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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임자도엔 새우젓이 전부? '깡다리' 놓치면 섭하지

새우젓의 고향, 그리고 깡다리의 고향 전장포에 가다

등록 2021.05.12 10:55수정 2021.05.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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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임자도 전장포항, 포구에 세워진 새우조형물이 시선을 붙든다. 이 새우탑에는 곽재구 시인의 대표 시 <전장포 아리랑> 시비가 있다. ⓒ 조찬현


임자도가 늘 꿈꿔왔던, 뭍으로 향한 바람이 이루어졌다. 신안의 12번째 연륙 연도교인 임자대교가 지난 3월 19일 개통되었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두 개의 다리는 총연장 4.99km다. 천사대교(10.8km)에 이어 신안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이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임자면 진리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을 이용했다. 여객선으로 30분이던 이동 시간이 이제는 차량으로 3분이면 가능하다.


임자(荏子)는 들깨를 일컫는다. 흑임자는 검정 들깨다. 임자도는 바다 위에 들깨를 흩뿌린 것처럼 섬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곽재구 시인이 노래한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의 시 구절 역시 신안의 수많은 섬을 노래한 것이다.

새우젓과 전장포 아리랑의 고장, 신안 임자도 전장포
 

전장포항에는 아주머니들이 갓 잡아온 깡다리와 새우를 선별하고 있다. ⓒ 조찬현

 
임자도 전장포는 새우 집산지다. 전장포는 임자도 북쪽 도찬리에 속한 맨 끝 동네로 자그마한 어촌 마을이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이곳은 우리나라 새우잡이 어획고의 60%를 차지한다.

전장포 새우는 이곳 임자도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에 버무려 새우젓을 담근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새우젓을 포구 뒤편에 있는 솔개산 지하토굴에 저장하곤 했다. 지금도 100여 미터 깊이의 토굴 4개가 있다. 그중 일부는 지역 주민들이 새우젓 저장 및 숙성실로 이용하고 있다. 이 새우젓 토굴은 2009년 12월 16일 신안군 향토유적 제6호로 지정되었다.

새우는 모래가 많은 곳에 알을 낳고 산다. 모래섬 임자도는 바닷속 역시 모래가 유난히 많아 새우가 산란하고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출이 아름다운 항구 전장포항이다. 포구에 세워진 새우조형물이 시선을 붙든다. 이 새우탑에는 곽재구 시인의 대표 시 <전장포 아리랑> 시비가 있다.

다음은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아리랑> 중 일부 내용이다.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
각이도 송이도 지나 안마도 가면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우리나라 눈물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우리나라 사랑 보았네
재원도 부남도 지나 낙월도 흐르면서
한 오천 년 떠밀려 이 바다에 쫓기운
자그맣고 슬픈 우리나라 사랑들 보았네


(중략)

아리랑 전장포 앞 바다에
웬 설움 이리 많은지
아리랑 아리랑 나리꽃 꺾어 섬 그늘에 띄우면서.


전장포항에는 아주머니들이 갓 잡아온 깡다리와 새우를 선별하고 있다.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먹이를 찾아 모여든다. 푸른 바다와 갈매기 떼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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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포에서 40년째 새우잡이 어업을 하고 있는 어민 김인석(64) 씨가 전장포 새우젓에 대해 자랑하고 있다. ⓒ 조찬현

  새우젓의 고향 전장포에서 40년째 새우잡이 어업을 하는 있는 어민 김인석(64)씨를 잠시 만났다. 김씨는 신안 전장포에서 새우판매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 전장포 새우가 왜 유명하죠?

"전장포는 새우젓의 고향입니다. 저는 바다에서 40년째 새우를 잡는 어민입니다. 전장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새우를 잡아 일본으로 수출했던 곳으로 황석어, 꼴뚜기, 밴댕이 등 젓갈용 어종이 다양합니다."

- 전장포에 새우젓을 보관 숙성하는 토굴이 있다고 하던데요.

"새우를 사다가 보관하는 강경이나 광천 지역과 달리 전장포는 직접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입니다. 새우 생산지에서 숙성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신안군 수협에서 81년 준공한 새우젓 전용 숙성 토굴입니다."

- 새우젓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군요.

"새우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5월에 나온 오젓, 6월의 육젓, 9월 자젓,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10월의 추젓 등이 있습니다. 새우젓은 유월에 잡은 육젓을 최고로 칩니다. 육젓은 식탁에 반찬용으로 바로 올립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맛있어 그냥 먹습니다. 육젓은 2년을 숙성해야 색깔과 맛이 제대로 납니다."
 

새우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 조찬현

 
새우는 담그는 방법과 숙성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또한 숙성 기간이 중요하다. 제대로 숙성되어야 새우젓 본연의 맛이 배어난다. 육젓은 살이 많아 2년 정도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일반 새우는 6개월이면 맛있게 숙성 된다.

