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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모 같은 사례 막아야 농촌 지킨다"

농촌·농민·농업 위한 공익법률센터 '농본', 현장밀착 지원-농지투기 감시 전방위 활동

등록 2021.04.17 11:50수정 2021.04.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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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 하승수 변호사가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컨테이너로 세운 공익법률센터 앞에 섰다. '농본'은 오로지 농촌·농민·농업을 옹호하고 지원한다. ⓒ 이희훈

 
올해 봄과 함께 활짝 문을 연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오로지 농촌·농민·농업을 옹호하고 지원한다. 각종 폐기물처리장, 송전탑, 대규모 태양광, 축사, 산업단지 등에 맞서는 농촌 주민들에게 법률 지원은 물론이고,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전략도 함께 논의한다. 그야말로 농촌마을의 현장밀착형 지원조직이다. 수임료 등의 돈은 따로 안 받는다.

현장 밀착 지원과 더불어 농촌에 도움되는 법·제도 방안도 모색하는 것도 농본의 업무다. 농지문제와 농촌주택 문제, 농업예산·정책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고위공직자 농지 전수조사 등 농촌을 둘러싼 권력감시 활동도 진행 중이다.

센터 설립을 추진한 하승수 변호사가 농본의 대표다. 조만간 지역 청년 두 명이 반상근 활동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비영리단체여서 최소한의 종잣돈을 기반으로 후원을 받아 운영비를 마련해야 한다.

"농촌이 좋아지면 수도권 초집중화 문제도 해소"

일터는 논밭 옆에 있다. 하 대표가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에 300평 정도의 땅을 단체 명의로 마련했고, 사무실은 기증받은 컨테이너 한 채가 전부다. <녹색평론> 발행인 고 김종철 선생이 적극 후원하고 도왔던 농촌대안학교 '풀무학교' 일대에 자리해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하 대표는 김종철 선생과 인연이 깊다. 함께 녹색당을 창당했고, 선생이 이사장을 지내던 녹색전환연구소의 기획이사다. '농본'이라는 이름도 김종철 선생이 역설해온 '농본주의'와 맞닿아 있다. 그가 농촌에 공익법률센터를 세운 배경도 선생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6월 김종철 선생이 돌아가시고 나서 농촌을 지원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됐다. 선생이 농촌·농사·농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지금이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농촌을 살 만한 곳으로 지키는 게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농촌은 면 지역 면적만 국토의 73%에 가까울 정도로 우리나라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촌의 교육·주거·청년 일자리 정책을 잘 설계해 매력을 높이면 살고자 하는 사람이 늘 것이고, 자연스레 수도권 초집중화 문제와 지방소멸 위기도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농촌과 농민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하 대표는 지적한다.

"우리는 땅이 좁다고 하는데, 국토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은 방치하다시피 한다. 환경오염시설과 기피시설까지 몰려들면서 농촌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점점 농촌에서 사람이 빠져나가 아무도 안 남으면 결국 황폐화될 것이다. 이대로 농민과 농지가 계속 줄면 나중에 도시 사람들에게 후폭풍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저는 농사에 관심을 둔 사람이 많아져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좋지만 그렇게 하긴 어렵다는 게 이미 드러나고 있지 않나. 상황이 나빠졌을 때 식량자급 등 대처할 능력이라도 키워야 한다. 그게 한국에서는 지금 농사다. 사람들이 자기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나 지식, 경험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농지투기 성행하면 농지 줄어... 경자유전 원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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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한 가운데 컨테이너로 세워진 농촌 공익법률센터 '농본'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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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한 가운데 컨테이너로 세워진 농촌 공익법률센터 '농본' ⓒ 이희훈

 
농본이 주민운동 법률 지원과 컨설팅을 넘어 농촌에 필요한 법·제도적인 해결책도 모색하는 이유다. 현재 단체 차원에서 몇 가지 기획사업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최근 'LH 사태'로 이슈화된 농지투기 문제다. '농사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농지문제를 감시한다.

"농지투기가 성행하면 결국 농지가 줄어들게 된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산 사람들은 농촌이 황폐화되든 말든 개발이 되기만 기다린다. 그러면 농촌은 사람 사는 공간이 아니라 개발예정지가 되어 버린다.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의 경기도 양평 농지투기 의혹만 보더라도, 농지를 사서 결국 아파트 짓는 개발사업을 벌였지 않았나? 농지투기를 막는 게 곧 부통산투기를 근절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또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농지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정작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은 농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많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에 정해진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비농민이 소유한 농지는 예외 없이 처분하거나 농지은행에 위탁하도록 유도·강제할 필요가 있다."

일단 농본은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농지 소유 실태부터 전수조사한다. "이들만 조사해도 한국 농지투기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현행 농지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회에서 진행될 농지법 개정 때 대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는 기후위기로 인한 농사피해 문제에 대응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냉해·장마·태풍 등의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쁜 곳이 많은데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지만 농민이 보험료를 내고 가입해야만 하는데다, 피해액 전부를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다.

농본에서는 가칭 '기후위기 농업피해 보상법'을 구상 중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농민들이 입는 농업피해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 대표는 "이런 법률을 만들려면 입법운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본격적인 운동을 위한 근거자료 조사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https://blog.naver.com/nongbon11/222268112927

[관련기사] "농촌에 쓰레기 쌓아 수천억 버는 사람들... 이건 미친짓" http://omn.kr/1ssxw
#하승수 #농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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