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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포대로 이런 것까지... 90년 된 양조장의 놀라운 변신

[운민이 만난 사람들 - 인물별곡 2편]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

등록 2021.05.12 19:04수정 2021.05.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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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섬들 중에 강화도는 단연코 가장 역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강화도 남부 길상면의 온수리까지는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다. 예로부터 온수리는 강화읍 다음으로 번화한 도회지였고, 물이 훌륭하기로 소문나 피부병이 심한 환자들이 일부러 여길 찾았다고 전해진다.

물이 좋으면 자연스레 맛있는 술을 빚을 수 있다. 온수리에는 1931년부터 술을 생산했던 양조장이 옛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고, 잠시 명맥이 끊어졌던 양조장에서 대를 이은 아들이 전통적인 양조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금풍양조장 이야기다. 


양조장 내부에는 옛날의 흔적이 가득하다. 아직도 백 년이 넘은 우물이 보존되어 있고, 2층에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지붕의 골조가 훤하게 들여다 보인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는 이런 공간을 막걸리 테이스트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많은 애정을 쏟는 듯했다. 지난 9일 그 현장을 방문해 양태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케팅 전문가 아들이 양조장으로 돌아온 이유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계신 양태석 대표(오른쪽)와 2대 대표인 양재형씨(왼쪽)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은 곧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 얼마전 양태석 대표가 새롭게 금풍양조장을 맡으면서 전통과 트랜디함이 공존하는 양조장을 새롭게 만드려고 한다. ⓒ 운민

 
-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금풍양조장 대표 양태석이라 합니다. 예전부터 지역에 있는 농산물, 특히 쌀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양조장 일을 하기 전부터 원래 식품공학을 전공했고요. 언젠가 양조장을 운영할지도 모른다는 믿음 같은 게 있었죠. (웃음) 양조장 일을 하기 전에는 홍보 및 마케팅 관련 분야에서 15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약 10년 전쯤 아버님이 양조장을 운영하시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양조장을 다른 분들께 임대를 맡기다 보니 양조장이 점점 노후되고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더라고요. 그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마침 아버님이 작년에 팔순이셨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만큼 가족과 함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양조장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현재는 90주년 기념으로 재설립한 '금풍양조' 신제품을 론칭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입니다." 

- 어떤 계기로 양조장 사업을 이어받게 되었나요? 남다른 결심이 필요하진 않으셨을까요?


"전국에 100년 된 양조장이 손꼽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금풍양조장은 인천 경기지방에서는 이름이 난 양조장이었으며, 지금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몇 안 되는 양조장입니다. 그런데 여러 환경적인 이유로 그간 방치되고, 공간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그 공간을 활용도 해보고, 부모님께 옛 추억과 함께 양조장의 옛 명성을 되찾고 앞으로 100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 제가 알기론 이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기에, 건물의 골조를 살리면서 리모델링하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물의 활용 방안을 알고 싶습니다.

"저희 양조장은 지역의 특산물을 써야 하는 지역 특산주 면허를 강화에서 최초로 취득했고요. 1차 산업인 농업을 2차 가공산업 및 3차 서비스업과 융합하는 6차 산업으로 인증받으려고 해요. 또한 이 공간을 막걸리 판매뿐 아니라 온수리의 다른 관광명소와 연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2층 자리에 시음 공간도 꾸며보고, 사람들이 술도 마시고, 사진도 찍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양조장 2층에 놓아져 있는 항아리들 양조장 2층에는 술을 양조하면서 쓰였던 것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미고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운민

 
- 비슷한 예로 서울에 태극당이란 빵집이 있는데, 가업을 이어받은 대표가 건물의 추억과 주력 제품은 살리고, 젊은 사람들을 공략할 만한 감성을 공간에 불어넣었더라고요. 혹시 그런 마케팅 계획은 따로 있으신지요.

"술은 맛이 아닌 스토리, 감성,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리고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론칭하는 금풍 양조 막걸리는 검은색에 골드가 포인트인 막걸리 병의 라벨도 트렌디하게 만들어봤고요.

