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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이란 이름에 담긴, 이룰 수 없는 바람

[미리 보는 영화] 시한부 남자와 죽지 않는 존재의 동행, <서복>

21.04.14 16:14최종업데이트21.04.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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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포스터 ⓒ CJ ENM/ 티빙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

극 중에서 복제인간을 만들어낸 연구원의 이 대사는 인간과 삶을 관통하는 한 마디다. 겁도 많고 욕심도 많은 인간은 언제나 영원불멸한 삶을 꿈꾼다. 복제인간이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인류의 오랜 꿈을 현실로 보여주는 영화 <서복>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서복>은 극비 프로젝트로 탄생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과 그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임무를 맡은 전직 국정원 요원 민기헌(공유 분)의 동행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서복 프로젝트'의 최종 보고서를 쓰고 있던 연구원이 테러로 사망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에게 영생을 가져다 줄 존재인 서복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정보국 안부장(조우진 분)은 그를 비밀리에 다른 연구소로 옮기려 하고 믿을만한 후배 민기헌을 불러 서복을 맡긴다. 

민기헌은 뇌종양 교모세포종으로 인해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을 걱정하는 의사에게 "나 절대 안 죽는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그를 두렵게 만든다. 그런 기헌의 앞에 나타난 죽지 않는 존재 서복은 그에게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꿈꾸게 한다. 민기헌은 서복을 옮기면 그의 골수를 추출해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그러나 임무 수행이 시작되자마자 예기치 못한 습격을 당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동행을 시작한다.
 

영화 <서복> 스틸 컷 ⓒ CJ ENM/ 티빙

 
<서복>은 앞서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평단과 관객에게 두루 호평을 받았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인류의 모든 질병을 해결해준다면 어떻게 될까'란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는 곳곳에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고민들을 던져놓는다. SF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두려움'이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강하게 두려워 한다. 기헌은 죽음을 두려워 하고, 안부장은 생명 윤리를 어기고 복제인간을 만들어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질까 두려워 하는 식이다. 두려움은 욕망을 만들어내지만 결국 과도한 욕망은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인류의 모든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복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 역시 그래서다.

다소 어둡고 진중하게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곳곳에 깨알같은 유머들이 포진돼 있어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특히 실험실 밖의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는 서복의 모습은 시종일관 무거웠던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만든다. 시장을 지나가다 대야에 담긴 미꾸라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거나, 라면을 처음 맛보고 눈이 동그래지는 등의 장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몇몇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복'은 불로장생을 꿈꿨던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신하의 이름이다. 그처럼 복제인간 역시 인류에게 영생을 가져다 줄 존재라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서복은 불로초를 구하지도, 돌아오지도 못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영화 <서복> 스틸 컷 ⓒ CJ ENM/ 티빙

 
한 줄 평: 닿을 수 없는 꿈에 닿고자 하는 인간들을 위한 서글픈 우화
별점: ★★★★(4/5)

 
영화 <서복> 관련 정보

감독: 이용주
출연: 공유, 박보검, 조우진, 장영남
제작: STUDIO101, CJ ENM
배급: CJ ENM, 티빙
러닝타임: 11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년 4월 15일
 
서복 공유 이용주 박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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