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재명 "주권자 두려워하고, 개혁 매진해야"

재보선 패배 후 12일 만에 SNS 재개...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토론회 참석 등 민생 행보

등록 2021.04.20 10:25수정 2021.04.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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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일산대교-미시령-마창대교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1.3.24 ⓒ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7 재보선 이후 중단했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12일 만에 재개하며 '실용적 민생 개혁의 실천'을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생을 해결하는 정치의 효용성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 벽이 아무리 높다 해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낮은 자세로 주권자를 두려워하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작든 크든 '실용적 민생개혁 실천'에 끊임없이 매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SNS 등을 통해 국민과 직접소통을 선호했던 이재명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패배 이후 SNS 활동을 일체 중단했다. 이 지사는 재보선 다음날인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준엄한 결과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절박하게 아픔을 나누고,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치열하게 성찰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민생에 도움되는 실질적 개혁 실천 위해 깊은 성찰 필요"

이재명 지사는 '농사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 날인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정치는 실용적 민생 개혁의 실천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특히 이 글에서 조선 중기(광해군 1년) 경기선혜법(경기도 대동법)을 시행함으로써 '조선 시대 최고의 개혁'인 대동법(大同法)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이원익 선생의 일화를 소개했다.

대동법은 지방의 특산물을 바치던 공납으로 인해 생긴 농민들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공물을 쌀로 통일하여 바치게 한 세금 제도이다. 가구(호, 戶) 단위로 징수하던 공물을 토지의 결수에 따라 1결당 4두씩 통일하여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토지를 많이 가진 양반과 지주들의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1608년 영의정 이원익에 의해 경기도에서 먼저 시행했는데, 100여 년 후에야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던 것도 양반과 지주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이원익 선생은 '백성이 오직 국가의 근본'이고 '그 밖의 일들은 전부 군더더기일 뿐'이라며, 민생 문제의 해결을 정치의 첫 번째 임무로 강조하였다"면서 "그런 그가 있었기에 대동법은,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대와 인조 대의 삼도 대동법(충청, 전라, 강원) 실패에도 불구하고 숙종 대에 이르러 전국에서 꽃을 피웠다"고 소개했다.


이 지사는 이어 "결국 정치는 더 나은 세상을 실천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며 "그래서 정치에선 작든 크든 민생에 도움되는 실질적 개혁을 실천하고 있는지 일상적이고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게, 민생개혁 목소리의 크기만큼 실제 국민의 삶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며 책임을 묻는 지점도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더 나은 질서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이고, 정치는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라면, 기존 정책에서 이익을 얻던 이들의 변화에 대한 반발과 저항은 당연한 일"이라며 "설득과 타협을 하되 국민이 원하고 해야 될 옳은 일을 관철하라고 부여한 권한을 적절히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더 효율적인 개혁일수록 저항은 그만큼 큰 법이고, 반발이 적은 작은 개혁도 많이 모이면 개벽에도 이를 수 있다"며 "거창한 것은 시간과 노력, 기득권을 넘기 어려워 포기하고, 작은 것은 시시해서 시도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변화는 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했던 선현들의 대를 이은 노력이 100년에 걸쳐 대동법을 완성했듯이, 티끌만 한 성과를 부지런히 이뤄내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태산 같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청소·경비 등 취약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민생 행보도 이어간다. 오는 22일 열리는 '공공기관 이전 관련 난상토론회'에도 참석해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정치는 실용적 민생 개혁의 실천이어야 합니다

경기 광명시 소하동에는 완평 이원익 선생 말년의 거처인 관감당이 있습니다. 이 관감당은, 청백리였던 이원익 선생이 다섯 차례나 영의정을 지내고도 퇴직 후 비가 새는 두 칸 띠 집에 사는 것을 알게 된 인조가 '모든 관료들이 보고(觀) 느끼도록(感) 하라'는 뜻으로 지어준 것입니다.

이원익 선생은 광해군 1년에 경기선혜법(경기도 대동법)을 시행함으로써 조선 시대 최고의 개혁인 대동법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선생은 "백성이 오직 국가의 근본"이고 "그 밖의 일들은 전부 군더더기일 뿐"이라며, 민생 문제의 해결을 정치의 첫 번째 임무로 강조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있었기에 대동법은,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대와 인조 대의 삼도 대동법(충청, 전라, 강원) 실패에도 불구하고 숙종 대에 이르러 전국에서 꽃을 피웁니다.

결국 정치는 더 나은 세상을 실천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정치에선 작든 크든 민생에 도움되는 실질적 개혁을 실천하고 있는지 일상적이고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게, 민생개혁 목소리의 크기만큼 실제 국민의 삶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며 책임을 묻는 지점도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질서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이고, 정치는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라면, 기존 정책에서 이익을 얻던 이들의 변화에 대한 반발과 저항은 당연한 일입니다. 설득과 타협을 하되 국민이 원하고 해야 될 옳은 일을 관철하라고 부여한 권한을 적절히 행사해야 합니다.

더 효율적인 개혁일수록 저항은 그만큼 큰 법이고, 반발이 적은 작은 개혁도 많이 모이면 개벽에도 이를 수 있습니다. 거창한 것은 시간과 노력, 기득권을 넘기 어려워 포기하고, 작은 것은 시시해서 시도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는 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했던 선현들의 대를 이은 노력이 100년에 걸쳐 대동법을 완성했듯이, 티끌만 한 성과를 부지런히 이뤄내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태산 같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분들께 감히 비할 수 없겠습니다만, 마음만큼은 늘 따라가고자 하루하루를 다잡습니다. 경기도 사업 중에 사소해 보이지만 유독 전국최초가 많은 것은 온갖 영역에서 작을지라도 조금이나마 민생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최대한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호받다 18세가 되어 시설을 떠나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의 자립을 돕기 위한 주거, 자립지원금 증액, 사회적기업 고용 기간 연장이나,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처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료 지원 사업도 작은 것부터라도 바꿔보자는 노력의 일부입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사업,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 같은 여러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권한과 역할이 제한적이고 비록 세상을 바꾸기엔 턱없이 부족한 작은 시도일지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절실한 민생 문제입니다.

일을 추진하다 보면 수술실 CCTV 설치처럼 높고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만나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기득권에 굴복하면 변화는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민생을 해결하는' 정치의 효용성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 벽이 아무리 높다 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낮은 자세로 주권자를 두려워하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작든 크든 '실용적 민생개혁 실천'에 끊임없이 매진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4.7재보선 #이재명SNS #대동법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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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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