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시민들의 무장, 생존을 위한 너무 당연한 저항권이었다

미얀마 시민들의 무장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광주시민의 무장은 과했다는 모순된 논리

등록 2021.05.17 09:52수정 2021.05.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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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을 다룬 <선을 넘는 녀석>들이란 TV 예능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헬기 사격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그날의 참상과 광주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생생하고 대중적으로 잘 그려낸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광주시민들의 무장은 과도했다"는 주장에 대응하는 '방어적 변명'으로 치우쳐

다만 아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광주시민들이 무장하게 된 '사실'에 대하여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설명하고 '변명'으로까지 들리도록 해설한 대목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이 무장하게 된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최정예 공수부대 계엄군이 마치 인간도살장처럼 일반 시민들에 대해 극단적으로 무자비하고 잔인한 학살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들의 무장 과정은 사실 너무나 정당한 자위권이고 저항권이었다. 현재 미얀마에서 군인들의 잔인한 시민 학살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무장하여 항쟁하고 있는 과정과 완전히 동일하다. 광주시민들의 무장 과정을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는 마치 시민들이 무장했던 사실이 조금은 지나친 부분이 있었다는 선입관을 가진 것처럼 시종 설명하고 '방어적 논리'로써 '변명'하는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주었다. "시민들이 무장한 것이 지나쳤다"는 우리 사회의 일부 주장, 즉 극우파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로 치중한 한계가 있었다. 미얀마에서 시민들이 무장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반면 광주시민들의 무장은 과했다는 식의 논리는 너무 모순되고 잘못된 것이다.

이와 같은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논리는 계엄군의 마지막 도청 진입 당시 '항쟁파'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었다. 사실 계엄군을 시내에서 쫓아낸 뒤 광주 시민들은 수십만 명이 도청 앞 광장에 운집하여 매일같이 대회를 개최하였고 민주주의를 구현해냈다. 계엄군이 진입한다고 하여 모두가 항쟁을 포기할 그러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저항과 항쟁은 당연하였고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그것을 "그런 '항쟁파'가 있었기 때문에...."라는 논리로 설명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역사 해석, 한 마디의 말과 한 글자도 정확해야

그리고 <선을 넘는 녀석들>의 이번 프로그램에서 사실과 약간 부합하지 못한 내용도 있었다. 먼저 5월 20일 전까지는 학생들이 시위를 하다가 5월 20일부터 시민들이 나섰다는 해설이 있었는데, 사실 계엄군의 잔인성은 5월 18일 당일부터 드러나 분노한 시민들은 이미 5월 18일 오후부터 합세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씨를 체포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여 시위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미 1979년 박정희 정권이 부산 출신 정치지도자 김영삼씨의 의원직을 제명하자 부산마산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던 것과 동일한 과정이었다. 최소한 5월 19일부터는 이미 일반 시민들이 시위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다음으로 광주 소식을 다른 지역 학생들이 '영상'으로 알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영상'은 전혀 일반화되지 못했다. 혹시 존재한다 해도 카톨릭계나 일부 외신을 통한 '극소수', '극비'의 수준이었다. 광주 참상에 대한 기록은 '광주백서' 등의 지하 팸플릿으로 몰래 돌려보는 상황이었다. 1985년에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라는 관련 책이 나왔고, 그것도 몰래 읽어야 했던 현실이었다.

역사 해석이란 한 마디의 말이나 글자 하나라도 정확해야 하며, 특정한 논리에 대응하는 설명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역사를 잘못 해석하게 되고, 자칫 역사 왜곡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5.18 #선을 넘는 녀석들 #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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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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