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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글쓰기, 그의 서재는 '요새'였다

[이 사람, 10만인] 김종성 역사 전문 시민기자

등록 2021.04.14 15:04수정 2021.04.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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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원 이상씩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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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오마이뉴스> 역사전문 시민기자 ⓒ 김병기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누워서 입으로 기사를 씁니다."

다소 황당했다. 김종성 역사 전문 시민기자의 말이다. 글쓰기 전날 글감을 정하고, 논문과 책을 찾아서 기사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머릿속에 담은 뒤 밤 11시경에 취침. 다음날 새벽 3시에 눈을 뜨자마자, 그날 쓸 기사를 누워서 핸드폰에 말로 저장. 이를 텍스트로 변환한 뒤 컴퓨터 앞에 앉아 A4용지 반쪽짜리 초고에 살과 뼈를 붙인단다. 

"잠을 자고 나면 전날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정보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오마이뉴스에 매일 200자 원고지 30매 분량의 역사 전문 기사를 쏟아낼 수 있었던 비결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치열함이었다. 그는 역사적 사료도 지독하게 탐구했다.

"매일 논문 2~3편을 읽습니다. 역사 관련 서적은 한 달에 2~3편정도 읽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역사는 오래된 과거만은 아니었다. 시시각각 과거로 흘러가는 현재의 일상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기록했다.

"저기 식탁에 있는 메모장은 밥 먹을 때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정보 등을 적는 도구입니다. 내가 뉴스에서 필요한 정보를 접한 시간과 내용을 적은 뒤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에 저장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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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개 이상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김종성 기자는 4대의 컴퓨터로 역사 자료를 정리하면서 글을 쓴다. ⓒ 김병기

 
[나홀로 전투] '요새'같은 서재... 독서메모 7천여장, 10년간 책 20권 집필


거실에 잠시 앉아 있다가 1평반 남짓한 그의 서재에 들어갔다. 천장까지 2500여권의 책으로 빼곡했다. 한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책 협곡(통로)을 지나야만 그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나홀로 역사 전투'를 위한 요새 같았다.  

그의 책상 앞에 놓여있는 4대의 컴퓨터와 3대의 프린터. 이는 세상을 향해 기사를 쏘아 올리는 도구이자 무기였다. 'ㄱ자' 형태로 배치돼 있기에 의자만 살짝 돌려도 또 다른 컴퓨터의 키보드 위에서 즉각 태세전환을 한 뒤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구조였다.

"이건 원고를 작성하는 컴퓨터입니다. 옆에 있는 건 인터넷 서핑을 하는 컴퓨터죠. 여기 작은 컴퓨터 두 개에는 각각 '독서메모'와 '타임라인'을 기록하죠."

9년 전에 시작한 독서메모는 7500장에 달했다. 책과 논문의 몇 페이지에 무슨 정보가 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무작정 쌓아두기만 한 게 아니었다. 김 기자가 쓰고 싶은 글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역사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줬다. 날짜별로 세계사적인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파일도 여기에 들어있었다. 

"지금은 탐색하려는 정보가 떠오르면 컴퓨터에서 키워드를 친 뒤 이 방에 있는 책을 빼서 그 페이지를 열어 보는데 까지 3분이면 끝이 납니다. 제가 글을 빠르게, 많이 쓸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타임라인' 컴퓨터에는 기원전부터 지금까지의 세계사를 차곡차곡 쟁여놓고 있다. 매일 일어나는 세계의 주요한 사건 사고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했다. 

그는 이런 기록을 활용해 2004년부터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에 2200여개의 기사를 썼다. 지난 10여 년간 20여권의 책을 냈다. 지금도 매일 한 개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쓰면서 동시에 책 2권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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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종성 역사전문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3개의 코너. ⓒ 오마이뉴스

 
[재보선과 대선] 윤석열은 시대에 맞는 지도자일까?
  
그를 만난 건 지난 8일, 재보선 선거 다음날이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역사학자의 평가는 좀 남다를 것 같았기에 일부러 이날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국민의 힘이 승리한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선거 뒤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분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집권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최근 불거진 각종 잡음 등 근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 그는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2016년의 '촛불 혁명'이었다. 혁명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촛불 혁명 이후 시민들의 요구가 분출됐죠. 민주당은 이런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어요. 시민들을 껴안을 수 있는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죠. 촛불 혁명은 무엇보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요구했는데 민주당도 과거 지배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혁명을 주도한 정권이 아니라 혁명에 편승한 정권이기에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그는 또 "집권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지난해에 김현미 장관 시절의 부동산 개혁 정책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동', 또는 '준동'을 초기 제압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집값, 전세값 상승으로 서민층이 타격을 입었고 LH 사태는 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고 평가했다. 

많은 사람들은 집권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현상에 주목하는데, 그는 부동산 개혁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동에 더 방점을 찍었다. 혁명과 개혁에 대한 보수 세력의 준동으로 역사가 퇴보한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이 내년 대선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가장 주목되는 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이다.  

