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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쓸쓸해서'... 20대가 위험하다

[에디터스 뉴스+] 외로움 심하고 자살시도도 많아

등록 2021.05.13 12:10수정 2021.06.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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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인 아들(21)은 요즘 중식이의 노래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봐'를 좋아합니다.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
사람들이 볼까 봐
눈물을 들킬까 봐
누가 날 흉볼까 고갤 숙이고
아!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 봐
혼자 원 없이 울고 싶어서
-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봐'에서

직장인 이미나(가명·25)씨는 가끔 퇴근할 때 혼자 사는 집으로 가는 길이 외롭다고 합니다. 일을 마치고 이제 쉰다는 기대도 잠시, 갑자기 세상에서 혼자가 된 듯한 막막함을 느낀답니다.  

이들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을 보내고 있지만, 가끔 퇴근길이 외롭고, 가끔 쓸쓸한 노래를 듣습니다. 

그런데 가끔이 아니라 '자주, 거의 항상 외롭다'는 20대가 많은 것 같습니다. 2018년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한국인의 외로움 인식 보고서>를 보면 외로움에 관한 질문에 20대 응답자 중 40%(항상 7%+자주 33%)가 상시적 외로움을 호소했습니다. 이 수치는 30대 29%, 40대 25%, 50대 20%, 60대 이상 17%보다 훨씬 높은 비율입니다. 특히 20대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14%로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낮았습니다(2018년 4월 18-20일 만19세 이상 전국 1000명 웹 조사 결과). 

외로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느 연령층이 더 외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외롭다는 통념을 깨는 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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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연령별 외로움 체감도(2018). 왼쪽 ( ) 안 숫자는 응답자 수. ⓒ 한국리서치


위 보고서는 "1인 가구 구성원이 외로움을 빈번하게 느끼는 비율이 45%(항상 19%+자주 27%)나 되지만, 2인 가구 이상에서는 21%~24% 수준"이라며 "청년층에서의 1인 분거 가구가 증가하고, 미혼 및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젊은 층에서 외로움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위와 같은 외로움 조사를 한 것은 없습니다만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다른 자료가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2020년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의료기관 66곳에 실려온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4607명이었습니다. 전체 자살시도자 2만2572명(여성 1만4148명, 남성 8424명) 가운데 20.4%입니다. 20대 남성 자살시도자는 1788명으로 7.9%입니다.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많고 20대 남성 자살시도자는 다른 연령 남성을 통틀어 가장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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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생의 권리 되찾기 집중공동행동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본관앞에서 열렸다. 경희대 총학생회가 집회를 준비하며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거리두기'를 위해 학생들이 앉을 자리에 발바닥 표시 종이를 붙여 놓았다. 2020.6.23 ⓒ 권우성

 
심각한 것은 증가세입니다.  전체 자살시도자가 1년 사이 4.7%(2만1545명→2만2572명) 증가할 때 20대 여성은 33.5%(3449명→4607명)로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그 다음이 20대 남성으로 19%가량(1497명→1788명) 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20년 기분장애 질환 건강보험 진료현황'에 따르면 기분장애나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은 20대 환자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20대가 처한 현실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취업도 주거도 막막합니다. 거기에 20대 여성의 경우 성범죄와 만연한 여성혐오로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안주연 마인드맨션의원 원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여성혐오 범죄와 성범죄 등이 꾸준히 늘고, 20대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을 상쇄할 만큼 사회 및 제도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정신과적 치료만으로 우울과 불안이 다 완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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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취업도 주거도 막막한 처지에 놓여 있다. ⓒ 이진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20대가 보수화 되었니, 여전히 진보니 하며 정파적으로만 바라보는 와중에 20대는 깊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그냥 넘어가야 할까요?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외로움과 나빠지는 정신건강으로 아파하는 20대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렇게 경고합니다. 
 
홀로 남겨진 존재는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의문을 품게 되고,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며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혐오를 자신 안에만 담아둘 수 있는 이는 드물다. 그 혐오는 반드시 타인을 향해 간다. 그 혐오는 차별이 자라나는 토대가 되고 종래에는 연대가 필요조건인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한겨레>, 2021-05-10)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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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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