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엄연한 초대 손님, 우리가 주인 위치 찾아야"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제6차 정책토론회 '한미관계의 새로운 정립'

등록 2021.04.10 20:30수정 2021.04.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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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계기였다. 한국정부를 바라보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향후 동북아 패권전략과 대북 압박정책을 고수하며 한국 정부에 상응하는 역할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에는 방위비분담금 13.9% 인상과 한국 국방비 증액에 연동한 인상안에 양국이 서명했다.  

북미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해지는 지금,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하고 한미관계는 또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9일 개최된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정책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종식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우희종 서울대학교 교수의 진행과 고승우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의 주제 발표로 시작되었다. 토론자로는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전시작전권, 유엔사, 한미상호방위조약, 소파협정, 방위비분담금 등 민감한 사안을 논하며 한미동맹의 변화를 주문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3주년을 앞두고 한반도에 2017년 전쟁위기를 능가하는 위기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분단의 질서를 평화의 질서로 만들기 위해 한미관계를 제대로 조망하고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이재정 국회의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한미관계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오늘 토론을 통해 한미관계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로 한걸음 더 나가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며 임진각에 집무사무실을 설치했던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엔사에 가로막힌 43일을 보내며 참혹함과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심정을 전하며 "이제 수직적인 한미관계가 아닌 호혜 평등한 한미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 (오른쪽)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고승우 민언련 전 이사장은 현재 한미관계가 전혀 대등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는 미국 정부 매체의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기사를 예로 들며 "미국의 논조는 '한국은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라는 것으로 압축된다"고 분석했다. 

고 이사장은 "바이든 정부가 보이는 미국 일방주의는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유엔사령부, 미국의 대북선제공격 전략,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에서 그 뿌리를 찾았다. 이에 대한 토론자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고 이사장은 먼저 한미동맹의 기본 축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규정하며 "오늘의 한미동맹은 (조약이 체결된) 195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 군사력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권리(the right to dispose)'로 규정해놓은 4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조항이 미국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하기 때문에 불평등한 주한미군주둔협정(SOFA)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문제까지 파생되었다는 것.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를 '위헌 조항'이라고 못 박았다. 국가의 존립기반은 영토와 국민인데, 미국에게 한국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한국의 어느 곳에든 군대를 배치할 '권리'를 준 것은 명백한 한국 영토 주권 침해라는 것. 송 변호사는 "설령 위 조항이 1954년 국회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헌법 이념에 부합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비추어 위헌이라 판단 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고승우 이사장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 작전능력 평가에 대해서도 "의미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는 한반도에 무력공격이 발생 시 미국은 자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개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주한미군은 대통령 행정 명령인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 (PDD – 25)에 따라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게 된다.

즉 전작권이 전환되어 한국군장성이 미래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이 되어도 미군에 대한 작전 통제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는 뜻이다. 고 이사장은 "전작권 환수를 더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우리도 미국처럼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적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장렬 교수는 "한국군의 능력은 이미 평가 완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6년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마친 버웰 벨 사령관이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에게 보낸 서한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한국군의 군사능력에 대한 찬사가 가득했다. 

"한국군은 오늘이라도 전구급 작전 지휘 통제할 능력 보유"
"한국 내에서 정치적 논란은 있지만 군사적 평가는 부인할 수 없다"
"연합훈련을 통해 본 한국군 장성들의 능력은 기대 이상"
"늦어도 2009년까지는 전작권 이양하고 미래형 한미동맹 정립 필요"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이미 이렇게 평가가 완료되었음에도 현 환수방식(조건 충족 및 검증)을 고수하는 건 '스스로 씌운 올가미'나 다름없다"며 개탄했다. 
 

(왼쪽부터) 우희종 서울대학교 교수, 고승우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송기호 법무법인수륜아시아 변호사,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은혜

 
유엔사 문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고승우 이사장은 미국이 지난 수년 간 유엔사의 위상을 강화, 보완해 온 것을 지적하며 "미국이 전작권 환수 후에도 유엔사를 통해 한국에 '갑질'을 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필요에 따라 유엔사 모자를 쓰고 남북교류에 개입하거나 대북 선제공격 등의 전략을 도모할 것에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장렬 교수는 △DMZ 관할권을 한국군으로 전환 △유엔사를 주한미군사령부와 통합 후 한국주도-미국지원 체제 완성을 그 대책으로 꼽았다. 

고승우 이사장은 이어서 미국의 대북 군사 전략에 대해 한국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대북 선제공격 논의에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한국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자산을 지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제공격은 곧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하고 그로 인한 남측의 인명 피해만 해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미-러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예로 들었다. 고 이사장은 "미-러는 지난 30년째 START를 지속하며 두 나라가 상호신뢰 하에 군축을 지속할 노하우가 충분히 개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하며 "정부는 대북 적대정책으로 인한 남한의 피해를 통고하고 START 성공사례를 참고해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달성하도록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회 유튜브 실시간 방송영상 캡처 ⓒ 이은혜


지난 8일 서명된 방위비분담금협정도 도마에 올랐다. 김동엽 교수는 "협상자체도 문제지만 명백히 진 협상인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정부는 더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에 대해 "단순한 비용분담이 아닌 안보분담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방위력을 올리면 주한미군에 대한 비중은 줄어야 마땅한데 결국 방위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4.27, 9.19 약속을 어기고 군비증강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엽 교수는 또 한미동맹에 있어 '주인'으로서의 입장과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외국군 주둔국가를 영어로는 'host nation'이라고 표현한다. 엄연히 우리가 주인이고 미군은 손님이다. 그런데 그 손님이 지금 깽판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풍자했다. 그러면서 "지난 70년간 우리정부는 host nation이자 user로서의 지위를 망각하고 방치해왔다. 한미동맹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host로서의 위치를 찾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토론회는 경기도와 이재정 국회의원,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주관으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으며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도 실시간 방송되었다. 토론회 영상은 유튜브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현장언론 민플러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한미동맹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작전통제권 #한미상호방위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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