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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정부주도 언론포털'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인터뷰] 2019년부터 '경기도형 언론포털' 주장한 이영주 경기도의원... "관영 아닌 공영 지향"

등록 2021.04.30 12:41수정 2021.04.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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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뉴스포털'(공공포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27일 최강욱·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언론개혁 정책토론회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한 제안이었다.

21대 총선 이후 열린민주당이 주도한 정책토론회가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언론에서는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제안이었기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고, 범여권 지지자들 역시 네이버·다음카카오 등의 뉴스 편집 편향성을 의심해왔던 터라 파급력이 컸다. 

언론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 현직 의원의 제안이라는 점 때문에 크게 회자됐지만, 사실 정부가 지원하는 언론포털은 처음 나온 개념이 아니다. 경기도의회에는 정부 지원 언론포털을 수년 전부터 제안해 온 의원이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경기도의원으로 당선한 이영주(양평 제1선거구) 의원이다.

그는 정치 입문 전까지 언론과 언론개혁을 연구하고 고민해온 전문가다. 그는 선출 초기부터 '경기도언론포털'을 구축하자는 주장을 폈고, 지금도 지역 언론 살리기와 공정 언론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영주 도의원은 김의겸 국회의원의 제안에 환영보다 우려를 던졌다. 왜 그럴까. 방점은 '정부가 포털을 직접 운영해선 안 된다'는 데 있었다. 그를 인터뷰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돈으로 직접 운영하는 형태는 반대한다"
 

도의회 활동 중인 이영주 의원 경기도의회에서 이영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경기도의회

 
- 김의겸 의원의 제안으로 '정부주도 뉴스포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김의겸 의원 제안에 대한 평가는?

"이 분이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놀랍고 안타깝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포털사업자의 뉴스서비스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여러 차례 글도 발표하고 토론회를 통해 비판해온 입장에서 봐도 김의겸 의원이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다."


- 김 의원의 제안은 포털의 알고리즘 방식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털 메인의 기사들이 보수언론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많은데…

"충분히 이해한다.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언론과 검찰 권력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 특히 지난 70여 년 동안 보수언론 진영의 역사를 보면 이런 불신이나 반감에 공감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알고리즘이 보수매체 기사를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정치적 편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 그것이 가능한지를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토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보수언론 매체의 역사가 길고 규모도 크며 매일 생산하는 기사의 양도 많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보수매체라고 분류되는 언론사들이 훨씬 더 많이 양대 포털에 입점해 있다는 상황도 고려해서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검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구상해 온 '경기도 언론포털'의 운영방안을 김의겸 의원 제안과 비교해 설명한다면?

"2019년부터 경기도형 언론포털을 주장했다. 경기도에는 31개 시·군에 약 1000곳의 언론매체가 있다. 하지만 지방지나 지역지는 양대 포털의 진입 장벽을 뚫기 힘들다 보니 시민들과 소통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지역언론의 발전은 필요한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소식들이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돈을 내고 직접 운영하는 형태는 반대한다. 언론사나 언론인 단체 혹은 민간기업에서 먼저 나서서 포털을 구축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를 지원할 뿐 콘텐츠에 관여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의겸 의원 제안과는 다르다. 또한 도민이 직접 기사를 후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바우처 형식의 지원금을 배포하고, 도민들이 직접 좋은 기사에 후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그동안 구상해왔다."

- 도내에서 지역 언론 개혁의 진척 상황이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세 가지를 제안했다. 경기도 언론포털 구축, 경기도 언론재단 설립, 경기도 언론주권자배당제도 도입이다. 이중 경기도 언론포털은 앞에서 얘기했고, 경기도언론재단은 경기도내 언론인 재교육, 언론사 지원 사업 등의 각종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언론주권자배당제도는 18세 이상의 경기도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언론 후원금을 지급해 매우 중대한 뉴스가치가 있는 기사들에 대해 도민들이 직접 후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이 셋은 언론포털 구축과 연계될 수 있는 구상이고, 지역언론이 갖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크게 진척된 사항은 없다.

지금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라디오방송사 설립, 더 나아가 텔레비전방송까지 하겠다는 계획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영방송이지 관영방송은 아니다. 이는 김의겸 의원이 제안하고 나선 정부 주도형 포털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기도 하다."

불가근불가원

이영주 도의원은 지금 회자되는 정부주도 언론포털은 '운영의 안정성'과 '언론 독립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오랜 원칙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기금을 마련해 설립을 주도하고 뉴스심사평가위원을 내세워 기사를 편집하는 발상은 정부가 언론에 너무 가까이 왔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역 언론의 발전과 기사 질 개선을 위한 경기도 언론포털의 구상과 포털의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김의겸 의원이 제안한 정부주도 언론포털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그 표면적인 구상이 유사해 보일 뿐이다.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돼 논의되기 전에 현실가능성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 그리고 다른 대안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 언론사 '혜택뉴스'에 중복 게재됐습니다.
#경기도의회 #언론포털 #김의겸의원 #정부주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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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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