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선모임의 '쓴소리 경청',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국회, 참 부끄럽습니다] 방향 상실, 정체성 부정... 참 부끄러운 일

등록 2021.04.23 11:38수정 2021.04.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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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최근 "쓴소리 경청"에 나섰다. 분명 민주당은 여러 가지 과오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당연히 각계각층의 '쓴소리'를 들어야 할 일이다.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사람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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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의 초청 인사는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였다. 하지만 그 '선택'은 완전한 방향 착오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시를 발표했던 인물이다.

5.18 민주화운동 과정의 집단살해는 이미 "헌정질서 파괴 범죄행위"로 단죄된 국가범죄다. 그 국가범죄에 대한 부인(否認)과 왜곡 그리고 비방 행위는 단순히 명예훼손 차원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약속한 공공질서를 공공연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며, 그야말로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히틀러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즉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독일에서도 이 학살행위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위가 단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네오나치에 의해 발호하는 양상도 존재해왔다. 기존 독일 형법 제130조의 국민선동죄는 폭력이나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가 동시에 "인간 존엄"을 침해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었지만, 1994년 10월 28일 중대범죄대책법(Verbrechensbekämpfungsgesetz)을 통해 현행 독일형법 제130조 제3항에 독자적인 홀로코스트부인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하지만, 홀로코스트 부인은 이미 입증된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의견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아예 헌법적 보호를 배제하고 있다.

유럽인권협약의 위반여부를 심사하는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나치정책의 정당화는 물론 홀로코스트와 같은 카테고리의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상대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유럽인권협약 제10조)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방향 상실, 정체성 부정... 참 부끄러운 일


5.18 역사왜곡은 국가 폭력에 의한 학살을 부인하고 '조롱'하는, 그리하여 '표현의 자유'나 '사상 규제'의 차원으로 다룰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가령, 현재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는 미얀마 학살 사태에서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지지, 옹호하고 도리어 시민들과 희생자들을 모욕한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식'과 '자격'조차 상실한 것이 아닌가!

더구나 최 교수는 "1년에 최소한 한 번은 정한론(征韓論)을 쓴 요시다 쇼인의 묘를 찾아간다. 내 제자에게는 요시다 쇼인을 공부시켰다"(<철학과 현실> 2020년 가을호)라고 스스로 기술하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하지 않겠다.

민주당 초선모임이 '경청 1탄'으로 이러한 생각을 지닌 인사를 초청한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혹시 열 명 정도 초청 인사 중 한 명으로 후반부에 초청됐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첫 번째 초청인사란 그 상징성이 큰 법이다. '쓴소리'를 경청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번지수를 너무나 잘못 찾은 '경청'이었고, '경청'해서는 안 될 '경청'이었다. 참 부끄러운 모습이다.
#민주당 초선모임 #소준섭 #국회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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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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