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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만들었는데 3100% 상승, 도지코인이 뭐길래

누리꾼 지지로 주류 암호화폐 부상... 가격 폭등에 커지는 거품 논란

등록 2021.04.22 07:21수정 2021.04.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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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 고정미


최근 한 암호화폐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도지코인(Dogecoin)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지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소위 '주류'에 속하는 코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올 한 해 수익률만 놓고 보면, 기존 코인들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지난 1월 4일, 국내 도지코인의 가격은 코인 1개당 0.012달러(후오비 기준)로 우리 돈 14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일 현재 1코인당 0.41달러, 약 455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3100%가 넘게 상승한 셈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도지코인은 지난 16일 하루 동안만 국내에서 16조2384억원어치가 거래됐습니다. 해당일 코스피 거래대금 15조5421억원보다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또 지난 주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는 폭락세를 이어갔는데도 도지코인만 10%에 가까운 반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도지코인이 뭐길래,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웃자고 만든' 도지코인
   
두 손을 모은 채 주인을 새초롬하게 쳐다보는 일본의 토착견인 '시바'의 얼굴. 도지코인의 대표 이미지입니다. 도지코인의 인기는 이 이미지와 떨어트려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12월, 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도지 '밈(Meme)'을 전면에 앞세운 채 탄생했습니다. 밈이란 한 이미지에 단어나 유행어를 얹어 특정 순간에 재치있게 사용하는 그림을 뜻합니다. 국내에서는 '짤'이라는 말로 익숙합니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는 한 시바견의 얼굴 주위로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등의 글씨를 얹은 이미지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누리꾼들이 이 이미지를 당황스러운 순간에 심경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빌리 마르쿠스와 잭슨 팔머라는 이름의 개발자 두 명이 나타나 이 그림으로 암호화폐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이름도 개를 뜻하는 영어 'Dog' 끝에 소문자 'e'가 하나 더 붙인 도지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차 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오타를 누리꾼들이 재미로 사용하던 단어였습니다. 결국 탄생 비화만 보면, 도지코인은 개발자들이 웃자고 만든 암호화폐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도지코인이 탄생한 이후, 누리꾼들은 도지코인을 '즐기기 위해' 활용했습니다. 기존 시바견 이미지 뿐 아니라 수많은 동물 이미지를 통한 밈들이 퍼져나갔습니다.  


누리꾼들의 지지 얻은 도지코인의 순항

도지코인 구조를 살펴보면, 당시 큰 유행을 했던 비트코인과는 정반대로 설계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대한 풍자가 섞여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당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며 투자에 나섰고 실제로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도지코인은 발행량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도 인기만으로 몸값을 높였습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류 금융권에 대한 반감에서 탄생한 비트코인과는 달리, 도지코인은 그 자체로 이렇다 할 용도가 없었습니다. 도지코인은 주류인 비트코인을 조롱한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던 것입니다. 

이런 성격을 반영하듯 지난해 2월 미국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사토시스트리트배츠(SatoshiStreetbats)'라는 게시판이 마련됐습니다. 지난 2008년 비트코인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의 이름과 올해 초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여 헤지펀드와 전쟁을 벌인 이들이 모여있던 게시판 '월스트리트배츠(WallStreetBets)'를 합친 이름입니다. 20일 현재 사토시스트리트배츠 게시판의 회원은 40만명이 넘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지코인은 암호화폐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도지코인이 생길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은 디지털화폐, 블록체인 등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함께 사용돼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 도지코인은 귀여운 그림에서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췄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암호화폐의 세계로 인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물론 도지코인이 비트코인에 대한 반발심이나 재미만을 목적으로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다 할 목적이 없다는 점을 극복하고자, 과거 한 때는 필요한 곳에 돈을 공급하는 모금 창구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도지코인 창립자들이 만든 비영리 단체 도지코인 재단은 지난 2014년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 보내기 위해 3만 달러가 넘는 도지코인을 모금했습니다. 또 누리꾼들은 '스폰서' 없이 나스카라는 이름의 미국 차 경주대회에 도전하는 참가자를 위해 6700만개가 넘는 도지코인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투자의 이유가 오롯이 '재미'였든,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반감이든, 아니면 모금이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수많은 누리꾼들은 도지코인에 지지를 보였고 도지코인을 지금과 같은 '주류' 암호화폐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누리꾼들의 누리꾼들에 의한, 누리꾼들을 위한 암호화폐로 자리매김하게 된 셈입니다.

사뭇 '진지해진' 도지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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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 즉 알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서만 5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언급으로 몸값을 키운 도지코인은 17일에 24시간 거래대금이 17조원을 넘어 코스피를 추월하기도 했다. 사진은 19일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뜬 도지코인 실시간 거래가 현황. ⓒ 연합뉴스



최근 도지코인은 세계 저명 인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몸값을 불리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도지코인과 관련한 다양한 '밈'을 올리며 도지코인 값의 폭등을 견인해왔습니다. 지난 16일에도 한 스페인 예술가의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달에서 도지 짖는 소리'라고 적어 도지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억만 장자이자 미국 프로농구 구단인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마크 큐반 역시 도지코인의 열성 지지자입니다. 그는 이달 초 구단의 팬들이 앞으로 도지코인을 사용해 온라인상에서 티켓이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올해 초 "복권보다 도지코인이 낫다"며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누리꾼들의 애정에 유명인사들의 지지까지 보태지면서 어느덧 '웃자고 시작한' 도지코인은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진지한' 암호화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호텔 체인 케슬러 콜렉숀(Kessler Collection)과 유럽 항공사인 에어발틱(airBaltic)도 지난 3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주류' 암호화폐 뿐 아니라 도지코인 역시 결제 수단으로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도지코인의 사용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기는 계속될까

하지만 안전성과 관련해 도지코인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지코인은 '재미'를 위해 탄생했습니다. 분산형 결제수단을 앞세운 비트코인이나 타인에게 적은 비용만 내고 암호화폐를 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등장한 이더리움처럼 그 자체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누리꾼들과 유명인사들의 지지로 움직이는 암호화폐이다보니 언제 그 인기가 시들해질 지, 그렇다면 가격이 얼만큼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지코인의 보유 구조 또한 부실한 편입니다. 현재 도지코인은 한 명의 익명 투자자가 총량의 28.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가 도지코인을 매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사토시스트리트배츠를 중심으로 뭉친 누리꾼들은 매년 4월 20일을 도지코인이 1달러를 돌파한 '도지데이'로 만들자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도지코인은 21일 오전 10시 기준(한국 시간) 글로벌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약 20% 떨어진 361원을 기록하는 등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도지코인의 인기를 틈 타 신원불명의 관련 웹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해 사기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초 '채굴기를 사면 도지코인을 집에서 쉽게 채굴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개설된 와우도지라는 이름의 웹사이트가 누리꾼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한 순간 잠적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도지코인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Huobi)의 공동 창립자인 두 준(Du Jun)은 지난 17일(미국 현지 시간)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코인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이 거의 없는 데다 익명의 상위 10명이 도지코인의 지분 약 41.35%를 보유하고 있다"며 "소수의 도지 코인 투자자들이 가격에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지코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지코인 #일론머스크 #비트코인 #암호화폐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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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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