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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팀은 왜 복지부를 찾았을까?

[현장] 20일 장애인의 날, 부모연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하라"

등록 2021.04.20 18:29수정 2021.04.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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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오리지널팀이 2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하루만 더'를 부르고 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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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팀 레미제라블 오리지널팀이 20일 오후 보건복지부 앞에서 '하루만 더'를 불렀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내일이면 우리는 멀리 가리.
내일이 심판의 날,
내일이면 우리는 알게 되리.
우리의 신이 준비한 것을
하루 더
하루만 더."


20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하루만 더(One Day More)'가 울려 퍼졌다. '하루만 더'는 <레미제라블> 뮤지컬 1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다. 뮤지컬에서 혁명의 깃발을 든 이들은 '내일이 밝으면 신의 뜻을 알게 될 것'이라고 외치며, 희망을 건다.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오리지널팀 주·조연 배우 16명이 보건복지부 앞에 마련된 간이 무대에서 이 곡을 불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가 '제41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이해 준비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다. 

100여 명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모여 '발달장애인 자녀가 감옥 같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한 자리에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리지널팀이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공연을 한 데에는 현재 뮤지컬 <레미제라블> 팀의 음악감독을 맡은 윤혁진 미라클 아트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의 도움이 있었다. 그는 아내 소프라노 김은정씨와 발달장애인 7명으로 이루어진 '미라클앙상블'을 지도하고 있다. 김은정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남편인 윤 감독이 <레미제라블> 팀에 오늘 부모연대의 결의대회를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을 맡은 주연배우 로랑 방(Laurent Ban)은 무대 위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아버지 역시 25년 동안 휠체어 신세를 진 장애인이었다"면서 "한국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공연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좋은 음악, 문화로 여러분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다"면서 "특히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든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팀의 공연 후, 미라클앙상블이 무대 위에 올랐다. 김은정씨는 "지난주부터 '내 영혼 바람 되어'와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어 "7년여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지도하며 깨달은 건 조금 더딜 뿐, 이들 역시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삶을 부모에게 의탁해 부모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면서 "여러 발달장애인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공연을 준비했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진심, 믿고 싶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발달장애 자녀 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가족의 책임으로 부여 받아 살아왔다"면서 "지금까지 가족에게만 맡겨둔 발달장애인 돌봄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라"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발달장애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치는 행동이나 물리적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행동을 포함한 '도전적 행동'의 빈도가 잦아졌다는 것. 지난 19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산하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간한 '팬데믹(COVID-19)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돌봄 부담이 가중된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발달장애인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코로나 시기 ▲ 답답함(36.6%) ▲ 분노(22.7%) ▲ 무기력(14.7%) ▲ 불안(13.1%)을 호소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관계도 달라졌다. 낮에 주로 집에서 지내는 발달장애인은 코로나 이전에는 22.8% 정도였지만 코로나 이후 53.1%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학교(18.4%→4.2%), 발달재활센터(17.7%→9.4%) 등에 간다는 답변은 크게 줄었다.

이 자리에서 부모연대는 재차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달장애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우리는 그의 진심을 믿는다. 믿고 싶다"면서 "정부는 말만 하지 말고 예산을 반영해 발달 장애인과 자녀들이 죽지 않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부모연대는 "허울뿐인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아닌 진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도입하라"면서 "민관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대책을 위해 정부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해서 국가 주도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힘을 줬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고 발달장애인 관련 고용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와 국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과 특수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미제라블 #발달장애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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