새우젓 내장에는 육질을 쉽게 분해하는 강한 소화 효소가 들어있다. 하여 우리는 돼지고기를 먹을 때 새우젓과 함께 먹는다.

숙성한 새우젓은 우리 몸에 참으로 이롭다. 새우젓이 숙성하는 동안 증가하는 베타인과 새우껍데기 분해로 생기는 키틴 올리고당은 우리 인체에 면역력을 높이고 암을 억제하고, 전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베타인은 위액의 산성도 조절과 고지혈증, 비만, 지방간 및 알코올에 따른 간 기능 개선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신안 임자도의 전장포 식당 깡다리 요리
 

신안 임자도 전장포 식당의 깡다리조림이다. ⓒ 조찬현

 
참 오랜만에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처음 그를 만난 건 아마도 5년여쯤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는 신안 임자도 전장포 마을 이장(구동열)을 맡고 있었다. 임자도는 뭍이 아닌 섬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도읍 점암마을에 여객선을 타고 임자도를 오갔다. 그래서일까, 임자도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륙교의 개통으로 지금은 차로 쉽게 접근할 수가 있는 섬이다. 구 이장에게 임자도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묻자 전장포의 특산품인 새우젓과 요즘 제철인 깡다리 요리를 추천했다. 손맛이 유별난 식당이 있다며 꼭 그곳에 들려 맛보고 가라고 했다.

임자도 섬을 돌아본 뒤에 점심은 전장포의 한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임자도 서쪽 대광해변 대광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초입에서 격하게 반기는 말 조형물, 해변을 오가는 파도, 드넓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모터보트의 굉음이 퍽 인상적이다. 대광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드넓은 곳이라고 한다. 그 길이가 무려 12㎞에 달해 걸어서 1시간 20여 분이 소요된다.

대광해수욕장을 둘러보고 다음으로 간 곳은 새우젓으로 이름난 새우 주산지 전장포다. 전장포는 임자도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의 이름이다. 이곳에서 잡히는 새우는 색깔이 유난히 곱고 맛도 유별나다. 일명 백화새우라 불리는 이곳 새우는 우리나라 새우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전장포를 처음 찾았을 때 민가에서 맛봤던 음식의 맛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새우를 활용한 요리였다. 새우가 많이 잡혀서인지 이곳 마을 아낙네들은 빼어난 음식 솜씨를 자랑했다.
 

청양초와 함께 버무려놓은 황석어젓갈이 입맛을 돋운다. ⓒ 조찬현

깡다리조림 2인분과 깡다리튀김 2인분 상차림이다. ⓒ 조찬현

 
오는 소개할 음식은 제철 맞은 깡다리 요리다. 농어목 민어과 어종인 깡다리는 강달어의 신안군 방언이다. 5~6월에 특히 많이 잡히는 깡다리는 황석어 또는 강달이, 황강달이, 황새기로도 불린다. 임자도 전장포와 비금도 원평항에서 70년대에 파시가 열렸던 어종이다. 신안군에 따르면 약 90여 척의 어선이 해마다 200~300여 톤의 깡다리를 잡아 41억 원의 위판고를 올린다고 한다.

전장포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깡다리를 활용한 깡다리조림은 신선도가 뛰어나 그 맛이 순수하고 담백하다. 시원하고 산뜻한 국물 맛도 일품이다.

순박한 인심이 묻어나는 전장포 식당 상차림은 젓갈과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청양초와 함께 버무려놓은 황석어젓과 쫄깃한 식감의 꼴뚜기 젓갈이 맛있다. 깡다리조림 1인분 1만 2000원, 깡다리튀김 1인분에 1만 2000원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깡다리조림 2인분과 깡다리튀김 2인분 상차림이다.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는 신안 임자도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주를 이룬다. 믿고 먹어도 될 만큼 품질 좋은 식재료를 선별해 사용한다. 깡다리조림은 갖은 양념에 생물 깡다리를 듬뿍 넣고 팽이버섯과 쑥갓에 홍고추를 고명으로 올렸다. 깡다리튀김은 튀김옷을 얇게 입혀 깡다리 속살의 맛을 한껏 살렸다. 깡다리는 뼈가 연해 발라낼 필요 없이 그냥 먹어도 된다. 여느 잔가시가 많은 준치나 조기 등과 달리 먹기가 수월해서 좋다.

임자도 전장포는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향토 음식이 있는 섬이다. 연륙교의 개통으로 섬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무안나들목에서 무안, 망운, 해제, 지도, 수도를 경유 임자도에 이른다. 숙식은 전장포 식당을 비롯하여 읍내 식당과 대광해수욕장 관광지구 안에 민박촌을 이용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에도 실립니다.
#신안 임자도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 #임자도 전장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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