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이 '월성1호기'를 겨냥한 진짜 목적

[아주 정치적인 탈핵 ②] 끝없는 보수언론의 원전 가짜뉴스 전략

검토 완료

참여사회(achampspd)등록 2021.04.13 17:13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10년, '탈핵'은 왜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탈원전'에서 '에너지전환'으로 노선을 바꾼 문재인 정부와 그 과정에서 부침을 겪은 국내 탈핵운동, 올해 초 보수진영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정쟁화한 이유와 끝없는 원전 가짜뉴스까지, 아주 정치적인 의제로서 한국 탈핵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 월간참여사회  
 

2018년 국내 최초의 중수로인 월성 1호기가 폐쇄됐다. 2012년 설계수명 만료 당시 정당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7천억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들여 무리하게 재가동시킨 원전의 최후였다. 정부가 월성 원전을 폐기하면서 첫 번째로 든 이유는 '경제성'이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월성 원전은 막대한 수리비가 무색한 적자 운영을 해 왔기 때문에, 정부 설명에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경제성 평가 조작' 프레임을 내걸고 그에 동조한 감사원과 검찰이 손을 뻗기 전까지는 말이다.
 
보수 야당이 설계하고 조선일보가 시공한
'경제성 평가 조작'이라는 디즈니 월드

 
월성원전 폐쇄가 결정되고 4개월 후, 2018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수원이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판매단가를 고의로 낮게 설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만 해도 이 주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2019년 9월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가 감사원에 월성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감사를 의뢰하면서 의혹은 다시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2020년 1월 14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실의 자료를 받아 〈한수원, '1778억 이득' 초안 보고서 19개월간 덮었다〉라는 기사를 냈고 '월성 경제성 평가 조작' 프레임을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2019년 9월 6일 이후 현재까지 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한국일보 6개 주요일간지 지면 기준 '월성 경제성 평가 조작'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총 326건인데 이 중 121건이 조선일보 기사였다. 타 언론사의 경우 25~50건 사이였다.
 
이어서 진행된 감사원과 검찰 수사는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20일 월성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자료를 삭제하며 감사에 저항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은 평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에 대해 아무 결론도 내지 않고서 지엽적인 문제를 크게 키워 논란만 남긴 것이다.

 

2020년 10월 20일, 월성 경제성 평가에 대한?감사원 결과 발표 이후 쏟아진 언론기사 제목 ⓒ 민언련

 
 
검찰은 자료 삭제를 이유로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기소한 뒤 어김없이 '윗선'을 수사하며 정책 결정 과정으로까지 수사를 넓혔다. 보수언론들은 다시 바통을 이어받아 월성 원전 문제를 키웠고 탈원전 정책 전반을 흔들려 시도했다. 조선일보의 2021년 1월 15일자 사설 〈문재인 최악 결정 '탈원전'의 추진 과정 감사를 주목한다〉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10년간 흑자를 본 적이 없던 노후 원전에 앞으로 4년간 흑자가 난다는 보고서가 제출됐다면 그 내용에 의문을 느끼고 회계법인 측에 이유를 따져보는 것이 상식적인데, 국가 행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국회와 언론, 그리고 감사원과 검찰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이러면서 자신들 스스로 아무 문제도 못 느끼니, 보수야당과 조선일보 등 언론이 합작한 '경제성 평가 조작'이라는 환상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인근 주민 피폭량이 멸치 1g 수준?
끝없는 보수언론의 원전 가짜뉴스 전략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 탈원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2024년까지 핵분열 발전의 설비용량은 오히려 증가하며, 가장 마지막 핵분열 발전소가 사라지는 것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 2호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2060년 이후가 될 예정이다. 지금 살아있는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탈원전'의 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언론들은 고리·월성 폐쇄를 두고 '탈원전 속도가 빠르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달팽이가 거북이를 보고 '빠르다'라고 하는 격이다.
 
이런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식을 바탕으로, 보수언론들은 원전 안전에 관련한 중요한 뉴스들을 축소보도하거나 사실관계와 관점을 호도해 왔다. 한빛원전 격납고 철판 부식 문제와 이어진 격납고 콘크리트 공극 문제는 문재인 정부 내내 원전 이용률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신문지면 기준 2017년 4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년간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관련 기사는 3건이 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기사도 원전 안전을 강조하거나 '원전가동률이 떨어져 문제'라는 식의 기사에서 사건을 잠깐 언급한 수준이었다. 
 
2019년 초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했을 때 보수언론들은 '탈원전 때문에 석탄발전이 늘어 미세먼지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본 결과, 탈원전 때문에 석탄발전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석탄발전으로 미세먼지가 많아졌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독일 슈피겔지의 기사 취지를 정반대로 왜곡해 독일이 '탈원전에 후회'한다고 보도한 사건, 빌 게이츠가 저서에서 지엽적으로 언급한 고속증식로를 핵분열 발전 확대 주장으로 왜곡해 보도한 사건 등 해외 저명인사의 발언이나 언론 보도를 취사선택하거나 왜곡해 보도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보수언론의 안면몰수 가짜뉴스 전략이 절정에 이른 사례가 최근 '삼중수소 유출 논란'과 '텍사스 정전 사태'에 관한 보도들이다. 2021년 1월 7일, MBC 보도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관리 기준 이상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보수언론들은 '외부 누출 근거는 없다', '인근 주민 피폭량은 멸치 1g 수준'이라며 여론 호도에 나섰다. 문제는 삼중수소가 설계상 나오지 말아야 될 곳에서 검출됐다는 것인데도 말이다. 배관공은 보통 송수관에서 물이 새고 있으면 우선 그곳부터 막고 다른 곳도 새지 않는지 살펴본다. 
 
2021년 2월 말 이상기후에 의한 한파로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언론들은 텍사스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3%라며 탈원전 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텍사스의 원전 4기 중 1기도 물 공급 장치가 얼어붙어 정전됐으며, 오히려 '전력 민영화'가 정전 사태의 주범임이 밝혀졌다. 
 

월성1호기 연도별 이용률 ⓒ 참여사회

 
 
보수언론 및 보수정당의 '탈원전 흔들기' 진짜 목적은….

보수정권 시절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두고 "가장 큰 걱정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이라며 "원전의 사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 순 없다"고 쓰기도 했다. 그런데 보수언론들은 왜 지금 와서 탈원전 왜곡에 나서는 걸까? 보수언론들이 탈원전 여론을 호도하려는 목적은 의문의 여지 없이 '정권 흔들기'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는다.
 
일례로 주간조선 2019년 4월 15일자에 실린 <여야 충돌의 최전선 '탈원전'>이라는 기사는 '정부 여당의 가장 약한 고리가 탈원전'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시사인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웠던 정책'을 묻는 질문에 '원전 문제'라고 답했는데, 이걸 보니 "한국당 입장에서는 정부·여당의 가장 '약한 고리'가 탈원전 정책"이라는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최근 사설·칼럼 등에서 '무슨 수를 써서든 정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왜곡도 점점 심해질 것이다. 과학 윤리와 앞으로 수십 년을 바라보아야 할 에너지 믹스 정책, 그리고 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 그들의 머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의 '탈원전' 보도들은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공시형 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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