막걸리 만든 쌀 포대를 버리지 않고 업사이클링하여 막걸리 파우치, 보냉백도 상품개발 중에 있습니다. 저희 양조장이 일명 '三無'(삼무) 콘셉트를 가지고 있거든요. 첫 번째는 무농약 친환경 강화쌀을 사용하고 있고, 두 번째로는 무감미료 프리미엄을 추구하며, 마지막으로 제로웨이스트, 즉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파우치 막걸리, 콜라보... 새로운 '도전'
 

막걸리를 만드는 쌀 포대를 이용한 업싸이클링 제품들 금풍양조장에서는 친환경적인 문화를 조성하고자 막걸리를 만드는 쌀 포대를 이용해 업싸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 운민

  
- 예전 양조장의 막걸리 맛과 비슷하게 재현을 하셨나요? 혹은 새로운 맛을 만들거나 다른 것들을 추구하는 게 있으신가요.

"사실 정확한 예전 맛은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맛은 기호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짠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맛을 싫어할 수도 있고 입맛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저희 막걸리가 맛있다고 강요하진 않지만 좋은 원료와 물을 쓰는 것은 확실합니다. 요즘 트렌드와 다르게 저희는 탄산을 최대한 줄이고 완전 발효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 밖에도 들고 다니면서 마시기 편한 방식, 휴대성이 간편한 파우치 막걸리도 개발하였고 출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금풍양조장의 우물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양조장의 내부에는 100년이 넘은 우물이 현재도 보존이 되어있다. 물이 좋아서 온수리라고 했었던 동네인 만큼 금풍양조장의 명성은 예로부터 대단했다. ⓒ 운민

 
- 이쪽 온수리 일대와 근방에 관광지가 많고 강화읍 못지않게 도보 투어로 상당한 잠재력이 있어 보이거든요. 전등사나 다른 관광지 혹은 양조장과 연계해서 하는 프로그램이나 생각하시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안 그래도 여러 가지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 맥주의 사장님과 만나서 대화를 하기도 했고요. 전등사 쪽과 여러 가지 계획을 잡고 있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미엄 막걸리인 금학 탁주를 와인병으로 만들어서 출시할 계획이 있어요. 여기 라벨을 보시면 30년대 실제로 썼었던 디자인을 모티브로 제작했습니다.

마니산의 곰과 호랑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집어넣었고요. 저희 막걸리를 근처 골프장과 캠핑장에도 공급할 계획이고요. 건너편에 있는 식당 잔잔한 식탁에서는 막걸리를 잔으로 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일대를 일명 '막 거리'로 만들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디자인한 금풍양조장의 감각적인 라벨링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이지만 라벨링을 고급스럽게 디자인 하여 제품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운민

 
-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라든가 관공서와의 협조가 잘 안 돼서 아쉬운 점 같은 건 없을까요?

"우선 이 지역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아쉬운 점이 많죠. 특히 강화도는 노령인구가 많고 인구 소멸 지역이라 현재는 인력이 부족해서 사실상 혼자 양조장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양조장이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이나 강화군청 및 인천시청에서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고 계시며, 앞으로 양조장이 자리를 잡게 되면 더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조금 늦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런 만큼 좀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있으신지요. 사람들에게 금풍양조장이 어떤 장소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금풍 양조장으로 인해서 온수리 나아가 강화도라는 지역에 대해 주목을 해주셨으면 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이 주변을 좀 더 활성화시켜주었으면 해요."

대표님과 양조장의 시설을 둘러보며 양조장이 담고 있는 풍부한 역사를 대표님의 설명을 통해 충분히 듣고 나니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었다. 막걸리의 맛도 깔끔하게 술술 넘어가서 좋았지만 그 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니 강화를 대표하는 술로 충분하다 생각되었다. 전등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금풍양조장의 술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일주일 후 운민의 브런치에서도 개재됩니다. 기사 전문을 보고 싶으면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화도 #금풍양조장 #백년양조장 #등록문화재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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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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