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 청벚꽃, 여기 오면 구경할 수 있습니다

충남 서산과 태안으로 떠난 봄날의 여행

등록 2021.04.19 14:05수정 2021.04.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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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충남 서산과 태안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 

서산마애삼존불
 

서산마애여래삼존불 한국인의 미소입니다. ⓒ 전형락

 
시원하게 달리는 도로를 따라 펼쳐있는 서산 목장의 초원 풍경은 마치 동유럽의 목초지를 닮아있었다.


마애삼존불 입구에 주차하고 산을 10분 오르면 해맑다 못해 볼이 터질듯한 미소를 머금은 부처 세 분께서 찾는 이를 푸근하고 넉넉하게 맞이해 준다.

푸른 하늘과 암벽의 나무가 한국의 미를 잘 표현하는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마애삼존불과 최고의 조화를 이룬다. 돌로 만든 불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국보 84호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을 신비한 미소라고 하는 것은 빛이 드는 방향이나 시각, 보는 각도에 따라 부처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석공의 노고와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이름 모를 그에게 빛의 조각가라는 찬사를 보낸다.

사랑스럽고 장난스러운 부처의 표정에 마음의 평화와 행복감을 안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산사에 핀 겹벚꽃이 아름다운 개심사
   

연못가 청벚꽃 연못 다리를 건너기 전 근심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습니다. ⓒ 전형락


마애삼존불에서 12Km 거리인 개심사는 차로 20여 분 소요된다. 산사 앞에 다다르자 친절한 스님 한 분이 묻지도 않았는데 '아직은 만개한 것이 아니다. 며칠 후가 절정일 거다'라고 일러주신다.

도보로 20분 완만한 산길을 지나니 속세의 시름을 내려놓고 부처의 세계로 건너갈 나무 다리가 작은 연못 한가운데 놓여있다.

몇 개의 돌계단을 오르니 해탈문 앞 왕벚꽃을 마주하게 된다. 휘어진 굵은 줄기에서 뻗어 나간 가지에 꽃을 피우니 흔한 벚나무와는 그 위용이 다르며 개심사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나무로 보인다.
 

해탈문 앞 왕벚꽃 개심사 왕벚꽃 중 인기가 제일 많은 벚나무. ⓒ 전형락

 
푸른 빛의 청벚꽃도 있다. 그 생소함과 다양한 빛깔들로 감상하는 재미가 색달라 개심사를 찾게 된다. 

이들은 모두 겹벚꽃들로 일반 벚꽃보다 조금 늦게 피는 여러 겹의 꽃송이를 이룬다. 일반 벚꽃이 스파게티, 피자 맛이라면 이 겹벚꽃들은 시골 장터국수 맛이라 하겠다.

개심사 벚꽃의 만개는 중요하지 않았다. 절정기는 타인에게 양보하고 좀 덜 피면 덜 핀 데로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천리포수목원
 

호수와 붉은 목련 포도주 빛깔의 목련과 호수의 조화가 기막힙니다. ⓒ 전형락

 
개심사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천리포수목원은 바다를 끼고 있어서 다른 수목원들과는 차별되는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큰 동산을 산책하듯이 한 바퀴 감상하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다양한 품종의 목련이 유명하며 수선화, 튤립, 복사꽃 이외 낯선 이름의 꽃과 나무들을 두루두루 감상할 수 있다.

긴 세월 수목원을 가꾼 이들의 애정과 노고가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연세 있으신 부모님과 함께 오고 싶은 장소이다. 이곳은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참고
- 입장료 : 성인 9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
- 운영 시간 : 겨울철 11~3월은 09~17시,  4월~10월: ~18시까지
  

수선화의 꽃말은 나르시스 호수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 쳐다보는 듯합니다. ⓒ 전형락

 
간월암

도로의 혼잡이 예상되어 출발 시간을 늦추기 위해 간월암을 들리기로 한다. 간월암 도착 시각은 5시 45분, 암자는 범종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15분을 기다리니 50m 남짓한 바닷길이 열렸다. 주로 간조 시간이 많아 섬에 입도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고 물때는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

간월암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한 암자다. 다른 암자와는 달리 썰물 때에는 육지와 연결되고, 만조 때는 섬이 되는 신비로운 암자이다. 

간월암(看月庵), 달을 바라보는 암자란 뜻이 참으로 이쁘다. 손가락 끝은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바라보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또 찾아올 기회가 온다면 일몰 이후에 찾아와 열린 바닷길을 걷고 범종 앞에 올라 달을 바라보며 밤바다와 암자의 고요함을 느껴보고 싶다.
 

만조시의 간월암 바닷길이 열리기 전 물위에 떠있는 간월암 ⓒ 전형락


​오늘은 충남 여행의 진수를 맛본 날이였고 서산과 태안의 새로운 매력에 빠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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