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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 카페 원두 사왔는데, 왜 그 맛이 안 나지?

[김씨 형제의 커피 이야기] 커피의 추출

등록 2021.05.17 09:17수정 2021.05.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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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커피를 좋아하고 직접 내려서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래와 같은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지인 추천이나 SNS 검색을 통해서 또는 우연히 들른 커피전문점, 그곳에서 본인의 입에 맞는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곤 '이곳 원두를 사 가서 집에서도 맛있게 내려 마셔야지' 하며 그 커피전문점의 원두를 구매했던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곳의 커피 원두를 사와 집에서 내리면 커피전문점에서 마셨던 그 커피의 맛이 똑같다고 느꼈는가? 필자들이 감히 예상하건대 "그때 마셨던 커피 맛이 아니다"라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맛 그대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답변 하는 사람들은 거의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같은 커피 원두를 가지고 같은 맛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커피 원두의 보관이나 배송과정에서 손상 또는 손실이 있지 않았다거나 원두를 분쇄한 후 산패가 진행된 상태로 추출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커피 맛의 변화는 추출과 연관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커피의 추출을 주제로 얘기하려고 한다. 먼저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면 두 가지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로 '사람과 커피'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는 나 자신 또는 대상을 가리킨다.

커피는 내가 이해하고 살펴봐야 할 관심의 대상이다. 커피를 내려주는 대상이 생각하는 맛있는 커피란 어떤 건지 파악해보도록 하자. 세부적으로 어떤 유형의 향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지, 바디가 묵직한 것을 좋아하는지 또는 선호하는 추출 기구와 방식 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추출해야 할 커피가 어떻게 재배되고 가공됐는지, 또 어떻게 보관됐고 얼마나 숙성돼 있는지, 어떻게 배전됐으며 자신이 추출할 도구 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필자들이 경험해온 커피는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민감하기에 많은 교감이 필요하다. 아주 잘 볶은 커피 원두라 할지라도 '사람과 커피'를 배제하고 맛있는 커피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커피를 전문 직업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추출과정을 통해서 커피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커피 한잔을 위해 지금 커피를 원하는 대상에 대해 성향을 분석하고 파악하려 애쓴다.

성향에 맞는 원두의 선택이 끝났다면 추출하는 날 원두 컨디션과 주변 환경(날씨와 온도 등)에 따른 원두의 변화, 그리고 추출에 필요한 환경(커피머신, 정수, 기물 등)을 점검한다. 이 모든 것을 분석하고 준비를 끝냈다면 그제야 본인이 가진 커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 맛있는 커피 한잔을 추출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 추출에 대해 알아보자면, 용매역할을 하는 물이 용질이 되는 분쇄된 커피원두에 침투 및 용해해 커피의 향미 성분을 포함한 가용성 성분과 고형물을 분리, 용출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원두가 가진 수용성물질을 용질로 보고, 이를 녹이려는 물이 용매로서 커피 성분을 이동시켜 용액화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용매의 힘을 가속시키는 대표적인 힘이 온도이다. 여기에 용질의 크기에 따라 성분이 침투되는 속도가 달라지고, 용액 이외 고체(커피가루)를 계류시켜 여과시키는 방법으로 커피 기구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추출이라는 단어만으로 특성을 두 가지로 분류하자면, Brew와 Extraction으로 나눌 수 있다. 둘 다 추출을 의미하지만 Brew는 '끓이다', '우려내다'라는 뜻으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드립형태의 여과식이나 침지식이 여기에 속한다.

Extraction은 '뽑아내다', '추출하다'라는 뜻보다 함축적인 표현으로서 확산을 진행시키는 방법 중 압력과 같이 침투력을 증대시켜 추출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에스프레소 같은 압출식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을 통해 추출 속도와 여과력이 다르게 작용되는 개성이 강한 추출도구들이 발명되고, 다양한 추출 방식과 추출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커피 추출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 요소는 분쇄도, 추출시간, 추출수의 온도, 원두의 배전, 물의 성질과 이동성 등이 있다. 추출의 이상적인 수율과 농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골든컵이라고 하는데, 이는 여러 협회와 각 국가마다 비율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비율에 대한 기준이 관능적 평가에 의해 비롯되기 때문이다.

커피의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추출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측정기구들이 대부분 고가이고 자주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있으므로 자신만의 측정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커피를 평가할 수 있는 관능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커피 성분을 질량적으로 보면 대략 70%의 불용성물질과 30%의 수용성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20% 정도는 긍정적인 향미를, 나머지 약 10%는 부정적인 향미를 지녔다.

이중 대다수의 부정적 향미 중 8%는 추출되는 속도가 느리며, 나머지 소량의 부정적 향미 중 2%는 빠른 추출에서 나오지만 이후 소실되는 향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적정추출영역'에 들어가는 추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커피가 가진 성분을 이해하고 추출에 대한 원리와 그에 따른 변수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추출은 크게 과소추출과 과다추출 그리고 채널링이 있는데, 정상적인 추출영역에서 성분이 적게 추출됐다면 '과소추출', 많이 추출됐다면 '과다추출'이라 할 수 있다.

채널링(Channeling)이란 분쇄된 커피 입자들이 고르게 담기거나 일정한 밀도를 유지하지 못해 밀도가 낮은 쪽으로 물이 흘러가는 편류현상을 말한다. 비가 내릴 때 대지의 높고 낮음과 흙의 밀도 차이로 생기는 물의 흐름과 고임현상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채널링이 생기는 경우 그 부근은 성분이 과도하게 추출되고, 다른 부분이 상대적으로 과소 추출되기 때문에 맛의 편차가 생기고 커피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커피 추출은 쉽게 생각하면 쉽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정상 추출을 고집하는 것 또한 맛에 대한 사람의 욕심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도 필자들의 바람은 이 시간만큼 맛있는 커피 한잔을 위해 조금이나마 욕심을 내보시길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김성규·김유완 케이브로스·케이브로스로스터스 대표입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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