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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략법' 엇갈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들

초선 앞에 선 김태흠·권성동·유의동·김기현... 협상이냐, 투쟁이냐 미묘한 온도차

등록 2021.04.26 17:53수정 2021.04.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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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태흠(왼쪽부터), 권성동, 유의동, 김기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들과의 대화-원내대표 후보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 공동취재사진


같으면서도 달랐다. 기호 1번부터 4번까지 받은 김태흠, 권성동, 유의동,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들은 대체로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확연히 다른 지점들이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내 '최대 다수'를 자랑하는 초선의 표심이 결국 원내대표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초선 의원들 앞에 나선 후보들은 '초심'을 잡기 위해 당의 개혁과 쇄신 그리고 초선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에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역설했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신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에서도 대동소이한 입장들을 내놨다.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중도 확장성을 바탕으로 이번 원내대표가 차기 대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은 없었다.

이날 원내대표직에 도전장을 내민 4명의 의원들이 묘하게 엇갈린 지점은 따로 있었다. 영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국민의힘 지지자가 결집해 있는 영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묘하게 언어가 엇갈렸다.

이러한 온도 차는 대여투쟁 방법론에 있어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투쟁'과 '협상'의 비율 배분에 있어서 각자의 생각이 달랐던 것. 누가 제1야당 원내대표에 당선되느냐, 누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너가 되느냐가 향후 국회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김태흠] "협치·합의·타협은 여당의 언어... 전투력 강한 사람 필요"

김태흠 의원은 '강한 야당'을 내세우며 확실한 대여투쟁을 내세웠다. 김 의원은 "우리가 소수당이라는 걸 1년 동안 절실히 느꼈다"라며 "이런 속에서는 싸움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전투력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투력이 강하다는 것에 오해하는 게 있는데,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전략과 전술에도 능하다"라며 "또 상황판단이 정확하다. 상대를 잘 분석한다. 그런 적임자가 저 김태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원에 첫 포석을 두고 민주당과 싸우는 상황이라면 충청 출신 김태흠이 제일 적합한 후보"라면서도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여투쟁'의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도 "야당에게 제1로 주어진 책무는 여당 견제"라며 "당에서 협치·합의·타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여당의 몫이고 여당의 언어다. 야당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 의원은 "야당을 무시하고 국회 운영을 원칙 없이 몰고 가는데, 이런 여당에 끌려 다니는 건 굴종이다.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대 국회 당시 패스트트랙 정국을 언급하며 "싸우기만 해서 우리가 선거에 졌다? 저는 동의 못한다"라며 "싸우는 방법이 틀렸고, 싸우는 과정 속에서 객관자로 구경하는 국민들과 동떨어진 것 때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야당은 싸워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권성동] "단식·삭발 다 해봤지만 졌다... 협상7 : 투쟁3"

반면 권성동 의원은 "우리가 여당 시절 20대 총선에서 지금 민주당이 하는 것처럼 오만에 빠져 있다가 대패했다"라며 "여소야당 상황에서도 민심의 소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서, 대권을 내줬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열심히 싸웠다. 당내에선 강경파가 직설을 했고, 외각에서는 보수 유튜브를 포함해서 강성 지지층의 압박이 있었다"라며 "단식·삭발 다 해봤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우리를 선택 안 하고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상식에 기반한 합리와 중도의 정치를 해야 한다"라며 "민주당이 180석이라고 해도 강대강은 효과가 없다. 오히려 협상과 투쟁을 병행할 때 우리 주장이 설득력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며 "강경한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민심에 다가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권 의원은 "무조건적인 싸움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어떻게 의견을 전달하느냐, 설득력이 있는 게 싸움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협상은 해야 한다"라며 "협상 7, 싸움·투쟁 3"의 비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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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태흠(왼쪽부터), 권성동, 유의동, 김기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들과의 대화-원내대표 후보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 공동취재사진

 
[유의동] "강성 원내대표는 시대착오적... 전장을 옮겨야 한다"

유의동 의원 또한 "우리 상식 속 야당 원내대표는 강력한 투쟁력으로 카리스마를 앞세워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강성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가 있다. 이는 시대착오적 생각이며 민주당 전략에 말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되돌아보면, 강한 대여투쟁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발목 잡는 정당 이미지"라며 "싸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전장을 옮겨야 한다"라는 주장이다.

그는 선례로 "지난 겨울 청와대 앞 1인 시위 펼쳤을 때, 민주당의 조롱섞인 야유에 맞서 초선 의원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했을 때"를 들며 "우리 당 지지도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짚었다. "강력한 투쟁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가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할 때 우리 손을 들어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강대강은 유리한 게(구도가) 아니다"라며 "174대 101의 숫자에서 보듯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저지력이 약하다"라는 인식이었다. 유 의원은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전략적으로 전선을 펴야 한다"라며 "국민들께 우리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아서, 국민들의 지지를 효율적으로 얻겠다"라고 다짐했다.

[김기현] "싸울 때 싸우고 빠질 때 빠져야... 지략형 야전사령관 되겠다"

김기현 의원은 "야당 국회의원으로 시작해서 정권을 창출한 유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라며 "싸울 때 싸우고 빠질 때 빠지는 원내대표가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지략형 야전사령관이 되겠다"라는 것. 김 의원은 "합리적 투쟁"을 내세우며 "다수당이 아니고 절대 소수당인데, 무작정 싸운다고 해서 지지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물러날 떄 물러나더라도 명분 있게 국민들께 설명하는 역할을 하겠다"라며 이를 위한 "정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도 그는 "이번 대선에서 이기려면 쇄신·통합이 필요한데, 개혁 마인드를 지켜온 제가 적임자"라며 "역량있는 초선들을 전문 분야별로 배치시키고, 약자와의 동행을 강화해서 우리의 개혁적 마인드를 만들고 정책을 혁신해 나가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야권 대통합을 위해 중도좌파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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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의동(오른쪽부터), 권성동, 김기현, 김태흠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들과의 대화-원내대표 후보에게 듣는다' 토론회에 앞서 초선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 공동취재사진

 
#김태흠 #권성동 #유의동 #김기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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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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