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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길고양이, 그냥 데려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초보아빠 적응기③] 알고 보니 어미가 있던 길고양이, '유괴'할 뻔 했네요

등록 2021.05.04 14:04수정 2021.07.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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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연예인 A씨와 반려묘 B의 '아름다운 동행'이 네티즌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A씨는 선한 성품과 이미지로 별다른 구설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안타까운 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알려진 A씨와 반려묘 B의 이야기는 눈 속에 핀 꽃처럼 훈훈하다. 


둘의 만남은 우연이 인연이 된 경우다. A씨에 따르면 본인은 단 한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키울 생각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지인과 함께 낚시를 하러 갔다가 빼빼 마르고 작은 검정색 길고양이가 자신을 졸졸 따르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기생충과 옆구리 쪽 혹을 치료해주었다고 한다. 고양이는 치료 후 다른 곳에 입양을 보냈으나 A씨만 따르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집사'가 되고 말았다.

심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는 A씨에게 B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존재란다. 목욕, 산책 등 일반적인 고양이가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껌딱지처럼 A씨 옆에 딱 붙어 다니며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A씨가 B을 구해준게 아니라 B가 A씨를 구했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공감을 얻고 계속해서 회자될 정도다.
 

나는 아기가 없던 시절, 고양이를 통해 애착관계의 상당부분을 느낀바 있다. ⓒ 김종수

 
아기 고양이 유괴 미수 사건?

A씨와 반려묘 B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몇 달 전 일이다. 이른 아침 빵 카페 뒤편에서 비명에 가까운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날씨가 워낙 쌀쌀한 상태에서 추위에 약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새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아기 고양이들을 보았다. 빵 가게 정문 앞 유리창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먹을 것이라도 가져다주려고 하면 후다닥 도망치기 일쑤였다.

잠시 고민하다가, 담벼락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빵 카페 창고 구석으로 데려왔다. 웬일인지 이 녀석은 도망가지 않았다. 그만큼 추위에 힘들어 보였다. 따뜻한 공간에서 우유를 조금 먹여주니 부르르 떨어대던 젖은 꼬리가 멈췄다.


'아… 어쩌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인쇄 사무실 한쪽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는 있는데, 너무 생활이 바쁘다 보니 그 녀석 하나로도 벅찬 것이 사실이었다. '사무실로 데려가면 고양이끼리 잘 지낼까?' 등 잠시 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다고 추운 날씨에 안쓰러운 생명을 방치할 수도 없었다. 집에 잠시 들러 청소하고 있던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시켜주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어떡해, 어떡해'만 연발하는 것이었다. 나도, 아내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육아에 투잡까지 하는 상황에서 정말 시간이 없었다.

사무실에 있는 고양이와 함께 키우려면 예방접종 및 건강체크 등으로 먼 곳에 있는 동물병원도 가봐야 하고 따로 신경 쓸 일이 꽤 늘어나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이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지라 지금 키우고 있는 녀석도 몇 달 동안은 수시로 동물병원을 오갔다. 그래도 그때는 투잡이 아니고 아들도 태어나기 전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돌연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이 어미 잃은 고양이가 아닌,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아기 고양이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 총각시절 같으면 그런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는데, 아빠가 되어보니 내 새끼가 어디로 사라진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일단 원래 있던 자리로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줬다. 저녁에도 같은 상태면 '인연'이다 생각하고 그때 데려가기로 판단했다. 그리고… 몇 시간 쯤 흘렀을까? 담벼락 위로 성체 고양이 한마리가 등장했다. 누가 봐도 어미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쏙 빼닮았다.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아무리 잘해줘도 어미 품만한 데가 있을까…' 호의가 자칫 유괴(?)가 될 뻔한 상황이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나의 분신이 사라지게 되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겠는가. 괜한 해프닝에 헛웃음만 나왔다.
 

’애착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 김종수

 
애착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양이를 본래 좋아하고 여러 마리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보니 A씨와 반려묘 B의 이야기 또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간다. 나와 인연이 되어 보살피게 되고 나만을 따르는 존재, 그로 인해 형성된 서로 간의 '애착관계'는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끈끈한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반려묘와 아기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다. 일단 조건 없이 무한정 애정을 쏟는 대상이니만큼 무지하게 사랑스럽다. 초롱초롱한 눈과 오밀조밀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애교도 많고 스킨십에 예쁘게 반응하며 웃음을 주는 등 상대에게 더더욱 잘 보살피게끔 의욕(?)을 불어 넣어 준다.

사실 나는 아들보다 1살 정도 많은 반려묘로 인해 약간의 육아팁을 미리 배우기도 했다. 반려묘를 막 사무실로 데려왔던 초반, 나는 수시로 실내를 엉망으로 만드는 녀석이 맘에 들지 않았다. 아내가 키우고 싶다고 해서 데려오기는 했는데 호시탐탐 내보낼 궁리만 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키우게 됐지만 좀 더 편한 사무실 생활을 위해서라도 길들이기가 필요할 듯 싶었다. 마치 반려견처럼.

서서히 알게 된 것이지만 고양이와 개는 성향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개는 강하게 훈련이 가능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양이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주인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고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 박았다가는 엇나가기 일쑤다. 강압보다는 애착관계가 절실한 존재다. 물론 애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내만 잘 따르던 반려묘는 지금은 나에게 역시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기를 안 듯 번쩍 들고 흔들흔들 해도 외려 허리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옆에 와서 내 팔을 베게 삼아 함께 잠들기 일쑤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애정과 믿음이 합쳐져 만들어진 '애착관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리 새끼 때부터 키워왔다고 하지만 고양이와 아기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는 분도 계실 것이다. 알고 있다. 단지 서로 간 보살핌과 긴 시간 동안에 만들어지는 끈끈한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애착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인내하고, 무엇보다 많이 사랑해주어야 한다. 초보 아빠는 오늘도 이것저것 반성하고 배워간다.
#애착관계 #신뢰와 애정 #초보아빠 #육아일기 #사랑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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