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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씨스피라시' 논란... 청정해역 경남 통영은 어떨까?

[경남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①]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 차금희씨... "어민들 책임 느껴야"

등록 2021.04.22 23:06수정 2021.04.2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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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서 2020년부터 시작된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는 마을을 만드는 사람을 지원한다.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씩 전하고자 한다.[기자말]
넷플릭스에서 화제인 다큐멘터리가 있다. <씨스피라시>(Seaspiracy).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를 합친 이름으로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내용이다. 14일 기준 <씨스피라시>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7위를 기록하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의도 바닷가에 쌓인 쓰레기 ⓒ 박기완

 
내용인즉, 바다 오염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한 빨대나 플라스틱은 0.01%에 불과하다는 것. 오히려 어망으로 인한 오염이 46%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어업'의 문제점을 짚는 다큐멘터리다. 우리나라는 다를까? 지난 19일, 경남 통영의 해변 곳곳을 다니며 바다 쓰레기를 조사하고 있는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 차금희(57)씨를 가조도 창촌 방파제에서 만났다.

어촌에도 쓰레기 줍는 사람 고용해야


서둘러 배를 타고 가조도에서 가까운 섬인 어의도로 향했다. 10여 분 뒤, 어의도 바닷가에 도착했다. 바닷가에는 수많은 스티로폼 부표가 쌓여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폐그물, 냉장고,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지러이 버려져 있었다. 

배의 선장 김영택(70) 어촌계장은 "매년 치워도 계속 쌓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매년 치워도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굴 양식장 때문이다. 태풍만 불었다 하면 양식장의 그물과 스티로폼 부표들이 바닷가에 가득 쌓인다. 그는 이젠 정말 답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 차금희(57) 씨 ⓒ 박기완

 
정말 답이 없는 걸까? 차금희씨는 도시에 미화원이 있듯이 어촌에도 쓰레기를 치우는 산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든, 어촌이든 쓰레기는 발생하잖아요. 문제는 그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있냐는 거예요."

어촌에는 매년 수많은 쓰레기가 쌓인다. 2019년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9만 5천 톤이 쌓였고 이를 치우는데 연 762억 원이 들었다. 하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치우는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매번 마을 주민들이 봉사활동으로 치우거나 시민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양식업을 하는 분들도 아닌데, 마을에 있는 쓰레기를 주민들이 매년 봉사로 치운다는 게 말이 안 돼요. 양식업을 하는 분들은 책임을 거의 지지 않고 있어요."


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부분도 있긴 하다. 스티로폼 부표를 살 때 일정의 환경부담금을 낸다. 하지만 그 비용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미지수다.

이런 해양 쓰레기의 문제는 단순히 바다의 오염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차금희씨는 "스티로폼 부표가 태풍으로 인해 부서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그것을 먹은 해산물이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라고 이야기한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썩기까지 500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차금희씨는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썩는 게 아니고, 계속 부서져 나노 분자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이것이 계속된다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차금희씨의 전공은 건축이다. 인테리어 일을 오랫동안 해오다 3년 전부터 바다 쓰레기 줍기 봉사를 시작해 지금은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주민공동체 기반, 민관협업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을 하고 있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과의 인연은 2년 전부터다. 쓰레기 분리배출 강의를 해주며 여기까지 이어졌다. 4월은 7개 권역(용남면, 사량도, 대방포, 한산도, 욕지도, 도산면, 연기마을)을 돌아다니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쓰레기 수거 작업에 들어간다.

2019년에는 용남면의 선촌마을 정화 활동에도 참여했다. 무단투기 쓰레기로 가득한 마을을 환경운동 활동가, 청소년,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을 이쁘게 꾸몄다. 폐타이어를 활용한 화분, 따듯한 색감으로 꾸민 테이블과 벤치 등을 만들어 마을 정화 활동을 했다.

어부들도 해양 쓰레기 원인 제대로 알아야
 

바닷가 쓰레기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차금희 씨 ⓒ 박기완

 
차금희씨는 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부가 바다를 망치는 것은 농부가 땅을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직접 알아야 해요. 이로 인해 수산물이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고,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 오히려 자기들 손해 아닌가요?"

이런 인식 변화를 시작으로 매년 발생하는 스티로폼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해 논의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어부가 직접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에게도 대가가 지급되어야 한다. 차금희씨는 "대가 없이 누가 일을 하겠어요"라며 "봉사로는 한계가 있어요. 도시의 미화원처럼 정부가 해양 쓰레기 치우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해야 해요"라고 주장했다.

좋은 소식도 들려온다. 경상남도에서 2025년도까지 100% 친환경 부표로 바꾼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차금희씨는 반갑지만은 않다.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별로 반기지는 않아요. 친환경 부표로 바꾼다고 한들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하네요."

앞으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라도 민과 관이 함께 양식업의 방법을 다시 한번 고민해볼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csc0511에 중복 게재됩니다.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 #경상남도 #김경수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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