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공수처 산파' 한상희의 한탄 "1호 수사가 조희연? 어이없다"

"권력비리 잡으랬더니 과거사 청산 발목 잡아"... 공수처 "수사 부서에서 결정"

등록 2021.05.11 12:07수정 2021.05.11 12:20
79
원고료로 응원
 
a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평검사 선발 면접 시작일인 3월 17일 오전 한 후보자가 면접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가 이러려고 공수처를 요구해왔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아래 공수처)가 '해직교사 특별채용'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공수처 설치를 앞장서서 주장해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 교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은 2005년부터 16년간 공수처 설치를 줄곧 요구해온 인물이다. (관련기사 참여연대 "정치권 공수처 법안 놓고 '3당 3색'" http://omn.kr/daj9)

"공수처가 자신들의 설립 목적 잘못 이해하고 있어"

한 교수는 1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수처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서 빗겨난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만든 조직"이라면서 "이런 공수처가 과거사 청산 맥락에서 해직교사를 복직한 절차상의 문제를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직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이야기 할 수는 있겠지만, 이걸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지만 조 교육감이 뇌물을 받거나 채용 서류를 조작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공수처가 자신들의 설립 취지나 목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짚었다.

이어 그는 "감사원도 조 교육감에 대해 '주의' 처분을 요구한 경미한 사건인 해직교사 특채 건은 일반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하기에도 맞지 않는 사안"이라며 "검찰과 정치인의 수많은 권력형 비리사건을 제쳐두고 해직교사 복직 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올린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a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자료사진). ⓒ 유성호

 
감사원은 지난 4월 조 교육감의 2018년 '중등 교육공무원 특별채용 업무 부당 처리' 건에 대해 '주의' 조치한 바 있다. "특정인을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하는 등 채용업무를 부당 처리했다"는 게 그 이유다.


감사원은 특별채용 심사위원 선정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 직원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감사원이 만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직교사 5명의 특채 과정에서 감사원도 뇌물, 서류조작과 같은 비리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교육시민단체들 "권력비리 잡으라고 했더니..." 

서울지역 교육시민단체들도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 1호 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알려지자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90여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는 오는 12일 오전 공수처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박은경 공동대책위 상임대표(평등교육실현을위한 서울학부모회 대표)는 "권력비리를 잡으라고 만든 공수처가 조희연 교육감의 과거사 청산을 발목 잡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지금 서울지역 단체들은 '우리가 이러려고 공수처 설립 피켓을 들었나' 자괴감에 빠져 있다. 공수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공수처 수사 사실이 알려진 10일부터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청 내부에서는 공수처 1호 수사를 예측하지 못한 듯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런 반발 움직임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위공직자인 교육감도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사건 번호 '공제 1호'로 등록한 것"이라면서 "수사 대상은 관련 부서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처럼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진 대상도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기소 대상만 수사를 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 모습.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공수처 #1호 수사 #조희연 #한상희
댓글79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