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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안 맞겠다"는 택시 기사님께

[取중眞담] 당뇨 앓고 있다며 접종에 거부감... 그를 설득하고 싶었다

등록 2021.05.14 11:09수정 2021.05.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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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12일, 퇴근을 한 뒤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급히 가는 길이었습니다. 택시 안에서 기사 데스킹 때문에 걸려온 선배의 전화를 받고 '백신 접종' 현황에 대한 설명을 해야했습니다.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는데, 택시기사님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방금 백신 이야기 했잖아요..."
"네..."
"그... 백신 안 맞아도 괜찮겠죠?" 
"그래도 맞으시는게 좋죠!"
"내가 당뇨도 있고 그래서..."
"기사님, 제가 백신 접종에 대해 좀 아는데, 오히려 당뇨가 있으면 꼭 맞으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접종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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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이상 어르신들이 4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뒤 부작용 여부 등 경과를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다. ⓒ 유성호


사실 저는 백신 전문가는 아닙니다. 다만 10개월째 방역당국 브리핑을 챙겨보면서 감염병 전문가들과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는 담당 취재기자일 뿐입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백신은 과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뇨병 환자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시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기계호흡이 필요한 경우는 1.93배, 사망률은 2.66배 높습니다. 심지어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25%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무원이세요?"
"아닙니다. 기자입니다"
"안 맞아도 되지 않을까요? 당뇨도 있고 알러지도 있고... 내가 59년생인데 술을 좀 좋아해서..."
"요즘 부작용이니 뭐니, 뉴스 보시면 많이 불안하시죠? 제가 의사선생님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맞는 게 여러모로 좋대요."
"음... 그런가요."


정부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 4월 27~29일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4%가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답했고, 19.6%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62.2%는 백신에 대해 '정보제공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사님이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 역시 정보제공이 충분하지 않은데서 발생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당뇨와 알러지가 백신을 맞지 말아야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백신은 기저질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이번엔 나이가 피해가서(65세 미만-기자 주) 다행인데 안 맞아도 되겠지요?"
"아니에요 기사님 이제 접종 예약하셔야죠. 그게 기사님에게도 좋고요, 주변 분들에게도 좋고요."
"이래 아프나 저래 아프나..."



백신 접종 이후에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 보도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부가 여전히 '백신 불안감'을 해소 못한 탓일까요? 백신 접종은 고령층에게는 압도적으로 이익이 크지만, 택시 기사님은 접종을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좀 더 설득을 하고 싶었지만, 곧 목적지에 도착했고, 저는 "감사합니다. 꼭 백신 접종하세요"라고 말하며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기사님 나이에 해당되는 '60~64세' 백신 사전 예약은 13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 사망자 95% 60세 이상... "지금까지 100% 사망예방효과"
 

ⓒ 질병관리청 아프지마TV

 
여기 택시 기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이날 오후에 연 '안전한 예방접종 전문가 초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입니다. 이 자리에서 정 청장은 "60대 이상 어르신들께 코로나19는 매우 치명적이어서 어르신들께 코로나 예방접종은 건강 지킴이면서 생명지킴이"라며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전체 확진자의 27%인데,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 10명 중에 9.5명이 60세 이상 어르신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백신이 89.5%의 예방효과, 100%의 사망예방효과를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사님이 우려하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위원으로 있는 서은숙 순천향대 의대 교수가 나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0.5%, 1만 건당 사망 신고 건수는 0.2건으로 둘 다 유럽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60대 이상의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0.2%에 불과하고, 0.2%중에서도 90% 이상은 가벼운 발열이나 두통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60대 이상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사례의 주요 추정사인 혹은 중증신고사례의 진단명은, 60대 이상 국민들의 연례적 사망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백신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날 브리핑에선 30년간 인슐린을 맞고 있는 서울 양천구 거주 61세 여성분이 백신을 맞는게 좋을지 묻는 질문이 소개됐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말로 꼭 맞으셔야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가 코로나19에 감염이 돼서 예후가 안 좋은 분들 중에 상당수가 당뇨병이 있는 분들이다. 60세 이상이고 당뇨병이 있다고 하면 고위험군 중 고위험군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꼭 접종을 당부했습니다. 

'혈전 논란'이 있다보니, 뇌출혈·뇌졸중 환자는 접종하는 게 위험하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엄 교수는 "뇌졸중이 생기는 것과 백신접종으로 인한 혈전이 발생하는 기전이 크게 다르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된 이상반응은 굉장히 희귀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논란이 된 '혈소판 감소증' 혈전은 한국에서는 아직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태권도 선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난 후 다리를 절단했다는 기사가 얼마 전에 나온적이 있었죠. 이에 대해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당뇨병으로 인해서 발가락을 절단한 과거력이 있고, 접종하고 난 다음에 한 달이 지나서 증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백신과의 관련성을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나아가 정 교수는 "백신도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은 생길 수 있지만,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피해를 압도하며, 희귀혈전이나 아나필락시스가 생명을 위협할 수는 있지만 확률이 매우 낮고, 대부분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백신 프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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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항공사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5월 말부터 60~74세에 고령층에 대한 대규모 접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어르신들의 백신 접종률은 사망률·위중증환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집단면역 여부를 판가름 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이나 이상반응을 무조건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는듯 단정하는 보도, 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폄하한다든가 의도적으로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를 보면 착잡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혹은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백신을 접종하는게 과학적으로 '맞는 방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많은 언론들이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것 같아서 유감입니다.

정부 역시 그동안 '물량 문제'에 집중하느라 국민들과의 소통에 부족한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을 어떻게 높여야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가 더 강하게 백신 접종의 이점을 어필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백신 접종이 가져오는 '인센티브'를 더 늘려나가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행동'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 질병청의 '소통'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신뢰도 확보와 더불어, 백신 접종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백신 프라이드'를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제가 어제 만난 택시 기사님의 마음까지 돌릴 수 있도록 말이죠.
#택시기사 #백신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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