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문재인 정부여, 바다의 공사를 멈춰라

가덕도 신공항이 지역발전과 주민 위한다는 논리는 거짓... '탄소중립' 실행해야

등록 2021.04.21 10:43수정 2021.04.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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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반대 시민 행동 출범식에 참가한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의 피켓. ⓒ 시셰퍼드코리아

 
절차와 기후 위기를 무시하고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가덕도 신공항. 거센 반대 여론에도 정부는 대안으로 제시됐던 김해신공항안을 공식 폐기하며 본격 착수 작업에 들어갔다. 사전타당성조사를 1년 안에 완료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해양 매립 공항에 대한 우려에 신공항 찬성론자들은 해외 사례를 들먹인다. 공항의 모델인 일본 간사이 공항의 침수, 부산신항 매립지 및 마산 해양신도시 인공섬의 지반 침하 등 국내외 위험 사례는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우리는 양적 성장에 목숨을 걸었던 시대를 지나 기후 위기가 급부상한 21세기를 살고 있다. 대형 해상 건설 사업의 환경적 영향에 무지했던 당시는 소음 공해 등 인간 중심적 불편 요소만 고려했을 뿐, 온실가스나 해양 생태계, 종 다양성은 중시되지 않았다. 그렇게 바다라는 공간은 쓰레기 매립지나 기피 시설을 수용할 일종의 무법 지대로 남용되어 왔다.

이런 무지는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대규모 매립 공사의 치명적 영향을 이해하고 있다. 연안 지형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면, 주변 지역의 해류가 변하고 조석(潮汐) 동력도 약화된다. 더불어 조량(조석 주기 동안 염하구로 유입되는 해수량)이 감소하고, 해류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역 수질이 악화된다.

매립에 의해 기존 물 방향 및 해류 안정성이 변하면 오염원의 확산성(퍼짐)이 줄어들면서, 퇴적물이 쌓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오염물의 축적 속도도 빨라진다. 건설 단계는 물론 향후 운영 과정에서 오염원 발생은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수질 악화·부영양화·적조 현상 등을 동반한다.
 

시셰퍼드 코리아의 가덕도 답사에서 많은 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항이 들어서면 생태자연도 1등급6개소와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3개소가 훼손되고 가덕도 해역의 잘피밭, 철새도래지, 동백군 락도 파괴된다. ⓒ 시셰퍼드코리아


또 해양 생태계와 종 다양성이 훼손 당한다. 공항이 들어서면 생태자연도 1등급6개소와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3개소가 훼손되고 가덕도 해역의 잘피밭, 철새도래지, 동백군 락도 파괴된다. 주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수달을 비롯 상괭이, 수백 종의 어패류 등은 전부 개체수가 급감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외에도 안전성·경제성조차 불리하다는 평가가 공식화된 공사를 강행하는 진의는 무엇인가? 지역발전과 지역주민을 위한다는 논리는 거짓이다. 가덕도 주민들이 가장 큰 반대자이자 희생자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지대 상승을 노린 외부 자본이 입지 주변 토지를 대거 구매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8조에 달하는 공사 예산을 소수의 재산 불리기가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해 사용한다면 동남권의 실질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부산 시민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음이 4.7 보궐 선거에서 드러났다. "가덕도 매표" 카드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건강한 바다는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열의 약88%를 흡수한다.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는 시셰퍼드의 슬로건은 그 어느때 보다 유효하다. 최근 프랑스는 헌법 1조에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과 환경 보호를 의무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공허한 '탄소중립' 구호만 외칠 뿐, 실제로는 역주행을 일삼고 있다. 기후 위기의 교훈이 "자연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면, 가장 먼저 퇴출 돼야할 것 중 하나가 해상에서 이뤄지는 거대 토목 공사이다.
 

가덕도 해변의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시셰퍼드 활동가. 건강한 바다는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열의 약88%를 흡수한다.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는 시셰퍼드의 슬로건은 그 어느때 보다 유효하다. ⓒ 시셰퍼드코리아

#가덕도 #가덕도 신공항 #시셰퍼드 #시셰퍼드 코리아 #해양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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