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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는 말야, 맛집에 줄 서는 것 같은 거야

[투자의 민낯] 기다림이 모든 걸 보장하진 않는다

등록 2021.04.16 09:38수정 2021.04.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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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내게 있어 주식투자는 맛집의 긴 줄에 서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하도 맛있다기에 줄은 서는데 자꾸 걱정이 된다. 진짜 맛은 있나? 조금 맵다던데... 나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그런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지? 심지어 이런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근데 여긴 뭐 파는 데지?'  

멋모르고 선 맛집 줄 이어지는 의문과 불안함 ⓒ 남희한




유명하다기에 먹어보고 싶긴 한데 이게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당연히 자꾸만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리고 이 편치 않은 마음은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해진다.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함이다.

연애시절의 나는 긴 줄 따윈 서지 못했다.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김밥이 산다는 천국에 자주 갔다. 그곳은 기다리는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천국으로 가는 직행코스를 두고 한 시간씩 기다리는 선택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주식에서만큼은 잘 몰라도 맛을 보장한다는 말에 줄부터 서고 봤다. 그 맛집이 뭘 파는지, 대략 얼마나 기다려야 내 순서가 올 '수도' 있는지 모르면서 말이다.

길가다 만난 긴 줄이 늘어선 맛집은 줄을 서고 나서라도 알아본다. 뭘 파는 곳인지, 메뉴는 뭐가 있는지, 보통 대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가늠해본다.

하지만 누군가 추천하는 종목 맛집은 아무 생각 없이 기다렸다. 줄을 섰으면 알아봄직도 한데, 맛있다는 얘기와 먹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에 무턱대고 기다렸다.


결국 그 맛집의 매력을 잘 모르기 때문에 기다림이 힘들다. 욕심만 있지 의지가 없다. 그 기다림의 끝에 있을 만족감을 가늠할 수 없으니 기다림이 차츰 의미 없어 보인다. 그러다 결국 줄에서 이탈해 다른 곳을 기웃거리다 먹고 나온 사람들의 찬양에 뒤늦게 다시 줄을 선다. 이미 늦었다.

기다림이 모든 걸 보장하진 않는다

주식시장의 수익은 맛집의 줄처럼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다보니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더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갑자기 폐업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천연 조미료만을 고집하는 맛집이라 들었는데 먹다 남은 음식을 재활용해왔단다. 시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거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성공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린치는 "보유 중에 신경을 꺼도 되는 종목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투자한 종목에 언제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횟집에서 돈가스를 팔기 시작하더니 자장면에 야끼소바까지 메뉴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먹고 나온 손님들의 어정쩡한 반응에도 기다린 게 아까워 무시했다. 그리곤 바로 앞에서 간판을 떼어내는 것을 보면서도 끝끝내 자리를 지켰다. 이 쓸데없는 의리의 보답은 다름 아닌 손실이었다.
 

기다림 무언가의 기다림은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 Pixabay



학창시절 유일하게 줄을 섰던 가게가 있다. 명동에 있던 크리스피 도넛이 그곳이다. 불이 켜지면 시식 빵을 나눠줬던 이 가게는 오가다 들르는 참새의 방앗간과 같았다. 어느 정도 길이의 줄이면 무사히 시식 빵을 먹을 수 있는지, 혹시 못 받더라도 최대 몇 분을 허비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시식 빵을 받아 들었을 때의 만족감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기다림이 전혀 불안하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딱 보면 시기가 늦었다는 판단도 가능했고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리 조급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다. 기다림은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을 때 의미가 있고 억울하지도 않다.

모두가 우호적으로 평가한 맛집에 줄을 서는 것도 좋은 전략일 테다. 맛집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턱대고 기다리지만 않는다면, 이 괜찮은 전략이 최악의 전략으로 전락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또한 어렵다. 최선은 과정의 충실이지 결과의 보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망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울화통이라는 마음의 병이 생겨나는 수만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차분해진다. 그냥 무턱대고 기다리면 될 것 같지만, 주식투자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안달이 나는 것은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을 것 못되는 믿음 때문이다.

아직은 의욕만 앞선 아이의 모습에서 용기를 찾기보단 무모함을 걱정해야 할 때다. 아이가 하나씩 배워가며 차분한 청년으로 커나가듯, 주린이인 나도 많은 경험과 꾸준한 배움으로 주식 청년으로 거듭나길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그림에세이 #투자의민낯 #주식투자 #막연한기다림보단 #알아가는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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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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