하지만 김 기자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로 뜨고 있는데, 그는 본선에 진출하자마자 '당신이 시대적 요구에 맞는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대중은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데 윤 전 총장은 이와는 거꾸로 검찰 개혁에 저항해서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자, 검찰개혁의 대상일 뿐"이라고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힘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어쩌다 걸린 행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정권은 시대에 따라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분출된 시민의 역량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 힘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끌어안을만한 대선 리더십을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투적 글쓰기] 역사학자이자 전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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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기자의 서재에는 2500여권의 장서가 쌓여있다. ⓒ 김병기

 
이제 다시 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중국외교사를 전공한 그가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8월부터였다. 대학원생이었던 그는 당시 논란이 됐던 동북공정과 관련,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맞선 열혈 학생이었다. 

"오마이뉴스에는 기사의 틀을 요구하지 않았죠. 시민기자였던 저도 기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쓰고 싶은 글, 세상에 내놓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내면 그날 또는 그 다음날에 실렸죠. 기사의 분량도 제한이 없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했어요. 저는 시민기자로 가입했던 그 달에 특별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전투적 기사쓰기를 했던 그는 1년 만에 오마이뉴스와 결별을 선언하고 시민기자를 탈퇴했다. 무엇이 서운했던 것일까?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과도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에 3개의 기사를 쏟아낸 적도 있어요. 기사 쓰기를 좀 자제하자는 생각으로 시민기자 회원을 탈퇴했는데, 다시 쓰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침 편집부에서 '요즘 왜 기사를 안 쓰냐'는 전화를 받고 1년 만에 다시 가입했죠. 제 글쓰기는 아편 중독보다 심한가 봅니다." 
   
그는 지금도 오마이뉴스에 무려 3개의 연재글을 올리고 있다. '사극으로 역사읽기'는 676화인데, 과거에는 매 기사마다 30~40만 건의 조회건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코너였다. 지난 2018년에 썼던 다큐영화 '해원'에 대한 '시신 묻고 바다에 던지고...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니'라는 제목의 기사는 8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바로가기 http://omn.kr/1pu37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는 370화째 쓰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주요 현상들을 시공간적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김종성의 <히,스토리>' 시리즈는 지난 2020년 6월 연재를 시작한 지 1년도 안돼서 90화를 넘어섰다.  

[김종성의 히,스토리] 바로가기 http://omn.kr/1pu2c

새벽 3시에 누워서 시작한 기사 쓰기는 오전 8시~9시경이면 끝이 난다. 그 뒤에는 논문을 보고, 책을 읽는다. 밤 11시경에는 서재 앞의 방에 들어가 잠을 잔다. 하루 종일 10여 걸음 안팎의 거리를 오가며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그가 매일 쏟아내는 기사 속의 시공간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그는 역사학자이자, 원고료와 책 선인세, 강연료로 살아가는 전업 작가였다.  

[글쓰기 팁] 무소유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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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오마이뉴스> 역사 전문 시민기자. ⓒ 김병기

 
이런 김종성 기자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저는 저 자신을 이해하려고 역사를 공부합니다. 저를 이해하려면 제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나라의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면 그 근원이 되는 과거를 알아야 합니다. 항상 느끼는 것인데, 역사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더라고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패턴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이를 통해서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그려보는 것이지요."

나를 분석하기 위해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파악하고, 그 근원을 알기 위해 과거를 차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역사에 대한 글쓰기는 다른 분야보다 사실 관계에 천착한다"면서 "사실에는 생동감과 힘이 있고, 이는 생동감 있는 글쓰기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했다. 

'다작'과 '속기'에 능한 그에게 초보 시민기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팁'이 있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저처럼 최신 기구를 활용했으면 합니다. 대부분 글을 쓸 때 첫 문장부터 막힙니다. 스마트폰으로 개략적인 기사를 써 놓으면 첫 문장과 그 다음 문장에 뭐를 쓸 지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저는 글을 편집부에 보냈을 때에는 '이젠 내 글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초연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쉽지 않지만. 자기 기사가 배치된 위치에 실망하거나, 기사 댓글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 다음 글을 못 쓰게 됩니다. 기사에도 무소유 정신이 필요합니다.  

또 같은 분야의 동업자들이 쓴 다른 시각의 글을 보아야만 자기만의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밖에도 과거에 얻은 지식에 연연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 것을 공부하고, 글을 쓸 때에는 한 편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군더더기 다 덜어내고 한 개의 메시지만을 명징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자이자 오마이뉴스 역사 전문 시민기자인 그는 오마이뉴스에 매월 2만원씩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 2009년 10월에 가입해서 130여회 가까이 후원을 했다. 

마지막으로 왜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지 물었다. 

"오마이뉴스는 제가 세상으로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소통의 창구이기에 고맙지요. 이런 오마이뉴스가 '자본'으로 독립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거래하는 출판사뿐만 아니라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 언론,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도 자본에 종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거대 자본이 아니라 대중에게 돌리는 게 역사 진보입니다. 10만인클럽은 시민자본입니다."  

[김종성 기자와 함께하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가입 http://omn.kr/1m9k7
 
 [유튜브 영상] 김종성 역사전문 시민기자 https://youtu.be/VnJuhZ07oqc
 
#김종성 #시민기자 #역사학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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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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