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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마요라면 아세요? 먹어보면 홀딱 반할 겁니다

일본식 볶음국수 '야끼소바'에서 착안한 나만의 레시피

등록 2021.05.16 11:50수정 2021.05.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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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자제하고 마시지 않으면 금주라 하고, 담배를 자력으로 피우지 않는 것을 금연이라 하니 라면을 먹지 않으면 금면(禁麵)이나 금유탕면(禁油湯麵)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사람들은 "몸에 안 좋다 안 좋다'라고 되뇌면서도 쉽사리 라면을 끊지 못한다. 술과 담배처럼 말이다. 


나는 라면을 먹고 싶은데, 남들이 말려서 타의 반으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고수하는 엄마와 죽어도 먹겠다는 어린 자녀들, 비만인 남편과 만성 건강 염려증의 아내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할 것 같다. 이 경우 타협안은 라면 스프를 적게 넣거나 라면 먹는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이 있겠다.

입에서는 자꾸 당기는데, 뇌에서 먹지 말라며 뜯어말리는 내적 갈등형은 첫 번째 케이스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계속해서 라면 먹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 몸에 좋다며 해물이나 야채를 넣는다거나, 기름기를 잡겠다며 녹차나 포도주를 넣기도 한다.

라면을 진짜로 좋아하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끊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애호가 부류도 있다. 앞선 두 경우와 달리 이 부류의 사람들은 나만의 라면 레시피를 갖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레시피라는 것은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때려 넣었다가 우연히 얻어지기도 하고, 다른 요리 베끼기에서 절묘하게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라면 애호가다. 때문에 내게도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만드는 라면이 존재한다. 이 라면 레시피는 일본식 볶음국수인 '야끼소바(焼きそば)'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없으면 잇몸이랬다고....
 

짜장라면 위에 가다랑어포를 뿌리고 마요네즈를 올려서 '짜장마요라면'을 완성한다. ⓒ 박진희

 
소싯적 일본에 공부하러 갔을 때 문득문득 미치도록 먹고 싶은 한국 음식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짜장라면. 입덧하는 임산부마냥 꼭 구하기 힘든 때에 구할 수 없는 장소에서 먹고 싶다는 게 문제였다.


일반적인 얼큰한 국물 라면은 일본에서 시판하는 매운 라면이나 된장라면에 고춧가루를 풀면 얼추 비슷한 맛이 나서 손쉽게 식욕을 해결했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은 날은 일본 전 지역에 체인점을 둔 생라면 전문점으로 직행했다. '라유'라고 하는 고추기름만 넣어주면 고급진 국물과 탱탱한 면발을 호기롭게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짜장라면의 경우는 얘기가 아주 다르다. 일본의 중화요리 전문점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유학생에겐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한국식 자장면은 팔지도 않는다. 집에서 우편으로 부쳐주는 경우도 배송료가 라면값을 웃돌아 어쩌다 한두 번 받아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현지 조달하는 방법을 찾게 됐다.

일본식 볶음국수는 양파, 당근, 양배추, 고기나 해산물을 볶다가 생면과 소스를 넣어 재차 볶는다. 다 볶아지면 위에 '가쓰오부시(かつおぶし)'라는 가다랑어포 얇게 저민 것을 올려서 먹을 때 섞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위에 때로는 달걀프라이가 때로는 마요네즈가 올라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라면을 끓일 때, 달걀을 풀거나 김, 치즈를 넣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짜장라면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마다 유사품인 일본식 볶음국수는 꽤 괜찮은 해소 창구가 돼 주었다.

청개구리 먹보의 살아남는 법
 

짜장라면과 가다랑어포, 마요네즈를 잘 비벼가며 섞어 준다. ⓒ 박진희

 
귀국해서는 원도 한도 없이 짜장라면을 먹었다. 그렇게 끝나면 참 좋았을 텐데... 이번엔 일본식 볶음국수가 가끔가다 미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직구도 있고 수입 식재료를 파는 곳도 많지만, 이번에도 발목을 잡는 건 가성비. 

이번엔 역으로 우리나라에 10여 가지나 되는 짜장라면을 떠올렸다. 일본식 볶음국수가 미치도록 먹고 싶은 날은 갖은 채소를 높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볶다가 삶아 건져 놓은 짜장라면 면발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일본식 볶음국수의 화룡점정은 가다랑어포에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게 흠이다. 흉내만 내고 싶으면 가루를 내서 조금씩 아껴가며 섞어 먹거나, 이 없으면 잇몸이랬다고 채소를 볶을 때 고기 대신 프랑크소시지를 얇게 어슷썰기 해서 함께 볶는 대안도 있다. 그러나 성에 차질 않으니 두 눈 질끈 감고 구매하거나 필리핀산 가다랑어포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그 가다랑어포 위에 마요네즈로 격자무늬를 그려주는 순서다. 짜장라면에 마요네즈 조합이라 하면 선입견에 손사래를 격하게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한 젓가락만 먹어 보면 예상치 못한 꿀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을 게다.

극강의 맛을 원한다면 짜장면처럼 오이나 달걀프라이, 치즈를 올려도 좋고, 통깨를 뿌려 고소함을 플러스 해도 괜찮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매일 같이는 먹지 못한다. 출출해서가 아니라 먹는 것에서 일탈을 꿈꾸고 싶은 분들은 궁금해만 말고 생소한 맛에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추억의 맛 #나만의 짜장라면 레시피 #야끼소바&짜장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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