오세훈 시장 입장에선 핸디캡이다.

기대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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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8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렇듯 오세훈 시장 당선이라는 소재 자체는 그리 약효(?)가 강한 재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시장참여자들은 오 시장의 당선을 보며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는 모양새다. 오 시장 출근 첫날이었던 8일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매매 호가가 직전 거래가에 비해 1억 원 정도 뛰었다고 한다(관련 기사 : 오세훈 출근 첫날 1억 오른 호가... 들썩이는 재건축). 

오세훈의 서울시장 당선에 기시감이 든다. 그가 최초로 서울시장이 됐던 2006년이 고스란히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서울을 포함한 전국을 석권했다. 그 여세를 몰아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다. 이후 중앙정부, 지방정부, 의회를 모두 장악한 한나라당은 부동산 투기조장에 올인했다. 시장참여자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 2006년과 2007년을 떠올리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백 보 양보해서 2006년과 2007년의 재현이 이뤄진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부동산 시장이 정책당국자의 철학과 의지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가 5년 내내 투기에 올인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은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위주로 집값 상승이 가팔랐다. 

부동산 시장 내면의 에너지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중요하다. 2021년 현재 상황은 이렇다. 유례없이 긴 대세상승에 따라 소득과 이격이 너무 많이 벌어진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이미 실효하한까지 내려온 기준금리. 시장에 예비군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30대까지 대거 유입된 유효수요의 소진 등의 상황 등등. 이럼 점을 고려하면 시장 내면의 에너지는 거의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 설사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지난 7년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의 대세상승이 계속 지속되기란 녹록지 않다.

정리하자!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오세훈이 시장이 되면서 정권교체 기대감으로 시장의 투기심리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고, 그 기대감이 강남 재건축의 호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향배 이상으로 중요한 부동산 시장 내면의 에너지가 이미 상당 부분 고갈된 상태다. 더 이상의 대세상승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태경씨는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오세훈 #부동산 #대세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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